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 발원지 내몽고 쿠부치 사막에 '미래숲' 조성 3년째묘목들에 가지 돋아나고 들짐승도 출몰… 생태계 살아나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 중서부 어얼둬쓰(鄂爾多斯) 고원에 자리한 쿠부치(庫布齋) 사막에서 마주치는 편서풍은 걷잡을 수 없이 거세다. 사막과 더위라는 상식적인 구도는 통하지 않는다. 볕이 쨍쨍한 가운데도 바람으로 인해 기온이 빠르게 떨어지며 모래는 이때를 틈타 자신의 위치에서 끊임 없이 일탈한다.

텐산(天山) 산맥에서 발원한 황하의 퇴적물이 200년 전 황폐해진 초원을 집어 삼키며 탄생한, 지구상에서 가장 ‘젊은’ 사막 중 하나인 쿠푸치는 그렇게 빠르고 그악스럽게 제 경계를 넓히는 중이다. ‘이동 사막’이라는 단어는 그곳에서 그렇게 명징했다.

해마다 서울 면적의 3배에 달하는 3,000㎢에 달하는 지역이 사막으로 변할 정도로 심각한 중국의 사막화는 단지 그네들만의 고민 거리일 수많은 없다.

중국 사막의 최전선인 이곳의 모래 먼지는 바람을 타고 베이징과 천진을 지나 3일만에 서울에 닿는다. 우리가 ‘황사’라 부르며, 한번 찾아올 때마다 반도체와 조선업을 주력 산업으로 삼고 있는 우리에게 상상을 초월하는 경제적 피해와 더불어 건강상의 치명타를 남기는 모래 먼지 폭풍은 쿠부치에서 시작돼 서울에서 종결된다.

사막에 의해 인간이 추방되고 있는 가혹한 현장에서 온 몸으로 그 역사를 버텨온 한 여인을 만날 수 있었다.

쿠부치 사막에서 차로 채 5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위치한 따펀뚜이(大墳堆) 촌에 살고 있는 쉬위란((徐玉蘭ㆍ47)씨가 그녀. 남편과 25살난 아들과 함께 30마리 밖에 되지 않는 양을 키우며 살고 있는 그녀는 이곳 마을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흙을 발라 만든 초라한 집을 모래의 공격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울타리 나무 가지며 상자, 이불 등 막을 수 있는 온갖 수단으로 막은 채 생활하는 그녀의 얼굴에는 자연과의 기나긴 싸움이 남긴 고투의 흔적이 역력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이곳이 사막이 아니라 초원이었고 황사가 없었기 때문에 모두 농사를 지으며 살았어요. 수 십 가구가 살던 마을에 지금은 황사 때문에 다들 떠나고 4가구 밖에 남지 않았네요.” 그뿐이 아니다.

팍팍하고 고된 삶은 아직 진행형이다. 목축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사막화로 인해 양들에게 먹일 건초를 시장에서 사다 먹여야 할 형편이다.

31일 오전 중국 내몽고 다라터치시 쿠부치사막에 도착한 한중 미래숲 녹색봉사단 대학생들이 황사를 막고 생태계 복원을 위한 나무를 심고 있다.

불행 중 유일한 다행은 물 공급이 수월하다는 것. 믿기 어려운 사실이지만 그녀가 마당 한 가운데 있는 펌프를 힘차게 퍼 올리자 지하수가 시원하게 쏟아져 나왔다. 그 물들은 쿠부치가 불과 40년전만 해도 사막이 아니었다는 가장 정확한 증거였다. “요즘 사막에 나무를 심는데 정말 괜찮은 일인 거 같아요. 황사도 그래서 예전보다 줄어든 거 같고요.”

그녀의 말처럼 쿠부치 사막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도로를 주변으로 희망의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찌는 듯한 태양의 열기, 영하 20도까지 기온이 떨어지는 혹독한 겨울 추위를 이기고 180만여 그루의 버드나무와 사막버들이 10㎞에 달하는 길이에 걸쳐 방풍림을 이루고 있었다.

한중문화청소년협회 미래숲(한중미래숲ㆍ대표 권병현)과 중국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이 함께 ‘한중우호녹색장성’을 조성하기 위해 2006년부터 심은 나무들 중 살아남은 것들.

지푸라기로 1㎡의 밀집 울타리를 만든 뒤 사막을 70㎠~100㎠가량 파고 나무를 심은 뒤 멀리서 길어온 물을 주고 나면 식수는 끝난다.

비료는 식수가 끝난 뒤 1년이 지나서야 줄 수 있다. 때문에 언뜻 보기에 1m 남짓한 막대를 땅에 꽂아 놓은 듯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마다 작은 가지를 돋우고 있었다.

이 나무들이 땅에 뿌리를 내리는 활착률이 85%에 달한다는 결과는 믿기 어려웠다. 내몽고 출신으로 취재차 이곳을 방문한 홍콩 일간지 대공보의 한국 특파원 왕지민(王志民) 기자는 “대만, 일본 등 많은 나라에서 내몽고의 다른 사막에서 식수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 성공하는 사례는 보기 드물다”고 했다.

거기에는 숲을 관리하는 중국 공청단의 정성이 숨어있다.

다라터치시 공청단의 위성바오(余生彪ㆍ35) 부서기는 “한 겨울에도 나무 한 그루라도 살리기 위해서 60여 명의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나무를 보살피고 있다”며 “봄과 여름 사이에 2달에 걸쳐서 매일 나무를 심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매일 나무의 성장 결과와 상태를 확인하고 이를 보고서로 작성해 중앙 공청단에 보고한다.

이런 노력 덕택에 최근 쿠부치 사막에는 최근 들쥐가 나타났고 다람쥐와, 토끼가 자리를 잡았으며 까마귀와 도마뱀, 여우가 출몰하는 등 생태계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이로써 바람 모래의 진군은 적지 않은 타격을 주게 된 셈이다. 그러나 ‘이동 사막’은 멈출 수 없다는 고정 관념을 깨고 이를 다시 녹지로 되돌리는 데는 아직까지 숱한 험로가 남아있다.

인간의 탐욕이 초원을 사막으로 망쳐버리는 데는 채 50년의 시간도 필요치 않았지만 그 자리에 푸르른 숲을 다시 꾸리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긴 세월이 걸릴지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푸르름을 향한 우리의 열망이 있고 이를 현실로 만들어가려는 프로그램이 있는 한 우리는 그곳에서 자연과 더불어 다시 삶을 이어가는 중국 농민들을 만날 수 있을 터이다.

■ 한중 미래숲 행사는…
중국 사막화 막고 한중 우호 가교 역할

7일 중국에 도착한 한중문화청소년협회(미래숲) 대학생들 및 스태프들이 첫일정으로 북경의 자금성을 둘러보며 화이팅을 하고 있다./베이징=조영호기자

사막을 다시 숲으로 바꾸려는 현대판 ‘우공이산’(寓公離山) 프로젝트는 3월 31일 제7기 한중 미래숲 한국 대학생 61명, 중국 공청단 청년 200명이 참석한 가운데 2,000여 그루의 묘목을 심으며 2008년 사업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2008년 한 해 식수 목표는 180만 그루.

쿠부치 사막에 길이 28㎞, 폭 3~8㎞에 달하는 ‘한중우호녹색생태원’을 조성해 사막의 동진을 막고 황사를 예방하기 위한 이 프로젝트를 총지휘자는 한중 미래숲의 권병현(70) 대사다.

주중 대사 시절이던 1998년부터 중국에 나무를 심기 시작한 그는 “작년까지는 사막화를 막기 위한 최전방을 구축하는데 사활을 걸었다면 올해부터는 녹화의 격전지를 공격적으로 넓혀가고자 한다”고 했다.

한중 미래숲은 이를 위해 올 한해 UN 기구 등록 준비 등을 통해 세계화를 시도한다. 이 야심 찬 계획은 한 영국계 금융 회사가 수익금의 1%를 기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을 정도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한편, 한국일보사 장재구 회장도 이 사업의 초기부터 지금까지 줄곧 후원을 아끼지 않아왔다. 21세기 초강국으로 거듭나고 있는 중국과의 우호를 다지며 세계 환경 문제를 한국 기업과 단체들이 주도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했기 때문.

장 회장은 “중국의 사막화는 전 인류가 처한 환경 재앙 중 온난화와 더불어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라며 “황사에 대해 소극적으로 걱정만 할 때가 아니라 민간 단체와 기업, 정부 당국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며 관심을 촉구했다.

쿠부치사막(네이멍구자치구 달러터치시)=김대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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