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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 '진실게임'] 두 어머니의 체험기 <하> 빗나간선택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특목고 가는 분위기에 휩쓸려 외고에 진학했지만 지금 일반고 전학 준비를 하고 있어요.”

서울의 한 외고에 다니는 1학년 딸을 둔 어머니 김 씨(42)가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다. 1학기 기말 고사에 이어 2학기 중간 고사를 마치고 마음을 굳혔다. 처음에는 공부 잘하는 상위권 학생들끼리 모여 있다 보니 상대적인 성적이 아니겠나 싶었고 ‘세상은 정말 넓다’라는 자극을 딸에게 줄 수 있으리라 믿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래서 SKY는커녕 서울 소재 대학이나 가겠느냐’라는 위기감이 엄습했다.

■ 화이팅만으로는 부족하다

딸은 중학교 시절 영어 학원 외에는 학원이나 과외를 별도로 시키지 않아도 자가 학습만으로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다. 외고에 들어가면 우수한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학교 수업만으로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는 ‘낭만적’ 생각을 했다.

오산이었다. 학교 수업만으로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수학 국어 학원을 보냈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외고 상위권 학생들은 이미 입학 전부터 고교 선행 학습이 된 학생들이라 출발점이 달랐다.

뒤늦었지만 쫓아갈 수 있으리라 자위하며 화이팅을 외쳤다. 그것도 판단 착오였다. 외고는 합격이 확정되는 순간, 스터디 그룹이 형성된다. 학생의 성적이나 선행의 정도, 부모의 경제적 여건이나 출신지역별로 그룹화된다. 그들에게는 중학교 때부터 익숙해진 문화였는지 모르지만, 어머니 김씨와 딸은 낯설어 망설였다.

뒤늦게 스터디 그룹에 합류를 시도했지만 그마저 여의치 않았다. 내신이 중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태라 원하는 그룹에 들어가는 게 쉽지도 않았고 게다가 합류한다 해도 과목당 월 100만원 수준의 고액 과외를 시킬 수가 없었다.

■ 그들만의 리그-상대적 박탈감

남편이 대기업 직원으로 남부럽지 않은 중산층이라 자부했는데 ‘그들만의 리그’에 가서는 소외감을 느꼈다. 기가 죽었다. 만 16살인 딸도 노골적으로 말은 안 하지만 외국을 안방 다니듯 드나든 친구들의 이야기를 할 때마다 어둡게 드리워진 표정이 드러났다.

더 중요한 건 딸이 학업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하는 모습이 점점 눈에 뜨이는 것이었다. 딸의 기를 죽이고 자신감을 상실케 하는 상황에서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외고 입학 후 가졌던 첫 학부모 설명회가 떠올랐다. “우리 아이는 의대 보내려고 합니다. 어떻게 공부시킬 건가요?”라고 학교에 당당하게(?) 요구하는 학부모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의대 보내려고 하면서 왜 외고에 보냈을까’ 황당해 했는데 학교 측은 오히려 “아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과 진학생을 위한 커리큘럼이 완비되어 있습니다” 라고 답변했다. 대부분 학부모들이 ‘당연한 거 아니냐’는 듯 고개를 끄덕거릴 때 ‘내가 비정상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 전학 결심은 살을 베어 내는 아픔

“전학 결심이 쉬운 건 아니었어요. 남들 다 가고 싶은 학교에 어렵게 합격했는데 중도 포기하는 게 솔직히 쉽지 않았고요. 일반고로 전학 가면 ‘왕따’를 당하는 케이스도 여러 번 보았거든요.”

2006년 외고에서 일반고 등으로 전학(자퇴 포함)한 학생은 754명. 외고생 중 3.4%에 불과하다. 일반고(0.8%)에 비해 높은 전학 비율이겠지만 외고 재학생과 학부모 대부분이 ‘전학’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것에 비하면 극히 소수다.

스스로 선택한 진로를 제 손으로 버리는 게 얼마나 큰 아픔인가. 외고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 학생들을 바라보면서 전학 결심이 흔들리기도 하고 어떤 외고생이 일반고로 전학 갔다가 ‘왕따’를 당해 다시 외고로 복귀했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 ‘두 번의 실패를 하는 건 아닌가’ 불안했다.

그래도 전학 결심을 굳혔다. 첫 단추를 잘못 끼었다고 주어진 현실에 안타까워할 수만은 없다. 외고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아직도 부러움 반, 질시 반에 가깝지만 ‘군중 속의 고독’이 더 외롭다는 걸 실감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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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7/11/07 13:12




홍덕기 교육칼럼리스트 beaba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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