인터뷰 시인 신현림 씨깊이 없는 정보의 홍수에서 탈출하려면 독서와 사색의 즐거움이…

신현림 시인이 책 읽고 글을 쓰는 ‘작업실’로 애용하는 서울 종로구 북촌길 정독도서관 앞 아트선재센터 카페에서 포즈를 취했다.
“인터넷을 통하면 원하는 정보를 언제든 쉽게 얻을 수 있지만 깊이가 없어서 가볍다는 기분이 들어요. (개인정보의 범람으로) 이제 개인의 사생활도 사라졌어요. 신비감도 없고 삭막해진 세상이 반갑지만은 않네요.”

시인이자 사진작가인 신현림씨는 인터넷의 부정적 측면을 짚으면서 자신은 인터넷이 없어도 몇 달은 거뜬히 지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카페 ‘신사모’(신현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팬들과 끊임없이 교류하는가 하면 온라인매체의 문학코너에 포토에세이도 연재하는 등 인터넷을 통해 세상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그의 반응치고는 의외다.

“물론 인터넷의 장점들이 도움을 줄 때가 많긴 해요. 메일을 신속하게 주고받고 정보도 쉽게 얻을 수 있어 효율적이죠. 또 젊은 팬들과 쉽게 교감할 수 있어 좋지요. 하지만 인터넷이 아닌 다른 방식을 통해서도 다 가능한 일들이잖아요. 무엇보다 누군가가 그리울 때 편지를 쓰는 낭만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쉬워요.”

그는 이따금 중요한 일에 시간이 쫓기면서도 포털에 오른 화제성 뉴스를 무심코 클릭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깜짝 놀란다고 한다.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뉴스는 컴퓨터로 글쓰기 작업을 하는 그에겐 ‘유혹의 덫’이다. 평소 관심조차 없었던 연예계 소식까지 스스로 꿰뚫고 있음을 자각할 때는 절로 웃음이 나기도 한다고.

물론 정보의 포만감에 빠져 무의식적인 클릭 습관에 젖어 든 사람은 그만이 아닐 것이다. 인터넷은 ‘알지 않을 권리’마저 망각하게 만드는 강력하고 달콤한 유혹이기 때문이다.

“만약 인터넷이 없다면 사람들은 책을 좀 더 많이 읽게 되겠지요. 책을 통해 보다 깊이 있게 사색하고 성찰하면서 자신의 철학을 가꿀 수 있겠지요.”

아닌 게 아니라 그는 일부러라도 인터넷과 거리를 두려고 신경을 쓴다. 매일 집 근처 도서관에 나가 한두 시간 정도는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그런 노력의 하나다.

그는 네티즌 독자들에게도 권유한다. “하루 몇 시간만이라도 인터넷 사용을 자제해 보세요. 그러면 책도 읽고 사색도 하고 낭만이나 기다림의 미학을 되새기는 기회도 될 거예요.”

신현림 시인은 얼마 전 인도로 열흘 간의 사진촬영 여행을 떠났다. 한 잡지사로부터 인도여행 체험을 에세이로 써달라는 청탁을 받았지만 정중하게 거절했다. 글을 쓰게 되면 여행 도중 인터넷을 통해 원고를 보내야 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인도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인도를 여행하는 동안에는 그 나라 문화와 풍광을 오롯이 느끼며 사진에 담는 일에만 몰두하고 싶었다. 그래서 핸드폰 로밍도 하지 않았다.

“인도에서 명상을 통해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깨닫고 오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인도를 마음 속에 듬뿍 담아 돌아올 겁니다. 제가 바라본 인도는 곧 글과 사진을 통해 볼 수 있을 거예요.”

인터넷과의 접속을 끊고 명상의 나라 인도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신현림 시인이 남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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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