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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愛세계] 성삼문 절명시에 나타난 삶과 죽음
2008년 서울대학교 모의고사 문항 1
역사비평보다 텍스트의 사실적 이해가 중요… 삶과 죽음을 단절 아닌 연속으로 파악해야



성삼문의 사당 ‘노은단’

■ '통조림 정보는 갖다 버려라'

유효기간이 길고 언제나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통조림 정보는 창의적인 사고를 방해한다. 따라서 기존에 알고 있는 지식이나 정보만을 가지고 단편적으로 2008년 서울대 모의고사 문항1을 접근한다면 서울대 논술의 벽을 결코 뛰어넘을 수 없다.

■ 知彼知己- 출제 경향 알아보기

서울대는 2008 수시 2학기 전형에만 1문항에 3시간 동안 2,500자 내외를 쓰는 기존 논술유형을 유지하고 정시부터는 크게 3문항에 세부논제를 추가하여 통합논술형식으로 총300분(5시간)동안 치러진다. 학생들은 그만큼 장시간 동안 다양한 문제를 풀어내야 하며 답안 분량도 4,000자 이상으로 많아졌기 때문에 논제파악 뿐만 아니라 시간 안배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이번 2008년 서울대 모의고사 문항1은 성삼문(成三問)의 절명시가 출제 되었다. 통합논술 취지에 맞춰 서울대뿐만 아니라 명문대학 모의논술문제에서도 시(詩)가 자주 등장하고 있으며 올해 수시·정시 문제에서도 출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금까지 타 대학 모의논술에서 시(詩)는 주제의식이나 다른 제시문들과의 연관성을 가지고 출제된 반면 서울대는 단일 문항으로 출제되었다.

2008서울대 모의논술 1번 문항의 효과적 접근방법

<2008 서울대 논술고사 문항 1 전문>

북소리 둥둥 울려

사람 목숨 재촉하네.

고개 돌려 바라보니

해도 지려 하는구나,

황천에는

주막 한 곳 없다 하니,

오늘 밤은

어느 집에 묵고 간담?

(擊鼓催人命 回頭日欲斜 黃泉無一店 今夜宿誰家)

<논제> 위의 시는 성삼문이 죽기 전에 쓴 절명시(絶命詩)이다. 이 시에 나타난 삶과 죽음 그리고 죽음 이후 세계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기술하시오.(400자 이내)

■ 논제 및 제시문 분석

이번 서울대 모의논술 문항1은 논술의 기본을 학생들이 인식하는 데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논술은 외워서 쓰는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기존의 배경지식은 문제를 다양하게 바라보는데 도움을 줄 뿐이지 그 배경지식 자체가 답이어서는 논술의 취지에 맞지 않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이 문제를 대부분의 학생들이 기존의 배경지식만을 가지고 도식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좋은 점수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누구나 다 아는 통조림 정보는 당연히 좋은 답이 될 수 없다.

이번 제시문은 성삼문의 절명시(絶命詩)가 출제되었다. 죽음에 임하는 담담한 심정을 시정으로 승화한 작품 또는 사육신의 한 사람으로써 단종만을 섬기겠다는 ‘忠臣不事二君’의 정신이 표현된 시(詩)라는 사실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잘 알고 있다. 또한 이러한 시를 이해할 때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절명시로써의 의미가 퇴색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배경지식이 오히려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에 경직된 사고를 낳을 수 있으며 창의적 발상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특히 서울대는 채점기준에서도 밝혔듯이 창의력의 범주에 다각적인 논의전개를 중요시하며 암묵적으로 가정된 전제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시(詩)를 통해 알고 있는 역사적 의미에 주목하기보다는 논제가 요구하는 주제의식에 초점을 맞춰 다각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가정된 전제에 대한 비판적 고찰의 관점에서 이 시를 이해해야 한다.

논제는 ‘삶과 죽음 그리고 죽음 이후 세계에 대한 작가의 생각’에 대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1행부터 4행까지는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북소리를 통해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으며 지는 해를 통해 자신의 죽음과 어둠을 교차시켜 운명적인 죽음의 상황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5행부터 8행까지의 내용은 죽음에 대한 공포와는 사뭇 거리가 멀다. 사형수들이 죽음 앞에서 애절하게 살려달라거나, 아니면 과거 드라마 대사처럼 ‘나 지금 떨고 있니?’정도의 나약한 모습은 찾을 수 없다.

그보다는 오히려 쉬어갈 주막 한 곳 없는 어디 먼 오지를 떠나는 나그네의 모습에 가깝다. 따라서 작가는 죽음 이후의 황천이라는 세계는 주막 한 곳 없는 삭막하고 불편한 공간이지 현실과 유리된 ‘단절의 공간’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특히 8행에서 보여주듯이 황천에는 주막이 없기 때문에 오늘 밤은 어디에서 쉬어야 할지 걱정하는 작가의 태도는 삶과 죽음을 떠남과 돌아옴의 연속선상에서 바라보고 있다. 자고나면 사라지는 신기루 같은 인생의 뒤안길에서 먼 여행을 준비하는 작가의 담담한 철학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 답안작성 이것만은 주의하자

서울대가 발표한 이 문제의 출제의도는 텍스트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자유로운 사고력 측정에 있다. 따라서 작품의 역사적 배경을 중심으로 한 역사비평보다는 텍스트를 중심으로 한 사실적 이해가 중요하다.

특히 문학작품은 논제와 관련된 작품을 선정하기 때문에 그 문학작품이 가지고 있는 전체적인 주제의식보다는 논제가 요구하는 관점과 다른 제시문들과의 연관성을 고려해서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울대는 채점 평에서 논제에 충실하지 않은 답안과 추상적이고 근거가 없는 답안을 가장 안 좋은 답안으로 평가했다. 따라서 논제가 요구하는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단절이 아닌 여행이라는 연속성의 관점에서 파악하고 그에 따른 근거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또한 400자 분량의 단문이라고 해서 논리적 구성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견해만 나열하는 것도 금물이다. 결국 이 문제의 핵심은 삶과 죽음 그리고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명확하게 작성하기 위한 논리적 타당성과 추론의 개연성에 있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입력시간 : 2007/11/07 13:10




이윤 우레카논술아카데미 성북캠퍼스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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