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한 공기업 조직문화에 메스… 경쟁력 강화·대고객 서비스 제고에 몰두

박세흠 사장과 직원들이 사업부제에 대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공기업인 대한주택공사(박세흠 사장ㆍ이하 주공)의 4단계 혁신 프로젝트와 고객중심 경영이 눈길을 끌고 있다. 공기업 특유의 방만하고 느슨한 조직문화에 메스를 가해 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기업으로 거듭나는 한편 대국민 서비스 강화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우선 공기업 최초로 직능별 조직을 사업 유형별 사업부제로 전환한 ‘조직혁신’이 눈에 띈다. 이는 창립 45년 만에 단행한 최대 변혁이라는 평가다. 이에 따라 본사 조직은 부사장 겸 기획혁신본부, 주거복지사업본부, 임대주택사업본부, 도시개발사업본부, 개발사업본부, 도시재생사업본부 등 6개 본부 체제로 재편됐고 6명의 상임이사가 각각의 사업부문을 관장하도록 했다.

상임이사들은 사장과의 경영계약을 통해 사업본부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예산 및 인사권 등을 행사하는 한편 경영성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게 됐다.

지역 본부 편제도 본사 조직개편에 맞춰 주거복지사업팀, 임대주택사업팀, 분양주택사업팀, 택지사업팀, 도시재생사업팀 등으로 바뀌었으며 건설현장 역시 해당 사업본부의 지휘를 받도록 했다.

연공서열 중심의 평가 및 승진 관행을 완화하고 능력 있는 직원을 중용할 수 있도록 한 ‘인사혁신’도 조직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가령 2급 승진 때 전제가 되는 3급 경력평정기간이 예전의 6년에서 4년으로 단축됐다. 탁월한 성과를 보이는 직원은 조기에 발탁될 수 있는 것이다. 조직화합 및 직종간 승진 불균형 해소를 위해 직종전환제도 시범적으로 실시한 뒤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주공은 ‘기업문화혁신’에도 열성을 보이고 있다. 직원들의 청렴도와 혁신 마인드를 제고하기 위해 최고경영자가 수시로 메일을 발송해 혁신을 독려하는가 하면, 임직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자율적 혁신을 이끌어내는 촉매제로서 모든 부서에 혁신선도팀을 운영하고 있다.

혁신선도팀은 부서 내 혁신과제를 수행하고 회의 및 토론회 등을 주관하며 모든 직원이 자연스럽게 혁신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맡는다.

4단계 혁신 프로젝트의 마무리는 시스템혁신이다.

말하자면 혁신이 일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게끔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주공은 모토롤라에서 시작해 GE에서 화려하게 꽃을 피운 혁신 도구인 ‘6시그마’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중장기적인 혁신 로드맵 작성, 신경영 전략과 연계된 혁신비전 수립, 주공을 대표하는 혁신브랜드 개발 등을 주요과제로 삼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도 직원 모두가 쉽사리 혁신에 참여할 수 있는 종합적인 혁신포털 시스템 구축, 임원진의 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혁신우수기업 벤치마킹, 경영혁신위원회 운영 등을 통해 전 임직원이 혁신 전도사이자 실행자로 거듭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 같은 주공의 혁신 활동은 궁극적으로 고객만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고객과 함께 성공하는 국민기업’이라는 비전을 공포한 데 이어 전 임직원이 ‘고객을 바로 알고, 고객이 원하는 것을 하며, 고객을 위해 변화한다’는 행동목표를 세워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도 그런 차원이다.

일례로 택지보상, 주택공급, 각종 계약 등을 위해 민원인이 손수 제출해야만 했던 토지대장, 건축물관리대장 등 서류를 주공이 직접 국가행정전산망을 통해 확인해 처리하도록 한 것은 실질적인 서비스 향상이라는 평가다.

대우건설 CEO 출신인 박세흠 사장은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주공의 고객인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국민기업이 될 수 있도록 대국민 서비스 활동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강조해 왔다. 고객만족 경영을 위해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주공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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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