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원빈 뺨치는 얼굴… 목표 뚜렷해 미래 준비도 철저낮엔 '화이트 컬러' 변신 위해토익·펀드 매니저 공부도"대한민국서 가장 화려한 추억 만들기" 화끈한 밤생활

호스트바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 <비스티보이즈>가 화제가 되면서 호스트들의 생활이 관심을 끈다. 영화에서는 밤문화에 몰락해 가는 호스트의 젊음을 다루고 있지만 실제 그들의 삶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극소수의 특별한 호스트, 대한민국 상위 1%에 속하는 호스트의 삶은 사뭇 다르다. 그것은 우리 사회 호스트 문화의 예외적이지만 분명한 현실이다.

< 나이 25살. 소유 승용차 - 렉서스, 주거 형태 - 여의도 34평형 아파트(본인소유), 재산 - 펀드 1억 2천, 적금통장 8천만 원, 자유적립 통장 2,2000만 원, 직업 - 대학생, 학점 평점 - 3.7~3.8 >

이쯤 되면 재벌 2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상류층의 자제인데다가 평점도 그리 나쁘지 않으니 성실하게 살아가는 ‘이 시대의 청년’이라고 생각할 법하다. 게다가 키는 183센티에 얼굴도 모델수준으로 잘 생겼으니 미래의 신랑감으로 손꼽힐만하다. 풍족한 생활환경과 부지런함으로 인해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하면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수 있는 ‘엘리트’로 성장할 가능성도 매우 높아 보인다.

과연 그의 ‘실체’는 무엇일까. 놀랍게도 그는 현재 강남의 한 ‘호빠’에서 일하는 남성 호스트이다.

서울의 명문 사립대에 다니는 그는 밤마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승용차를 이끌고 출근을 해서 ‘언니’들과 질펀하게 밤을 보낸다. 그리고 가끔씩 ‘공사(여자 손님을 유혹해 돈을 얻어내는 것)’를 쳐서 값비싼 양복과 시계, 그리고 아파트를 얻어내는 ‘야비함’까지 갖추고 있다.

도대체 그들은 어떠한 삶을 살아 가길래 ‘25살 대한민국의 평범한 젊은이’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돈을 모을 수 있었을까. 아마도 일부 호스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호스트’의 그러한 삶이라는 것이 상당히 지치고 힘들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대부분이 호스트는 그렇다. 하지만 이른바 ‘상위 1%’의 세계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매우 다르다.

■ '삐비동'에서 시작해 강남으로 진출

호스트바를 테마로 한 영화 <비스티 보이즈>의 한장면.

호스트들의 생활은 일명 ‘삐비동’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삐비동이란 호빠의 원조라고도 할 수 있는 방배동 일대를 지칭한다. 흔히 ‘호빠는 지저분하고 더럽게 논다’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은 거의 방배동 일대에 한정된다고 할 수 있다. 강남의 고급 호빠로 가면 갈수록 손님들의 수준 역시 높아져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형태로 놀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강남 지역의 경우 새벽 2시 30분에 일이 시작돼 6시 30분이면 모두 테이블이 정리가 되기 때문에 대학생들이 일을 하기에도 크게 무리가 없다. 손님의 수준도 높고 경제적으로도 강북 보다는 부유하기 때문에 ‘공사’를 치기에도 다소 손쉬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대부분 호스트들의 꿈은 ‘강남진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과연 어느 정도의 수준이 되어야지 강남으로 진출할 수 있을까.

서울 강남의 대표적 ‘정빠(정통 호스트바)’인 J호스트바에서 일하는 호스트 김인준(가명ㆍ24ㆍ대학생) 씨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트레이닝복 차림에 압구정 같은데 외출해도 사람들이 장동건이다, 원빈이다, 정우성이다 이러면서 쫓아올 정도의 스펙(외모)이 안되면 (강남은) 쳐다도 못 볼 가게니 그만 잊는 것이 좋다. 나중에라도 혹시 그 가게에 들릴 일 있어서 들어가 보면 어이가 없을 것이다. 이렇게 생긴 사람들이 방송 출연하면 장동건, 원빈, 강동원, 송승헌 이런 애들보다 인기 많을 텐데 왜 여기서 이러고 있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어이가 없겠지만 그런 사람들은 방송출연 하면서 얼굴 팔리고 소속사랑 계약금 6:4, 7:3으로 나눠 먹느니 그냥 마담 겸 내 장사 하면서 TC(Table Charge, 일명 팁)+자기 손님 와리(마진)+공사로 거짓말 안 보태고 한 달에 5000~6000만원 버는 게 낫다는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들이다.”

■ 대한민국에서 가장 화려한 20대?

김씨에 따르면 대한민국 호빠 상위 1%는 대한민국 최고의 연예인들보다 더 잘생겼고 더 잘 논다는 이야기다. 수입으로 보자면 한 달에 5,000만 원. 1년이면 6억~7억 정도에 육박하기 때문에 ‘1억 연봉’이라는 것도 이들에게는 사실 ‘우스운’ 이야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에게 어떻게 한달에 5,000만 원이라는 엄청난 수익이 가능한 것일까. 강남 호빠의 경우 ‘쓰리 따블’, ‘포 따블’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번에 세 개, 혹은 네 개의 테이블에 동시에 들어갈 수 있다. 15분마다 한 방씩을 돌아다니다 보면 많게는 하루에 10개의 테이블까지 볼 수 있다는 것. 가끔씩 노래한번 씩 불러주고 술 마시고 애교를 떨어주면 하룻밤에 80만원. 그렇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면 한 주에만 무려 400만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여기에 4주를 하게 되면 2,000만원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그들의 수입은 이것이 끝이 아니다. 가게에서 주는 ‘보너스’ 수준의 월급, 그리고 손님들이 주는 용돈과 선물 등을 합치면 거뜬히 5,000만원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또한 ‘그래봐야 호빠는 30살 넘으면 못하는 것 아니냐’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은 누구보다 호스트들 자신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준비도 철저히 하는 호스트들이 적지않다. 투자상담사나 일반운용 전문 인력 자격증은 물론이고 모의 주식 투자를 통해 펀드 매니저를 꿈꾸는 사람도 있다. 하루에 7시간씩 연습을 해 결국 2년 만에 호빠 생활을 벗어나 가수의 꿈을 이룬 한 호스트는 이들 세계에서도 ‘치열한 젊은이’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다.

특히 대학생 호스트의 경우 토익 공부를 열심히 하는 건 물론이고 ‘화이트 컬러로의 변신’을 꾀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그들은 “유흥에 미쳐서 한달 월급을 고스란히 룸살롱에 바치는 사람보다 한 달에 5,000만원씩 벌면서 호스트로 일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성실한 것 아닌가. 미래의 희망? 그들은 겨우 직장에서 썩어가겠지만, 우리에겐 더 큰 목표들이 있다.”고 말한다.

강남의 유명 호스트바에서 에이스 통하는 한 호스트는 “어차피 낮 일로 돌아올 의지가 강한 사람들이라면 도전해 봐라. 굵고 짧게 치고 나오면, 대한민국의 어떤 20대들보다도 화려한 추억을 가진 남자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들의 말대로 정말 그 추억들이 ‘화려한 것’이냐 아니냐, 혹은 호스트를 통해 번 돈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느냐는 따져 볼 일이다. 하지만 그 전에 한국 사회에서는 일반인들은 상상도 할 수 있는 ‘또다른 호스트의 세계들’이 있는 것만큼은 확실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둥시에 그러한 혜택받은(?) 호스트는 극소수라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비스티 보이즈>에서 화려한 밤보다 피폐한 낮이 훨씬 긴 호스트의 삶은 대한민국 호스트 상위 1%에게도 언제든 들이닥칠 수 있다는 얘기다.


구성모 프리랜서 heyman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