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침한 게임장에 아이들 몰려… 신의 카드·비문카드는 수만원 거래유희왕 카드놀이 폭발적 인기… '도박이다' '게임일 뿐' 뜨거운 공방

사행성 도박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얼마 전 방송사의 뉴스를 통해 보도된 어린이 도박하우스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어린이들이 음침한 카드게임장에서 도박을 즐기는 장면이 보도된 직후 인터넷 곳곳에선 ‘우리 아이들을 도박의 늪에서 구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의 카드놀이는 어린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유희왕 카드’로 즐기는 일종의 카드게임이다. 이 카드놀이는 초중등학생들 사이에서 꽤 인기가 높다. 최근에는 초중등학생 뿐 아니라 고교생이나 대학생, 심지어 일반인들도 이 카드놀이를 즐긴다.

카드놀이를 즐기는 이들은 “이 게임은 절대 도박이 아니다”라고 주장하지만, “도박이다”라는 반론도 상당하다.

“요즘 나오는 유희왕 카드 그거 진짜 문젭니다. 도박 영화를 보고 흉내를 내는 건지 정말 가관이에요. 게임장이란 데를 가보니 어른들 도박하우스와 전혀 다를 바가 없어요. 애들끼리 카드놀이 하면서 돈 주고받는 걸 보니 정말 앞이 캄캄했어요.”

주부 김영미(가명ㆍ38, 경기 일산)씨는 지난 4월 말 자신의 초등생 아들이 자주 가는 게임장을 직접 가본 뒤 아들의 게임장 출입을 막고 있다. 어린이들이 즐기기에 부적절한 게임이라는 판단에서다.

김씨는 “게임장을 보니 아이들이 노는 건전한 놀이장이란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어요. 마치 무슨 도박장 같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런 느낌이었어요”라며 “카드게임을 즐기는 한편에선 아이들끼리 모여서 카드를 사고팔더라고요. 천 원짜리도 모자라 만 원짜리까지 오가는 걸 보고는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유희왕 카드는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유희왕'을 본따 만든 카드게임이다. 주인공인 '유우기'가 동료들과 모험을 떠나며 카드게임(듀얼 몬스터즈)을 통해 악당들을 무찌르는 게 이 애니메이션의 줄거리다. 일본에선 이미 유희왕의 후속작 '유희왕GX'가 끝나고 '유희왕5Ds'가 방영된다. 이에 국내에 이 카드게임 시리즈도가 새롭게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카드게임은 몬스터 카드, 마법카드, 함정카드를 조합해 40장의 덱(카드뭉치)를 구성해 2명의 플레이어가 마주 앉아 8,000포인트의 라이프 포인트(생존점수)를 0으로 만들거나 특정한 카드의 효과를 만족시키면 이길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 이 카드는 구입방식 부터가 도박이다.

주로 카드는 문구점에서 팩으로 판다. 1팩에 500원에 판매된다. 팩 안에 어떤 카드가 들어가 있는지 모른다. 게임에 유리한 좋은 카드가 있을 수도 있고 나쁜 카드가 있을 수도 있다.

카드 종류는 레어(Lare, 희귀한 정도)로 구분된다. 그냥 평범하게 만들어진 일반카드, 카드명만 빛나는 레어(Lare)카드, 그림만 반짝이는 슈퍼레어(Super Lare), 그림과 카드명이 빛나는 울트라 레어(Ultra Lare)가 있다. 카드 전체에 프리즘이 든 페러렐 레어라는 것도 있다. 이 레어 카드들은 1/70로 나올 확률이 매우 낮다. 아이들은 좋은 카드가 나올 확률에 기대를 걸고 구입하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원하는 레어카드를 얻기 위해 500원짜리 카드 팩이 40팩 들어있는 2만 원짜리 1박스를 통째로 사서 뜯어보기도 한다. 또 친구들끼리 서로 거래하기도 한다. 이때 좋은 카드는 1장에 최고 5만원까지 거래되고 있다.

유희왕 카드 게임장 안에선 원칙적으로 카드의 현금거래는 허용되지 않고 있다. 교환만 가능하게 돼 있다. 하지만 게임장을 이용한 적 있다는 네티즌들은 은밀하게 현금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증언한다.

한 네티즌은 모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일부 어린 학생들은 좋은 유희왕 카드를 사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이들은 아무 의미도 없는 종이카드를 마구 사들인다”며 “어떤 학생들은 카드를 사기 위해 수십만 원을 쓰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말했다.

이 네티즌에 따르면 특히 신의 카드, 바문 카드라 불리는 카드는 무려 5만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는 것. 일부 게임장에서는 팩에 아무 카드 3장을 1팩으로 묶은 뒤 뽑기 식으로 팩 당 1,000원에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경기도 분당의 한 초등학생(6년)은 “카드놀이지만 이기기 위해서는 레어 카드, 신의 카드를 가질려고 하기 때문에 돈 없는 애들은 그런 것 못 구해요”라며 “나도 좋은 카드를 구입하는데 엄마 몰래 몇 만원 쓴 적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유희왕 카드 게임을 옹호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옹호론자들은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게임에 대해 편파적인 보도라고 지적한다. 도박이 아님에도 마치 아이들이 하는 카드게임이 도박 게임인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유희왕 카드 게임은 14세 이하는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 게임장에 가보면 이 카드로 도박을 하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며 “극히 일부 아이들의 빗나간 놀이를 마치 게임을 즐기는 아이들 모두가 빗나간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네티즌은 또 “유희왕 카드놀이는 어른도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규칙이 까다롭고 복잡하다. 아이들이 도박을 하려한다면 배우기 쉽고 카드도 싼 포커를 즐겼을 것”이라며 “도박은 유희왕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TV, 영화, 컴퓨터 게임 등에서 배우는 것이다. 그런 사정을 무시하고 다른 아이들의 건전한 놀이를 도박으로 몰아서 보도하는 것은 언론사들의 이해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네티즌은 “유희왕 카드를 유치하게 보는 것은 우리나라의 문화수준이 낮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며 “단적인 예로 이웃나라 일본은 유희왕과 비슷한 카드놀이가 수없이 많다. 이런 놀이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즐긴다. 하지만 이것이 사회적 문제가 된 적은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이들이 유희왕 카드놀이를 하면서 단순히 놀이에 그치지 않고 카드를 구입하는데 적지 않은 돈을 쓰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게다가 게임장에서 종이카드를 사들이는데 수만, 수십만원을 쓰고 현금거래를 하는 것은 ‘도박성’이 내포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전문가는 “아이들 사이에 돈이 오가는 것도 문제이지만 도박성을 띤 행동, 그릇된 인식이 더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 유희왕 카드 놀이는…

유희왕 카드는 2003년 12월‘푸른눈의 백룡의 전설’을 시작으로 벌써 33번째 부스터‘환영의 어둠’이 출시됐다. 2004년 120억, 2005년, 140억 작년에는 무려 240억 원어치가 팔렸다. 이 카드는 일본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프랑스, 심지어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까지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준 프리랜서 mdiahe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