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서울대 가라는 하늘의 계시인가 봐.”

올해 경기도 한 외고 특별전형에 떨어진 중3 여학생이 스스로를 위안하며 내?b는 푸념이다.

특목고 지망생과 학부모는 특목고에 진학할 경우, 일반고에 비해 내신이 불리해 서울대 가기가 어렵다는 걸 알고도 선택한다. 서울대가 여전히 진학 희망 1순위 대학임에도 불구하고 당장의 특목고 진학을 더 중시한다는 말이다.

거꾸로 말하면 ‘서울대에 못가도 상관없다’는 의식이 확산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 진학률은 급락, 지원율은 상승-

최근 10년간 서울 지역 특수목적고의 서울대 진학생 수가 99학년도 비교 내신제 폐지 이후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소재 특목고 경쟁률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온 현상이 이를 입증한다. <표 참조>

98학년도에 각각 163명ㆍ132명이던 대원외고ㆍ서울과학고의 서울대 합격자 수는 99학년도에 88명, 41명으로 대폭 줄었다. 2007학년도에는 대원외고 64명, 서울과학고 72명. 10년간 졸업자 수 대비 서울대 진학률을 비교해 보면 대윈외고는 37%에서 14.5%로, 서울과학고는 94%에서 51%로 떨어졌다. (서울대 합격자 수는 재수생 포함)

97년 당시 특목고생들의 무더기 전학 및 자퇴 사태가 벌어졌지만 그것도 잠시, 2년간 주춤하다가 특목고 인기는 되살아났다.

서울 소재 외고와 과학고 경쟁률은 1998학년도 평균 1.75 대 1에서 2000학년도 각각 3.05 대 1, 1.91 대 1로 오르더니 2008학년도는 각각 9.20 대 1, 2.67 대 1을 기록했다.

사설 학원 캐치프레이즈처럼 특목고가 ‘대세’로 휘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에서만 2000년 이후 외고 7개교, 과학고 2개교, 국제고 3개교 등 특목고가 12개나 신설된 점을 고려하면 단순 경쟁률 수치 이상의 선호도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중학교 상위권 학생들이 ‘고민이나 갈등 없이’ 특목고를 무조건 지원하고 있는 현상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분당의 모 중학교 교사는 “의사가 꿈인 학생을 제외하고 한 반에서 상위권 10명 내외가 특목고를 준비합니다”라고 중3 교실 분위기를 전하면서 “과거에는 갈까 말까 고민하는 학생들이 꽤 있었는데 요즘은 특목고 진학이 필수가 되어 가는 느낌 입니다”라고 밝혔다.

-서울대도 뒤늦게 특기자 전형 확대-

오히려 서울대가 위기의식(?)을 느꼈다. 그동안 민사고 등 자립형 사립고와 특목고 국제반의 우수 학생들이 미국 아이비(IVY)리그 등 외국 명문 대학으로 곧바로 진학하고 연ㆍ고대는 고교등급제 실시, 국제학부 신설 등으로 특목고생을 유치했다. 카이스트와 포항공대는 조기 졸업 과고생들을 적극적으로 불러 모았다.

올해 해외 명문대로 진학한 학생이 민사고 82명, 대원외고 77명 등 250여명. 또 내신 반영 비율이 높아진 현재의 입시전형 때문에 수능에서 언어 수학 등에서 모두 1등급을 받을 실력임에도 불구하고 서울대에 지원조차 못할 특목고생이 상당히 많다.

서울대도 2005년 입시부터 특기자 전형 선발을 확대하면서 특목고 특히 과학고생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특기자 선발 인원을 2005학년도 420명에서 518명(2006년도), 679명(2007년도), 929명(2008년도)으로 매년 늘렸다. 과학고는 올해 서울과학고 72명 등 총 268명이 합격했지만 내년에는 370명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3불(본고사, 고교 등급제, 기여 입학제) 정책과 내신 및 수능 등급제 등 대학입시 제도 변경에도 끄떡없는 특목고. 한국에서는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던 서울대에 대한 시선과 의식까지 바꾸게 하고 있고 서울대 입시 전형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러한 특목고의 인기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평준화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한계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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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덕기 교육칼럼리스트 beaba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