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제조업체 위캔, 장애인 직접 고용… 사회 참여의 기회넓혀장애아동 통합관리기관 세종 "보육에서 취업까지 다 책임집니다"

사회복지법인 위캔의 조진원 원장 수녀.
국내 사회적기업은 크게 사회서비스 제공과 일자리 창출 유형으로 나뉜다. 이 두 가지 역할을 병행하는 복합적인 형태의 사회적기업도 존재한다. 국내서 사회적기업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는 1990년대 후반이다. 외환위기 이후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시민단체가 설립한 일부 비영리 법인들이 모태가 됐다.

유기농 쿠키 제조업체 위캔과 장애인 교육 및 취업알선 기관인 세종장애아동후원회 역시 이런 비영리 법인에 뿌리를 둔 사회적기업이다. 이들 업체는 2000년대 초반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비교적 알찬 운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두 업체를 찾아가 이제 막 여명기를 벗어나고 있는 국내 사회적기업의 실태를 살펴봤다.

■ 위캔, 대한민국 최고 유기농 쿠키 자긍심

“장애인의 삶의 질은 돈으로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장애인들에게도 일할 기회를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위캔을 운영하게 됐습니다.”

경기 고양에 위치한 사회복지법인 위캔의 조진원 원장(수녀)은 위캔을 설립한 취지를 이 같이 설명했다. 2000년 문을 연 위캔은 정신지체장애인 40명이 일하는 유기농 쿠키 제조업체다. 직업재활사 14명도 함께 근무하고 있다. 운영 취지로 볼 때 위캔은 일자리 창출형 사회적기업에 가깝다.

쿠키 반죽, 성형, 포장 등 각 역할에 맞는 능력을 지닌 장애인을 선발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동안 업무 교육을 시켜 현장에 투입한다. 장애인들이 받는 월급은 한 달에 80만원 정도. 직업교육이 끝나기 전에는 ‘직업훈련생’ 신분이어서 이보다 임금이 약간 낮다. 김동주 사무국장은 “취직을 하고 월급을 받으면서 (장애인) 직원들이 자신감에 넘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위캔은 여느 장애인 고용시설과 달리 근무시간 앞뒤로 장애인 근로자에게 ‘치료공동체’라는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점이 눈길을 끈다. 치료공동체는 미국에서 개발된 약물남용 치료방법을 정신지체장애인 치료용으로 적합하게 바꾼 프로그램이다. 장애인들에게 사회성을 가르쳐 자신감을 심어주고 공동체 안에서 지켜야 할 예절을 알려준다.

위캔 직원들은 오전 9시 출근 후 가장 먼저 ‘아침모임’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만남을 갖는다. 이때 ‘칭찬보따리’(칭찬 후 포옹해주며 격려), ‘신나요’(정해진 사람이 뉴스나 책에서 본 좋은 글을 발표) 등의 행사로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든 뒤 본격적인 근무를 시작한다.

위캔은 유기농 쿠키를 자랑거리로 내세우는 업체답게 밀가루 등 모든 재료는 엄선된 국산만을 사용하고 방부제는 쓰지 않는다. 감미료도 설탕이 전부다. 쿠키에 들어가는 허브 역시 그늘에서 직접 말려 사용한다. 직원들은 쿠키 제조가 끝나는 오후 5시 이후에는 청소와 설거지 등 각자 역할에 맞는 ‘뒷정리’를 하면서 거듭 사회성을 기른다.

위캔의 홈페이지(www.wecan.or.kr)를 보면 ‘예전보다 바삭한 맛이 떨어진다’는 고객의 질문에 ‘고객들이 좋은 먹을 거리를 선호해 설탕 양을 줄이고 마가린 대신 버터를 사용해서 질감이 촉촉해졌다’는 친절한 답변이 올려져 있다. 고객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쿠키의 유통기한은 3개월로 짧은 편이다. 유기농 원료를 쓰기 때문이다. 위캔은 한국생협연합회와 민우회, 올가 홀 푸드와 같이 다른 사회적기업이나 유기농 식재료 유통점을 판매망으로 이용한다. 지난 9월에는 현대홈쇼핑이 운영하는 온라인쇼핑몰 H몰에 입점하기도 했다.

“소비자들 중에는 장애인이 만든 음식이라며 꺼려 하는 경우가 더러 있더군요. 하지만 우리나라에 위캔만큼 맛있고 좋은 쿠키는 없다고 생각하셔도 좋을 만큼 품질 하나는 자신 있습니다.”

사업상의 애로사항은 일부 소비자들의 색안경만이 아니다. 김동주 사무국장은 “아직 브랜드가 알려져 있지 않아 판매망을 만드는 게 가장 어렵다”고 토로했다.

위캔을 이끌어가는 조진원 원장도 그 점이 늘 안타까웠던 모양이다. “원래 제가 내성적이라 인터뷰하는 걸 싫어해요. 하지만 쿠키를 팔기 위해서라면 이제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쿠키를 많이 팔아야 직원도 더 뽑고 월급도 더 줄 수 있으니까요.”

■ 세종, 장애우 평생관리 서비스 눈길

세종장애아동후원회(이하 세종)는 장애아동 교육과 보육, 취업을 통합 관리하는 비영리 법인이다. 공부방, 보육실, 식당과 세탁소 운영 등 일자리 창출과 사회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통합형 사회적기업이다. 2001년 경기 안양에서 설립돼 고양, 수원 등 지역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왔다.

“장애인과 그 가족들도 나름대로 사회에 기여하면서 구성원으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습니다. 그런 장애인들에게 통합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가족에게는 일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게 중요합니다.”

이곳 살림살이를 맡고 있는 방대진 사무국장은 “많은 장애인 가족들이 자립을 원하기 때문에 세종은 정부의 도움을 받지 않는 민간단체로 등록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의 가장 큰 특징은 장애인을 대상으로 유년기부터 교육과 보육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 성인이 되면 일자리를 찾아줘 사회생활을 함께 하도록 이끌어준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장애인을 위한 생애관리 시스템을 구축한 셈이다.

방대진 세종 사무국장.

장애아동 통합지원센터는 보육 및 교육서비스 사업과 자립활동지원 사업, 사회통합 사업 등 크게 세 가지 사업을 펼친다. 초등학생부터 중고교생까지 방과후 지도도 한다. 사회적 ‘기업’인 만큼 수익모델도 견실한 편이다. 장애아 통합버스 이용에는 월 5만원, 방과후 지도는 월 20만원 선의 보육료를 받고 있다.

이곳에서는 교사 1명이 아이들의 장애 정도에 따라 3~8명씩 맡아 교육을 하고 있다. 세종의 교육과 보육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하는 한 주부는 “장애아를 둔 부모는 치료비를 대기 위해 직업이 필요하지만 정작 아이를 돌보느라 취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세종은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어 일하기에도 좋은 것 같다”고 밝혔다.

세종은 장애아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 사업을 펼치면서 자연스럽게 일자리도 창출하고 있다. 보육교사 변미영 씨는 세종을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룬 경우다. 평범한 사무직 직원이던 그는 “유년시절 품었던 선생님의 꿈을 이곳에서 이뤘다”고 말한다.

세종은 자립활동 지원사업 차원에서 운영 중인 장애인 보호작업장에 고교를 졸업한 장애아들을 직접 고용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장애인 공동생활 가정을 운영하는 데 사용한다.

하지만 어려움도 없지 않다. 방대진 사무국장은 “장애인 보육 사업장의 경우 인근 주민들의 님비(혐오시설 기피심리) 현상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지역사회의 이해를 부탁했다.

그는 또 “사회적기업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가령 정부와 연계사업을 하게 되면 시너지 효과도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회적기업이 성공하려면 민관 공조체제가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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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