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 눈물 닦아주는 사회적기업 36곳 국내 최초 공식 출범정부, 공인 인증서 수여하고 적극 지원 나서

우리나라 최초의 공식적인 ‘사회적기업’이 11월20일 서울종합고용지원센터에서 인증식을 갖고 본격적인 대장정에 나섰다.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약자인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나 사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며, 이를 위해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ㆍ판매 등 영업활동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을 말한다.(본지 10월30일자 2195호 보도)

사회적 목적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정부나 시민단체의 기존 사회복지 서비스와 비슷하지만,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수익사업을 벌여 필요한 재원을 충당한다는 점에서 기업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유럽 등 복지 선진국에서는 1970년대 무렵부터 뿌리를 내려 국민경제 및 복지제도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에서도 선진국의 사회적기업과 유사한 형태의 단체나 조직이 일부 운영돼 왔지만 법적, 제도적으로 공식화된 것은 올해가 원년이다. 지난 7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바로 그 토대다.

사회적기업육성법에는 ▦경영 및 재정지원 ▦시설비 등 지원 ▦공공기관 우선구매 ▦세제 및 사회보험료 지원 등 사회적기업 정착을 위한 정부의 다양한 지원책이 명시돼 있다.

정부는 사회적기업육성법에 의거해 지난 7~9월 처음으로 사회적기업 인증 신청을 받았다. 이 기간 동안 신청서를 낸 기업은 전국적으로 약 120곳에 달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곳은 36개사. 이들은 약 3대1의 만만찮은 경쟁을 뚫은 셈이다.

인증 심사에 참여했던 한 민간위원은 “사업모델의 공익성뿐 아니라 수익성, 자생력 등 향후 기업활동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엄밀히 평가했다”며 “일방적인 시혜 차원의 복지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시장에서 일반 기업들과의 경쟁을 헤쳐나갈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번에 ‘국내 최초 사회적기업’이라는 역사적 타이틀을 얻은 36개사의 업종은 환경, 보건, 문화, 교육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하지만 사회적 목적을 수행한다는 점에서는 모두 한마음이다.

또한 이들 1기 사회적기업은 향후 국내 사회적기업 발전에 큰 방향타를 제시하는 중차대한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척박하기 그지없는 토양에서 이들이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곧 사회적기업의 성공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사회적기업 법안을 발의했던 우원식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은 “사회적기업 도입을 논의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게 사회적기업의 모델을 개발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며 “그런 까닭에 이번에 처음 출범하는 36개 기업은 사회적기업의 성공 모델로서 선구자적 역할을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적기업은 우리나라 초유의 실험이기 때문에 앞날을 쉽사리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사회적 목적과 영리추구라는 병존하기 힘든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점에서 사회적기업 운영주체의 치열한 도전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부산대 조영복 교수(경영학부)는 “사회적기업의 정착 여부는 결국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느냐 하는 데서 판가름 날 것”이라며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정부 지원을 받는 여타 복지단체와 다를 바 없어진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앞으로 사회적기업 인증 신청을 매 분기마다 받을 예정이다. 전국 각지의 고용지원센터가 신청서를 접수하는 창구다. 아울러 사회적기업이라는 명칭은 노동부에서 인증한 기업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이기권 노동부 고용정책관은 “인증을 받은 사회적기업에는 각종 혜택을 부여해 양적ㆍ질적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한편,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기업이 우리 사회에 계속 생겨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회적기업은 우리 사회에 대한 선물입니다.” 노동부가 사회적기업을 널리 알리기 위해 채택한 슬로건이다. 여기에는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국민 전체가 관심과 지지를 보내줘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사회적기업은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과 함께 숙제를 제시한 셈이다.

■ 사회적기업 지원하는 '세스넷' 창립

사회적기업 인증식이 열린 20일, 전국은행연합회 컨벤션홀에서는 사단법인 ‘사회적기업지원네트워크’(이하 세스넷ㆍ이사장 유승삼)의 창립식이 열려 눈길을 모았다.

세스넷은 사회 각 분야 전문가들의 경험과 전문성을 제공해 사회적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돕자는 취지로 발족한 단체다. “최고의 자선은 상대의 자립을 돕는 것”이 세스넷의 기본 철학이다.

세스넷은 경영, 세무, 회계, 법률, 홍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회원들이 자문과 컨설팅 등을 통해 사회적기업의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아울러 가능성 있는 사회적기업의 새로운 모델을 발굴해 지원하는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또한 이를 위해 자신의 노하우를 자발적으로 ‘기부’할 전문가 및 사회적 자원을 조직하는 동시에 사회적기업가를 교육하고 양성하는 일도 주요 사업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유승삼 이사장은 “우리 사회에는 돈을 내는 자선은 있지만 지식과 경험을 기부하는 문화는 아직 없다”며 “사회적기업을 위한 전문가들의 지식 제공은 새로운 기부문화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정선희 상임이사도 “아직 사회적기업을 위한 인적, 물적 자원이 매우 빈약한 게 우리 현실”이라며 “주류 시장에서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 일부만이라도 노하우를 지원하면 사회적기업이 일어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희망을 나타냈다.

■ 특이한 사회적기업 2題

▦ 노리단(대표 안석희)= 폐타이어, 파이프 등 산업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든 악기를 통해 문화적 소외계층에게 다가가는 등 ‘문화평등’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10대 청소년, 20대 마니아, 30대 전문가 그룹 등이 함께 동료로서 활동하면서 ‘회사 같은 학교’와 ‘교육하는 공연장’이라는 새로운 기업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현재 다양한 워크숍과 국내외 초청공연을 개최하고 있으며 해외에서 벤치마킹을 할 만큼 전문성을 인정받는다고 한다.

▦ 백두식품(대표 이춘삼)= 바야흐로 탈북자 1만 명 시대다. 이 회사는 남한 사회 정착을 위해 노력하는 새터민들에게 역할모델이 되고 싶은 새터민 6형제가 북한 특용식물인 느릅을 직수입해 느릅냉면과 느릅찐빵을 만들어 팔기 위해 세웠다. 올해 매출 목표만 해도 10억 원이다. 이들은 어려운 처지의 새터민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좀 더 돈을 벌면 탈북자지원센터를 건립하겠다는 소망도 갖고 있다.

■ 지역별 1차 사회적기업 인증 리스트

▦ 서울: (재)다솜이 재단, (재)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 사회복지법인 동천학원 근로시설 동천모자, (주)노리단, 사회복지법인 온누리복지재단 번동코이노니아 장애인보호작업시설, (주)알에프티앤지, (사)지구촌사랑나눔 부설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 (사)늘푸름 늘푸른직업재활원, 아낙과사람들

▦ 경기: 사회복지법인 위캔, 세종장애아동후원회 장애아동통합지원센터, (주)다산환경, (주)백두식품, (사)대한노인회 안성시지회, 열린사회, (주)함께일하는세상, (주)신형전자, (주)에코그린, (주)컴윈

▦ 인천: (사)서해주민센터 서해출산육아돌봄셈터, (사)실업극복국민운동인천본부 다사랑복지간병센터, 사회복지법인 손과손

▦ 대전: (사)엠마오호스피스회

▦ 대구: ㈜낙동강환경운동본부 환경개선사업단

▦ 부산: (사)안심생활, 금정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 금정요양병원

▦ 충북: ㈜미래이엔티, (사)충북사회교욱센터

▦ 강원: 원주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 환경지킴이운동본부

▦ 경북: 함께가는길, 사회복지법인 안동애명복지촌 참사랑보호작업장

▦ 경남: ㈜늘푸른자원

▦ 전북: (사)사랑의손길 새소망, 흙살림새벽공동체 영농조합법인

▦ 전남: 청람사회복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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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