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산업정책 연구원 서용구 교수… 상품 다각화·고급화가 기업의 살길

“소비 환경이 변하면서 소비자들은 마치 ‘탐정’처럼 각각의 제품을 어떤 사이트에서 사면 더 좋을지 탐색을 끊임없이 하고 있습니다.”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이자 산업정책연구원의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서용구 교수는 소비 환경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3~6개월 정도 단기간의 열풍인 ‘패드’인지 아니면 주기적으로 사이클이 있는 ‘패션’인지, 3년 이상 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트렌드’인지가 분석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

이런 기준에서 볼 때 LG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5가지 새로운 소비 코드’는 장기간에 걸친 ‘트렌드’로 볼 수 있다고 서 교수는 설명했다.

우선, 과거 대형 마트나 백화점, 대리점 정도에 국한 됐던 쇼핑 장소가 이제는 멀티채널 환경으로 변하면서 다양한 유통 경로가 생겨났다고 그는 지적했다. 점차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는 쇼핑 경로에서 소비자들은 ‘어떤 채널이 가장 싸게 제품을 팔고 있는지’, ‘신뢰할만한지’를 파악하기 위해 더욱 더 두뇌를 쓰고 있다고 한다. 결국 새로운 쇼핑 환경에 적응해가기 위한 소비자들의 진화는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것이다.

서 교수는 소비자들이 마치 ‘형사’나 ‘탐정’처럼 소비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보물찾기’를 하는 소비자들이 마케팅 관계자들 사이에서 ‘트레저헌터’로 명명되고 있고, 이들을 위한 기업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온ㆍ오프라인에서 다양한 판매채널이 등장했고,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제품과 구입장소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눈을 돌리고 있다.

서 교수는 이런 소비환경 변화 속에서 시간의 부족과 정보 탐색을 어렵게 느끼는 소비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중간에서 대신 정보를 제공해 주는 ‘쇼핑 도우미’라는 신종 직업이 조만간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컨대, 결혼예식이 점점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면서 ‘중간 정보상’(결혼컨설팅업체)이 성업을 이루는 것이 이를 반영한다.

서 교수는 해외여행이나 인터넷문화의 발달 역시 소비자들을 변화시키는데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은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풍성해지면서 눈높이가 높아지고 점차 고급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소비자들의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 기업 역시 제품 제작에 감성포인트를 추구하고 아트 마케팅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나의 예술작품 같은 물건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욕구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서 교수는 진화하는 소비자들의 즐거움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쇼핑몰은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수행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쇼핑을 위해 몰을 찾는 것이 아니라 ‘Having Fun(즐거움)’을 위해 몰로 간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이 같은 100인 100색의 소비 스타일이 웹 2.0시대로 들어서면서 소비의 개인화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Buying Where(쇼핑장소)’가 소비의 핵심이자 앞으로 소비 트렌드를 변화시키는 ‘축’이라고 지적한다. ‘일물다가’의 시대, 그리고 ‘채널 홍수’의 시대 속에서 소비자들의 도전과 진화는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글처럼 변하는 쇼핑 환경이 소비자들에게 ‘어떤 제품을 어디서 살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든 것이죠.”

서 교수는 기업들이 똑똑해지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소비자보다 한 발 더 앞서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소비자들이 진정한 왕이 되는 시대, 상품의 고급화와 유통 채널별 상품의 다각화가 기업이 살아남는 관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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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