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수중촬영장비 생산… 알루미늄 합금으로 견고한 카메라 만들어외국서도 호평… 수출유망 중소기업 선정

부산신항 컨테이너 부두공사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의 한 토목공사 전문 중견 기업은 지난 9월 바다 밑 대형관 연결공사를 하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크레인 기사가 바다 속을 볼 수 없어 관을 연결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이에 필요한 해외 장비는 고가(약 6억원)여서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

해결책을 모색하던 이 기업은 국내 유일의 수중촬영장비 전문업체인 ㈜파티마엔지니어링(대표 이용업)을 통해 두 가지 문제를 일거에 해결했다. 수중 카메라와 모니터를 활용해 대형관을 정확하게 연결했고, 장비 가격도 2,500만원으로 저렴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파티마엔지니어링의 그러한 기술력은 지난 6월 수중촬영장비 제조라는 특수 업종에서 수입대체를 위한 국산화에 성공하고, 나아가 수출까지 한다는 점을 인정받아 관련 업계 최초로 ‘수출유망 중소기업’으로 선정된 데서도 입증됐다.

파티마엔지니어링이 국내에서 불모지였던 수중촬영장비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이용업 대표의 고집스런 외곬 삶이 크게 작용했다. 중학교 음악교사이던 이 대표는 수중사진에 매료되어 스쿠버다이빙을 시작했다가 1998년 사표를 내고 직접 수중촬영장비를 취급하는 전문점 ‘만포수중영상’을 열었다.

“IMF 사태로 경제가 불안한 상황에서 교사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포기하는데 대해 반대가 많았지만 흥미 있는 분야이고 필수적인 장비를 수입에만 의존하는 것이 못마땅해 도전을 하게 됐죠.”

■ 중학교 음악선생님에서 사업가로

이 대표는 사업 초기 주로 외국 제품을 국내에 보급하고 교육, 애프터서비스 사업에 역점을 두다가 점차 촬영장비에 필요한 소모품이나 액세서리 등을 직접 제조하기 시작했다. 필름 카메라를 대신해 디지털 카메라가 보편화하면서 본체 쪽에도 손을 대 수중비디오 라이트, 모니터 하우징 등 방수 기술과 전기, 전자 기술이 필요한 영역까지 개척하였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것이기에 전례가 없었고 장비를 파는 외국에서는 사소한 것 하나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질문하면 답이 없고, 왜 알려고 하느냐 하는 식으로 외면했죠. 중요한 코팅 문제를 해결하는데 1년 반이 걸리기까지 했어요.”

국내에 도금, 코팅, 페인트 전문가는 많았지만 수중에서 그러한 분야에 정통한 사람은 찾기 어려웠다. 결국 이 대표 혼자 연구하고 개발하고 문제를 풀어갈 수 밖에 없었다.

이 대표는 2003년 상호를 ㈜파티마 수중영상&엔지니어링으로 변경하면서 독자적으로 하우징 제조에 도전했다. 서울 면목동에 공장과 사무실, 그리고 자택을 겸한 사옥을 세워 본격적으로 디지털 카메라 하우징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침내 그해 6월 카메라용 파티마 5050 알루미늄 하우징(P5060)을 개발했고, 생산량이 모두 팔릴 정도로 대박을 터뜨렸다.

알루미늄 합금 원자재를 직접 가공하여 제작한 이 하우징은 견고하며, 수중에서 카메라 기능을 거의 대부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서 수중 사진 초보자들은 물론 전문가들도 만족할만한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장비 가격은 기존 제품의 절반 수준을 밑돌아 스쿠버다이빙 인구의 증가와 함께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2004년 5월에는 카메라용 파티마 5060 하우징(P5060)을 개발했고, 수중비디오 촬영을 위한 HID 라이트도 개발했다. 그해 7월에는 비디오 카메라용 하우징(PV60)도 개발해 디지털 카메라, 비디오 카메라, 라이트 시스템 등 수중촬영 장비의 모든 분야에서 국산화를 실현했다.

■ 제품 국산화 성공까지 고난의 연속

파티마 엔지니어링은 2005년 3월 ADEX(아시아 다이빙 엑스포) 쇼에 참가하면서 처음 해외 수출을 시도했고, 그해 10월 DEMA(세계 다이빙 엑스포) 쇼에 참가하면서 본격적인 해외 수출이 성사되었다.

“종래 해외의 수중장비는 몰드형 하우징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반해 파티마 장비는 단단한 알루미늄을 깎아서 만들어 튼튼하면서도 가격이 저렴해 외국 바이어들의 인기가 높았죠. 저희 제품에 대해 아시아 바이어들이 가격경쟁력에 주목한다면 외국, 특히 유럽쪽은 제품의 견고성에 점수를 주었어요.”

이 대표는 작년 1월 ㈜파티마 엔지니어링으로 상호를 변경하면서 독자적인 영업과 마케팅을 시작했다. 그러기까지 적지 않은 투자비가 들어갔다. “디지털 제품은 6개월이면 모델이 교체되기 때문에 그에 맞춰 하우징을 생산하려면 끊임없이 개발비가 들어갈 수 밖에 없어요. 지금까지 엄청난 투자비를 쏟아부었는데 집안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죠.”

파티마는 2006년을 기점으로 수출이 꾸준하게 증가하면서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 섰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수중장비 40만 달러를 수출했고 향후 전망도 좋아 중소기업청과 서울시 수출지원센터로부터 수출유망 중소기업으로 선정됐다.

“심사가 아주 까다로웠는데 막상 선정이 돼 2009년 5월 말까지 정부로부터 여러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내수 시장은 물론 수출에도 큰 힘이 될 겁니다.” 이 대표는 올해 파티마 엔지니어링의 수출이 70만 달러에 이르고 내년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수중 카메라, 파티마 수중비디오 하우징.

“현재 세계에서 수중촬영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는 미국 3곳, 일본 2곳, 유럽 3곳 등 모두 8곳으로 대부분 주물방식으로 생산하는데 반해 우리 것은 컴퓨터 로봇으로 깎아서 만드는 기계가공방식이기 때문에 튼튼하고 수요 변화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죠.다만, 디자인 부분은 보완이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파티마 엔지니어링의 수중촬영장비가 특수 영역에 활용되면서 더욱 주목 받고 있다. 앞서 수중 공사 뿐만 아니라 국방과학연구원, 한국해양연구소, 119 구조대, 가두리 양식 등에 다양하게 쓰이고 있는 것.

국방과학연구원은 국산 어뢰를 시험하는데 파티마의 장비를 활용하고 있으며, 가두리 양식장에선 수중장비를 설치해 물고기의 상태를 먼 거리에서도 관찰할 수 있게 됐다.

“독일 소방서에서 우리의 튼튼한 라이트 장비에 관심을 보인 적이 있어요.또한 외국은 수중촬영장비가 다이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어 앞으로 특수분야 진출을 적극적으로 도모할 계획입니다.”

이 대표는 국내 처음으로 <한국해양생물사진도감>(2001년)을 출간했을 뿐만 아니라, 다이버를 위한 <수중사진술>(2003년), <수중비디오촬영>(2005년) 등 수중촬영과 관련된 책을 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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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