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디자인이 좋아" 예술가 뺨치는 소비자들

'꽃이 만발한 나무와 그 꽃을 찾아 새들이 날아다니는 화조도 벽지', '르누아르 그림의 질감을 살려 만든 벽시계', '고대 중국의 오리엔탈 기법을 적용한 의자' 등 예술은 이미 우리 생활 속에서 함께 숨쉬고 있다.

대중의 지식 수준과 문화적 욕구가 높아지면서 '예술작품'에 대한 그들의 열망이 커졌다. 그들은 예술작품을 즐기기 위해 전시회장을 찾아 다니거나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수집하기도 한다. 이제는 인테리어 공간을 꾸미기 위해 '아트 디자인' 제품을 필수적으로 갖추어 놓기 시작했다.

상품에 예술이 결합된 '아트 디자인'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바로 '아티젠'이다. 그들은 단순히 세련되고 예쁜 디자인 수준을 넘어 디자이너 또는 예술가만의 고유한 감각과 개성을 중시한다.

기하학적인 옵티컬 아트, 판화와 회화의 이미지를 차용한 프린트, 유쾌하고 기발한 팝아트 등이 디자인의 특별한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아트 디자인' 제품들은 주로 액세서리나 패션 분야에서 중요시 됐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아트 디자인' 제품들이 '디자이너 브랜드화' 하면서 패션은 물론 전자, 가구, 인테리어, 건축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해 디자이너 앙드레 김의 디자인을 적용한 김치냉장고와 드럼세탁기를 선보였다. 연이어 에어컨 신제품도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회사 측은 "신형 에어컨은 검은색 바탕에 꽃과 나비 문양을 새기고 금색 테두리로 마무리해 고급스러운 예술 조형물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앞으로 출시되는 제품들도 마찬가지로 거실과 주방에서 가전제품 기능 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조형물 기능까지 함께 하게 될 것이다"고 전했다.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 씨가 디자인한 LG전자의 휴대전화 '샤인 디자이너스 에디션' 역시 대표적인 '아트 디자인 제품'이다. 제품 뒷면에는 '윤동주' 시인의 시 '별 헤는 밤' 원문을 새겨 넣어 한글의 예술적 아름다움을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부각시켰다는 호평을 받았다. '꽃의 화가'로 유명한 하상림 씨의 작품을 장식에 활용한 LG전자 '아트디오스' 냉장고도 기존 제품에 비해 가격이 10~15% 비싸지만 판매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곤 LG전자 한국마케팅부문 부장은 "소비자들은 주방 가전을 선택할 때 성능만을 보지 않는다. 디자인, 색상 등 섬세한 부분이 주는 느낌에 따라 제품을 고르는 경우가 많아 졌다"고 전했다. 그는 또 "소비자들은 쉽게 질리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럽고 차별화한 디자인을 원한다"며 "이왕이면 공간을 돋보이게 만들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대부분이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은 이제 제품의 기능 못지않게 디자인과 예술성을 중시하면서 일상생활 속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예술을 선호한다.

회사원 김희정(28.여)씨는 패션회사 쌈지에서 앤디워홀의 디자인을 적용한 '앤디워홀 지폐프린트 중지갑'을 구입했다. 그는 "앤디워홀 작품을 좋아하는데 얼마 전 앤디워홀 디자인이 들어간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보고 사게 됐다"고 구입계기를 설명했다. 김씨는 또 "가지고 다니면 주변에서 다들 독특하다며 부러워한다. 한 친구는 내 지갑을 보고 마음에 들어 비슷한 지갑을 동생에게 선물하기도 했다"며 만족했다.

얼마 전 결혼한 김지현(31.여)씨는 혼수용품으로 '행남자기'에서 출시한 '소피에로 식기세트'를 구입했다. 덴마크 도자기 업체 로열 코펜하겐의 디자인에도 참여한 적이 있는 디자이너 '렉케 야콥센'의 작품이다. 스웨덴 '소피에라 정원'의 로맨틱함을 테마로 고급스러운 화이트 색상과 파스텔 블루 톤을 더해 여성적이고 클래식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김씨는 "식기가 예쁘면 음식 맛이 더 좋은 것 같다. 미각은 물론 시각적인 욕구까지도 충족시켜 주기 때문에 일석이조다"고 말했다. 그는 또 "디자이너 식기 제품을 구입한 뒤 '디자이너 브랜드'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 최근에 '모네' 그림을 배경으로 하는 벽시계를 장만했다"고 덧붙였다.

LG경제연구원 김상일 책임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디자인이 좋지 않은 제품은 이제 히트상품이 되기 어렵다"며 "개성 있는 소비자들이 예술적 측면에서 감성디자인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상당 기간 계속될 전망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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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