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력 약하지만 불균형 발전 완화에 큰 도움… '제3섹터'로서 잠재력도 무궁무진

짧은 역사와 척박한 토양에서 어렵게 싹이 튼 한국의 사회적기업은 중대한 전환기에 들어섰다. 올해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돼 제도적 지원 환경이 마련된 데 이어 10월 중 정부가 인증하는 사회적기업도 탄생한다.

그러나 기존의 사회적기업들이 경영주체의 특성에 따라 구구각색 운영되는 등 지금까지 궤적을 감안하면 사회적기업의 앞날을 섣불리 낙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사회적기업지원센터 김홍일 소장(성공회 신부)에게서 사회적기업의 의의와 발전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목적과 경제적 목적을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입니다. 이윤이 발생하지 않으면 작동을 멈추는 영리기업과 달리 사회에 이익을 가져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지요.”

김 소장은 오늘날 사회적기업이 가지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고 강조한다. 특히 정부와 기업 모두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사회 양극화와 불균형발전의 문제를 제3섹터(NGO)인 사회적기업이 담당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사회적기업지원센터는 2005년 설립된 시민단체다. 외환위기 당시 만들어진 ‘노동자기업인수지원센터’가 전신(前身)이다. 과거 실직 노동자의 취업을 알선하던 데서 지금은 협동조합, 노동자 관리, 사회적기업 지원 등으로 영역이 확대됐다.

특히 사회적기업과 관련해서는 컨설팅과 모니터링, 자료조사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13개로 나뉘어 있는 사회적기업 관련 단체를 정기적으로 소집해 세미나와 정책관련 회의를 주최한다.

“한국의 사회적기업은 90년대 초반 빈민지역 생산공동체 운동에서 시작됐습니다. 이후 외환위기 때 실업문제와 맞물리면서 사회적기업을 제도화하는 운동으로 발전했지요.”

김 소장은 국내 사회적기업은 유럽과 미국의 중간적 형태라는 견해를 보였다.

정부가 사회복지 서비스의 일부를 민간에 일임하면서 정부와 시민사회가 연대한 유럽형과 기업이 자금을 제공하는 미국형이 절충됐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경제(Social Economy)의 뿌리가 깊은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은 많이 거슬러 올라가봐야 고작 20~30년의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지원센터에서 컨설팅을 해보면 국내 사회적기업의 규모가 너무 작다는 게 문제라는 점을 자주 느낍니다. 기업후원 등의 외부 지원이 없으면 스스로 꾸려갈 수 있는 자생력도 거의 없지요.

또한 다른 나라는 사회적기업이 먼저 생겨나고 그 기업들이 정부에 요구해서 관련 법안이 제정된 경우가 대부분인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사회적기업의 실체가 미미한 터에 법이 먼저 만들어졌습니다. 그만큼 사회적기업이 정부 정책에 의해 많이 좌지우지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죠.”

김 소장은 지역사회의 환경에 맞게 일자리가 개발되고 여기서 얻어지는 수익이 다시 지역으로 환원되는 게 바람직한 사회적기업의 모습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그는 기업이 기금을 조성해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업이 사업제안서를 심사한 뒤 기금에서 지원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노동부와 보건복지부 등 여기저기 분산된 사회적기업 관련 정부부처를 통합해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국가는 기본적인 국민복지를 보장하지만 모든 부분을 책임질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시민사회 안에서 대안적인 시도를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기업을 육성할 필요가 절실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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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