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용한 남성 95%가 치료 효과… 부부 성생활 만족도 높아져 자신감 쑥쑥전세계 고개숙인 남성 3,500만명에게'복음'…배우자들도 대만족

비아그라 탄생 10년, 18억 정 소비…1초에 6명 복용
미국 대통령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적도 있는 거물 정치인 밥 돌 전 상원의원은 1998년 5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깜짝 고백’을 했다. 자신이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의 임상시험에 참가했었다는 사실을 털어놓은 것. 그는 아울러 “발기부전에 대해 의사와 상의하라. 조금만 용기를 내면 된다”라며 고개 숙인 남성들에게 따뜻한 조언도 건넸다.

이 인터뷰는 미국에서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유력 정치인이 ‘허리 아래 이야기’를, 그것도 방송에서 내뱉는다는 것은 너무나 이례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밥 돌의 용기 덕분에 발기부전 문제는 음지에서 양지로 당당하게 걸어 나올 수 있었다.

세계 최초의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인 화이자제약의 비아그라(성분명 실데나필)가 지난 3월27일로 탄생 10주년을 맞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비아그라의 10년이 꼭 그렇다. 아니, 강산만 변한 게 아니라 사람들의 성(性)에 대한 인식과 태도도 확 바뀌었다.

비아그라 탄생 이전만 하더라도 발기부전은 ‘신의 저주’, ‘나이 들면 으레 생기는 현상’ 등으로 치부됐지만 이제는 ‘얼마든지 치유 가능한 질환’으로 다시 규정됐다. 뿐만 아니라 비아그라는 남성 성기능 장애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켜 ‘중년의 건강한 성생활’을 사회적 이슈로 부각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비아그라의 탄생에 얽힌 에피소드도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비아그라는 당초 협심증 치료 약물로 개발됐다. 1986년 화이자제약 연구원들은 PDE-5라는 효소를 억제하면 혈관 저항과 혈소판 응집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수백 가지의 화합물을 시험한 끝에 1989년 12월 마침내 PDE-5 효소를 강력히 억제하는 유망 물질을 찾아냈다.

그런데 이 물질, 즉 실데나필의 임상시험 과정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얻게 된다. 실데나필을 투여한 피실험자 상당수가 발기 현상을 보고한 것이다. 화이자제약은 실데나필이 협심증 치료제로서는 약효가 크지 않다고 판단, 발기부전 치료제 개발로 방향을 확 틀었다.

1993년 16명의 발기부전 환자들을 상대로 한 임상시험에서 실데나필이 발기부전 치료에 상당한 효과가 있음이 확인됐고, 이어 1994년에는 하루 한 알만 복용해도 발기를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화이자제약은 대박 예감에 쾌재를 불렀다. 20세기 최후의 위대한 발명품으로까지 찬사를 받는 ‘마법의 파란 알약’은 이렇게 해서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비아그라는 1998년 3월27일 첫 출시 이후 10년 동안 18억 정이나 팔려나갔다. 또한 세계 120여개 나라의 약 3,500만 명의 남성이 비아그라의 은총을 받았다. 지금도 1초당 6정이 소비될 만큼 발기부전 치료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치료제다. 비아그라의 주성분인 실데나필은 발기부전 치료 외에도 폐동맥 고혈압, 고산증, 임신 중독증, 심근 비대 등 다른 질환 치료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렇다면 비아그라를 복용한 남성들과 배우자들은 약효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할까. 한국화이자제약이 중앙대 의대 비뇨기과 김세철 교수의 자문을 받아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비아그라를 “젊음을 되찾아준 신의 선물”, “남자의 위신을 세워준 약”, “남편의 기를 살려주는 약”, “발기부전 환자의 희망” 등으로 표현하는 등 상당수가 극찬을 했다.

실제 비아그라를 복용한 남성의 95%가 치료에 만족했다고 답했으며, 배우자 역시 98%의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눈길을 끄는 것은 남성의 만족도가 비아그라 복용 초기부터 지속된 데 비해, 배우자는 치료 기간 동안 만족도가 계속 상승했다는 점이다. 즉 비아그라가 남성은 물론 그 배우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도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비아그라 복용에 대한 만족감은 일상생활에 대한 만족감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남성은 성생활 만족도가 복용 이전 52점에서 복용 이후 86점으로 급증했으며 자신감도 60점에서 89점으로 크게 올랐다. 배우자 역시 성생활 만족도가 55점에서 87점으로 상승한 것은 물론 남편과의 전반적 관계도 63점에서 87점으로 개선됐다고 답변했다.

비아그라를 처방했던 의사들의 만족도 역시 매우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세철 교수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의사들의 98%가 비아그라에 대해 전반적으로 만족하고 있다고 답변했으며, 특히 발기의 강직도에 대한 만족도도 96%에 달해 강력한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비아그라가 출시된 이후 의약품 시장에서는 인간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이른바 ‘해피메이커’(Happy Maker)의 급성장도 눈에 띄었다. 비아그라를 통해 사람들의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욕구가 확인되면서 비만 치료제, 대머리 치료제, 골다공증 치료제 등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QOL(Quality of Life: 삶의 질 개선) 의약품 시장은 2010년께 전체 의약품 시장의 10%를 점유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비아그라는 지난 10년 동안 단순한 치료제 이상의 영향력을 인류사회에 행사해 왔다. 중년의 부부에게 건강한 성생활을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성혁명을 이끌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화이자제약 이동수 전무는 “비아그라는 발기부전으로 고민하던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의사를 찾아 자신감을 되찾도록 하는 등 남성 건강과 웰빙에 기여해 왔다는 점에서 10주년의 의미가 더욱 깊다”고 밝혔다.

■ 비아그라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고찰

전북대 채수홍 교수

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채수홍 교수는 한국문화인류학회지에 발표한 ‘발기부전 환자와 비아그라를 통해 본 한국남성의 남성성’이라는 논문에서 비아그라(여타 발기부전 치료제를 포함)가 피임약과 함께 인류의 성문화에 단기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약품으로 평가했다. 피임약이 여성의 몸을 통제할 수단을 제공했다면 비아그라는 남성의 몸을 통제할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성문화의 변화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채 교수는 비아그라가 발기부전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변화시켜 남성성과 남성의 성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담론, 실천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그에 따르면 비아그라는 남성의 취약함과 부끄러움을 공적인 무대의 전면에 등장시킴으로써 남성의 정상적인 성(sexuality)에 대한 관념을 사회적으로 새롭게 재구성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비아그라가 획기적인 반응을 일으킨 것은 무엇보다 치료의 편의성 덕분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음경 해면체에 주사를 맞는 치료법은 두렵고 번거롭다. 또한 보형물 수술요법은 반영구적이지만 수술에 따르는 위험과 만만찮은 수술비가 부담이다. 반면 비아그라는 알약 하나만을 삼킴으로써 발기할 수 있다는 편의성으로 가히 ‘혁명’을 일으킬 수 있었다.

기존의 성기/삽입 중심의 성관념을 바탕으로 발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발기가 삶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남성중심의 시각으로 부각시킨 것 또한 비아그라의 상업적 성공과 무관할 수 없다.

이런 구조 속에서 의사들은 과거 ‘범상한 불편함’(common illness) 정도로 간주했던 발기부전을 이제 ‘비정상적인 장애’로 규정하고 있다. 그 때문에 ‘정상적인 발기부전 남성’들이 ‘비정상적인 발기가능 남성’으로 바뀌었다.

어쨌든 발기부전 환자는 남성으로서 자신의 존재와 자아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을 갖게 됐다. 여성들 역시 비아그라를 매개로 한 남성중심의 성담론과 실천에 ‘전략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그러나 비아그라에 의존하는 남성성이 자연스러울 수는 없다. 인공적인 수단에 의한 남성성은 오히려 취약한 남성성을 드러내는 역설로 이어진다. 채 교수는 “비아그라는 한국의 남성성을 드러내는 리트머스 용지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으며 동시에 이를 변화시키는 촉매 작용도 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비아그라는 엄연한 치료제로 오남용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비아그라 홍보우먼 3총사.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