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선 정부-민간 연대로 사업 활발… 미국은 민간이 자발적 주도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의 명배우 폴 뉴먼은 1982년부터 색다른 ‘부업’을 하고 있다. ‘뉴먼즈 오운’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자신이 손수 만든 샐러드 드레싱을 판매하고 있는 것. 그가 만든 샐러드 드레싱은 빼어난 맛을 자랑하며 미국 전역에서 판매되고 있을 뿐 아니라 해외 수출까지 할 만큼 큰 성공을 거뒀다.

헌데 그는 뉴먼즈 오운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을 한 푼도 가져가지 않고 모든 이윤을 미국과 다른 나라의 수많은 자선단체에 전액 기부해 왔다. 1982년 이후 기부한 금액만 총 1억5,000만 달러에 이른다. 뉴먼즈 오운은 개인 소유의 일반 영리기업으로 운영되지만 수익 전액을 사회적 목적을 위해 사용함으로써 사회적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처럼 사회적기업은 설립자에 따라 또는 국가에 따라 다양한 운영 형태를 띤다. 외국의 사회적기업 현황을 살펴본다.

■ 이탈리아

1990년대 초반 사회적협동조합(Social Co-operatives)법이 통과하면서 사회적기업이라는 표현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현재 유럽 국가 중에서도 가장 활발하고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기업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적협동조합법은 협동조합의 형태를 사회보건 서비스 및 교육 서비스의 운영ㆍ관리(A형)와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 제공을 통한 노동통합(B형)의 두 유형으로 구분했다. B형은 종업원의 30% 이상을 취업취약계층으로 고용할 의무가 있으며, 그 대신 정부는 세제 혜택과 보조금 등을 제공한다.

노숙자ㆍ외국인ㆍ약물중독자 등을 위한 야간쉼터 관리, 청소 서비스, 생태지역 유지 및 관리 서비스, 공중목욕탕 관리 등의 사업을 하는 ‘라 스트라다 디 피아자 그랜드’라는 사회적기업이 유명하다.

■ 프랑스

다양한 형태의 협회, 협동조합, 민간단체들이 사회적기업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크게 취업취약계층의 노동시장 통합을 도와주는 단체와 지역밀착서비스(proximity services)를 제공하는 단체의 두 유형으로 나뉜다.

프랑스에서는 매우 다양한 조직이 사회적기업 제도 운영과 연관돼 있다. 중앙 정부의 고용사회연대주택부와 보건사회복지부가 총괄조정 역할을 하고, 국립고용안정센터(ANPE), 지역노동고용직업훈련국(DDTEFP), 지역보건사회국(DDASS) 등이 실제 업무를 담당한다. 아울러 노ㆍ사ㆍ정과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자활지원중앙협의회(CNIAE)와 지역단위 협의회(CDIAE)가 사회적기업의 지원군 구실을 한다.

가전제품을 재활용해 저렴한 가격으로 저소득층에게 판매하고 사후관리까지 책임지는 ‘앙비’라는 업체가 널리 알려져 있는 사회적기업이다.

■ 영국

통상산업부(DTI) 안에 사회적기업추진단(Social Enterprise Unit)를 두고 사회적기업 지원을 전담시키고 있다. 이 기구는 사회적기업의 활동에 장애가 되는 장벽을 제거하고 각종 정책을 수립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이밖에도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다양한 단체들이 존재한다. 피닉스 펀드, 채리티 은행 등이 사회적기업, 영세기업, 지역개발단체 등에 자금을 지원하고, 소셜펌즈 UK, 소셜엔터프라이즈 런던 등 기관이 사회적기업을 측면에서 돕고 있다.

잡지출판 및 판매를 통한 노숙자 재활과 자립 지원, 임시숙소 제공, 재취업 지원 등을 수행하는 ‘빅이슈’가 유명하다.

■ 미국

1990년대 들어 비영리단체들이 가장 큰 수익원이었던 정부 지원금이 줄어들자 재정적 불확실성을 타개하기 위해 상업적인 수익창출 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미국의 사회적기업은 수혜자들이 의존성과 굴욕감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 아울러 일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인식이 높아지면서 기업과 민간단체 간 협력이 증가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경영자 양성을 위해 60여개의 대학 및 고등교육기관에서 리더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호텔, 리조트, 공원 등 다중집합시설의 조경과 제빵ㆍ제과사업 등을 통해 장애인ㆍ노숙자 자활을 돕는 루비콘 프로그램즈가 많이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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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