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오류… 합격자 누락… 협회 안일한 대응"전문성 높이려는 시험이 오히려 걸림돌"거듭되는 잡음에 수험생들 분노 들끊어

“구렁이 담 넘어가듯 어영부영 넘어가더니 결국 일을 이 지경으로까지 만들었어요.” “돈만 챙기면 된다는 식인 것 같아요.” “저는 처음으로 꿈을 포기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5회 바리스타 자격 필기시험이 지난해 11월 10일에 실시됐다. 그러나 이날 시험에 응시한 사람들의 비난은 여전히 거세기만 하다. 집단으로 협의회 홈페이지에 항의성 글을 올리는가 하면 일부 응시자들은 협의회 측에 책임을 물어 관계자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바리스타’의 인기만큼이나 심각해져 가는 자격시험의 문제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커피문화가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면서 최상의 커피로 고객 만족을 실현하려는 ‘바리스타’가 각광 받기 시작했다.

이에 커피 관계자들이 뜻을 모아 2005년 9월 한국커피교육협의회를 구성했고, 민간자격증으로 바리스타 자격증을 만들었다. 2005년 11월 첫번째 바리스타 자격시험이 치러진 이래 지금까지 5번의 자격시험이 실시됐지만 계속해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시험의 공신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최근 치러진 제 5회 바리스타 자격 필기시험의 경우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 시험문제 출제 오류

1시간 동안 4지선다형문제 60문항을 풀어야 하는 필기시험에서 2문항이 답이 정확하지 않은 문제로 출제됐다. 혼란을 겪은 수험생들의 항의가 빗발쳤지만 정작 협의회 측은 기다리라는 말만 늘어놓으며 무성의한 반응으로 일관했다.

응시자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협의회는 결국 물의를 빚은 31번과 45번 문제를 모두 정답으로 처리해줌으로써 사태를 일단락 시켰다.

사실 이번 필기시험의 문제 오류는 예견된 일이나 다름없다. 애초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협의회 측의 안일한 대응이 결국 일을 키운 것이다.

협의회는 응시자들이 효율적으로 시험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예상기출문제집을 만들어 판매해 왔다. 실제 필기시험 문제들 가운데 70%는 예상기출문제집의 문제를 활용해 출제가 된다.

그러나 이 문제집에서부터 벌써 수십 개의 문제 오류가 지적된 것이다. 수험생들의 문의가 잇달았지만 협의회는 잘못된 문제를 즉시 수정하기는커녕 확인절차조차 거치지 않았다. 수험생들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으로 방치한 셈이다.

보다 못한 현직 바리스타가 시험 하루 전날 문제 오류 일부를 수정해 직접 홈페이지에 게재했지만 이를 미처 확인하지 못한 수험생들은 틀린 정보를 갖고 시험을 볼 수밖에 없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제 5회 바리스타 자격 필기시험을 치른 김모(26·남)씨는 “차라리 예상문제집을 보지 않고 시험을 치렀더라면 오히려 합격했을지도 모른다”며 “15,000원이나 하는 부담스러운 가격에 일반 서점에서는 판매도 안 해 어렵게 구입했는데 너무 후회 된다”고 말했다.

■ 합격자 누락

문제는 비단 이것 뿐만이 아니다. 가까스로 시험문제의 오류가 해결되는 듯 싶더니 합격자가 누락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제 5회 바리스타 자격 필기시험은 2,545명의 응시자 가운데 1,381명이 합격을 했다.

그러나 합격을 예상했던 일부 응시자들이 불합격 처리가 됐다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자 재검토에 들어간 협의회는 16명의 합격자가 불합격 처리가 된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누락된 추가합격자를 포함한 합격자 명단을 재발표 했지만 이미 커질 데로 커진 비난여론을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협의회 측에 이의를 제기했던 응시생 이 모씨는 “자체채점 후 합격을 확신했는데 합격 명단에는 내 이름이 없었다”며 “협의회 측은 항의를 받고 채점실수는 인정했지만 즉시 수정은 불가능하다며 문제해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합격은 했지만 앞으로 협의회 측에서 공지하는 사항은 신뢰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 이 씨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밖에도 협의회는 사전 공지 없이 시험일정을 늦추거나 변경하는 등 단체의 편의에 따라 일 처리를 하는 경우가 많아 응시생들을 고려하지 않는 운영문제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예상문제집의 완성도가 부족하다거나 필기시험문제의 정확성이 떨어진다거나 하는 문제는 이미 4회 때도 지적을 받았던 부분이고, 협의회 측의 무성의한 대응, 허술한 관리, 채점의 공정성 부족 등은 설립 초창기부터 매 시험마다 거론돼 온 고질적인 문제다.

바리스타 일을 하는데 자격증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바리스타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응시자들은 “협의회의 무성의하고 허술한 관리는 오히려 바리스타 자격증의 공신력을 더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며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운영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한국커피교육협의회 한 관계자는 “바리스타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들이 갑자기 몰리는 바람에 이런 문제들이 발생한 것 같다”며 “앞으로 지속적인 관리와 철저한 사전준비를 통해 문제가 커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게끔 협의회 인력을 확충하고, 문제출제와 채점기준을 명확히 함으로써 신뢰도를 높여 자격시험의 공신력을 키우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자격연구본부 박종성 박사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비롯해 민간자격증에 대해 언급하며 “민간자격증의 경우 정부의 관리 없이 전적으로 민간자격 검증기관 책임 하에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준비가 안 돼 있어도 쉽게 민간 자격증 신설이 가능해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또 “바리스타 자격증은 물론 계속해서 불거지는 민간자격증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올해 민간자격증과 관련한 ‘등록제’가 시행될 예정이다”며 “등록제가 도입되면 민간자격증의 관리가 가능해지고 자격증의 공신력 또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등록제 시행이 앞으로 민간자격증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좀 더 지켜 봐야 할 것이다.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