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에 재테크 바람… '전문 경영인'도 등장 '유망직종 부상'대기업 간부, 공무원, 자산가 등 지분투자로 억대 수입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재테크, 금융 재테크, 미술품 재테크 등 재테크의 종류도 수 없이 많다.

최근에는 유흥업에도 재테크 바람이 불고 있다. 말 그대로 유흥업소에 투자해 수익을 챙기는 것이다. 유흥업 재테크라고 하면 생소한데다 과연 재테크 대상이 될 수 있느냐 하는 회의적이고 비아냥거리는 시각이 적지 않지만 국내 유흥산업 규모룰 생각하면 가볍게 무시할 수만은 없다.

유흥산업은 한해 40여조 원의 수익을 낳는 거대 산업 중 하나다.

한 업소에서 발생하는 한달 수입이 웬만한 중소기업 수입보다 많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국내 대기업의 간부들 중엔 증권이나 부동산 투자 대신 대형 룸살롱에 투자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이들은 유흥업 재테크가 돈 된다는 사실을 간파한 ‘선각자’들이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최근 강남 등지엔 이른바 기업형 룸살롱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들 기업형 룸살롱은 대부분 지분투자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투자자들 중 상당수가 룸살롱과는 거리가 먼 비즈니스맨들이다. 기업형 룸살롱이 등장하면서 이를 위한 전문 경영인도 생겨났다. 이젠 유흥업소가 아니라 유흥업체라고 해야 할 상황이다.

남대문에서 신발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종석(가명ㆍ34)씨는 지난해 11월 단골 룸살롱 업주의 권유로 강남의 한 룸살롱에 2억원을 투자했다. 김씨는 룸살롱에 투자하라는 업주의 말을 듣고 처음엔 한쪽 귀로 흘려버렸다. 하지만 모 기업 간부가 이 업주에게 1억3,000만 원을 투자했다는 소식을 듣고 고민 끝에 투자를 결심했다.

업주는 김씨에게 반년 내에 3배의 수익을 보장했다. 지금까지 김씨가 업주로부터 수익배당금으로 받은 돈은 6억1,000만 원. 이미 보장 받은 수익보다 많은 돈을 챙겼다.

김씨는 “전엔 유흥업소에 돈을 투자하는 재테크가 있는지 몰랐다. 듣기로는 최근 이렇게 재테크 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며 “요즘엔 모든 게 대형화 추세이기 때문에 개인이 혼자 출자한 소형룸살롱은 살아남기 어렵다. 그래서 이렇게 몇몇 전주들로부터 투자를 받아 오픈한 기업형 룸살롱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의 룸살롱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흥업계의 대형화는 필수적이라고 한다. 규모가 일단 커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규모가 작으면 ‘나가요걸’들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 큰 업소에서 자금력으로 능력있는 영업상무들을 스카우트해 버린 후 여종업원들을 싹쓸이해버리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작은 업소엔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게 돼 유흥업소 규모에 따라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두드러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중소업소들은 업주들이 힘을 규합해 대형업소에 맞서고 있다. 중소 업소 사장들끼리 출자해 자본을 모은 뒤 또 다른 대형업소를 세운다. 업소의 대형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이유다.

업계에선 유흥업 재테크는 지금이 최적기라는 말이 나돈다. 또 새 정부가 경제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경기가 풀릴 것으로 예상돼 유흥업계는 한동안 재테크의 명소로 자리할 전망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다양한 부류의 인사들이 유흥업 재테크에 뛰어들고 있다. 대기업 임원, 자영업자, 심지어 간부급 공무원까지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강남구 역삼동의 N룸살롱 박진태(가명ㆍ39)상무는 “지금 한참 주가를 올리고 있는 C룸살롱은 S사와 K사의 임원및 공직자 두어명이 지분을 함께 나눠 갖고 있다. 이들은 업소가 주가를 올리면서 엄청난 수입을 챙기고 있다”고 전했다.

박씨는 “그 업소는 사장 연봉만 20억원이 넘는다고 들었다. 내가 잘 아는 모 한의원 원장은 C룸살롱의 투자제안을 거절했다가 지금 땅을 치며 후회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강남의 모 안마시술소만 해도 한 건설관련회사의 현금융통창구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유흥업소에 알게 모르게 유입되는 뭉치돈의 전주가 밝혀지면 대단한 파장이 일 것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룸살롱 재테크가 붐을 이루고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업소의 투자가치를 보는 안목이 있어야 하고 투자를 위한 인맥도 있어야 한다.

박진태 씨는 “아무 룸살롱에나 투자한다고 다 돈을 버는 게 아니다. 먼저 라인업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볼 줄 알아야 한다”며 “영업상무의 경력, 마담 경력, 아가씨들 수준, 업소 위치 등 고려사항이 많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또 “사실 수익이 확실한 룸살롱 투자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기회가 좋은 투자는 일반적으로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며 “조건이 좋으면 대부분 화류계 큰 손이나 이들과 일로 얽혀 있는 힘과 권세 좋은 사람들에게 먼저 제안이 간다. 그들이 대부분 큰돈을 움직이며 투자기회를 꿰차고 있어 실상 좋은 투자 기회를 만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룸살롱이 기업화되면서 이를 운영하는 룸살롱 전문 경영인이 유흥업계에서 유망직종으로 부상하고 있다. 룸살롱 전문 경영인은 업주가 아닌 투자자들이 고용한 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들이다.

룸살롱은 업계의 경력과 인맥이 없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그 세계의 법칙과 영업 노하우를 알아야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유능한 인력을 절대 활용할 수 없어서다.

또 룸살롱 전문 경영인들에겐 경영학적인 지식도 필수조건이다. 서비스업의 특성상 회계뿐 아니라 시장성향과 고객들의 심리를 꿰뚫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전문 경영인들의 연봉은 적게는 수억에서 수십 억 원대에 이른다.

이에 H유흥문화사이트 운영자 박창현(40)씨는 “유흥업소의 조직이 커지면서 장사가 아닌 사업의 개념을 도입하는 업소가 늘고 있다”며 “이런 추세에 따라 업소 관계자들 사이에선 주먹구구식 운영이 아니라 이젠 업소 관계자들도 경영을 공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구성모 프리랜서 heyman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