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고액연봉 실태전체 공공기관 직원 평균 연봉 웬만한 민간기업은 가소로울 수준증권예탁결제원 등 일부 금융공공기관 직원 1억 원대 육박 '눈총'독점적 지위ㆍ공적 자산등감안해 수익 사회적 환원 검토해야

‘신(神)이 내린 직장’,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 ‘신도 들어가기 어려운 직장’.

고액 연봉과 안정된 고용, 넉넉한 복리후생 등을 갖춘 대한민국 공공기관에 대한 비난과 질시가 뒤섞인 표현들은 이처럼 진화해 왔다. 그만큼 취업 희망자와 직장인들에게 공공기관은 ‘꿈 같은 직장’이다.

연봉 하나만 놓고 봐도 공공기관은 대다수 민간기업이 가소로울 정도의 수준이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통합공시시스템(알리오 시스템)을 통해 공시한 공공기관 직원 임금현황을 살펴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이에 따르면 2007년 전체 공공기관 직원의 평균 연봉은 5,300만 원에 달했다. 웬만한 중소, 중견기업 부장급 연봉이다. 국내 유수 대기업 중에도 직원 평균 연봉이 그 정도 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공공기관 유형별로는 공기업이 6,000만 원으로 가장 높았고, 이어 준정부기관 5,400만 원, 기타공공기관 5,200만 원 순이었다. 연봉 분포로 보면 직원 평균 연봉이 4,000만~ 6,000만 원인 공공기관이 전체의 51.5%(154개)를 차지했으며, 7,000만 원 이상인 공공기관도 10.7%(32개)나 됐다.

직원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곳은 국책은행으로 무려 8,700만 원에 달했고, 여타 금융공공기관이 7,100만 원, 일반 공기업이 6,000만 원 순이었다. 돈을 다루는 국책은행과 금융공공기관 직원의 평균 연봉은 각각 공기업의 1.5배와 1.2배로 나타나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옛말을 그대로 입증해 보였다.

국책은행 가운데 직원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곳은 산업은행으로 9,300만 원에 이르렀다. 또 금융공공기관 중에서는 증권예탁결제원이 1억 원에 육박하는 9,700만 원의 돈다발을 직원들에게 안겨줬다. 차관급 공무원 연봉이 1억 원을 약간 웃도는 점을 감안하면 증권예탁결제원 직원들은 적어도 연봉에서만큼은 차관급에 버금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공기업 중에서는 방송광고공사가 8,100만 원으로 최고 자리를 꿰찼다.

공공기관 직원 연봉의 오름세도 상당한 수준이다. 2003~2007년 5년간 연 평균 증가율은 5.3%였다. 한 해 10% 이상 연봉 증가율을 기록한 공공기관도 적지 않았다. 산은캐피탈은 2007년 직원 평균 연봉을 전년 대비 13.1%나 올렸다. 이 기관은 같은 해 기관장 연봉을 무려 44.1%나 올리기도 했다. 증권예탁결제원도 지난해 직원 연봉 증가율이 9.8%였는데, 기관장 연봉 증가율은 20.5%나 됐다.

이처럼 공공기관들이 너도나도 임직원 연봉을 올리다 보니 전체적으로 고액연봉 기관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2006년 기준 직원 평균 연봉 4,000만 원 미만 기관은 전체의 20.8%였으나 2007년에는 16.4%로 줄어들었다. 또 같은 기간 4,000만~6,000만 원이었던 기관도 55.3%에서 51.5%로 감소했다.

반면 직원 평균 연봉이 6,000만~7,000만 원인 공공기관은 같은 기간 16.4%에서 21.4%로 늘어났으며 7,000만 원 이상인 기관도 7.5%에서 10.7%로 증가했다. 돈잔치가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연봉 인상 자체를 죄악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또한 성과와 실적이 있으면 상응하는 보상을 주는 것도 당연하다. 공공기관 관계자들은 “나름대로 경영성과를 토대로 연봉을 주는데 왜 문제를 삼느냐”며 볼멘소리도 내뱉는다.

하지만 알리오 시스템에 공시된 공공기관 경영성과 현황에 따르면 전체 공공기관의 2007년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2.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총자산이익률(당기순이익/총자산) 역시 2.3%에 불과했다. 두 가지 잣대 모두 평균 연봉 인상률 5.1%의 절반도 안 되는 수치다.

주목할 것은 직원 평균 연봉이 8,700만 원에 달하는 3개 국책은행의 당기순이익 증가율은 0%였으며, 준정부기관의 당기순이익 증가율은 전체 평균 마이너스 0.8%로 아예 거꾸로 갔다는 점이다. 당기순이익 적자를 낸 공공기관은 89개 기관으로 전체의 30%에 달했다.

당기순이익 흑자 증가 규모가 수십억~수백억 원에 달하는 공공기관도 물론 적지 않다. 다만 이런 경우에도 치열한 경쟁환경 속의 민간기업과 똑같은 보상체계를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대부분 공공기관이 각자 사업영역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리면서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경영해 왔기 때문이다.

나아가 공공기관이 애초부터 국민 세금 등 공적재원으로 설립됐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공공기관들이 정부로부터 자율권을 부여받은 이후 도덕적 해이와 방만경영이 극심해졌다”며 “경영혁신은 물론 공공기관이 창출한 수익의 사회적 환원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 공공기관의 유형별 분류

공기업은 직원 정원이 50인 이상이며 자체 수입액이 총 수입액의 2분의 1 이상인 공공기관 중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정한 기관이다.

시장형 공기업은 자산규모가 2조원 이상이며 총 수입액 중 자체수입액이 85% 이상인 공기업으로 한국전력공사, 인천공항공사 등 6개 기관이다. 준시장형 공기업은 시장형 공기업이 아닌 공기업으로 한국관광공사, 한국마사회, 한국토지공사 등 18개 기관이 포함된다.

준정부기관이란 직원 정원이 50인 이상이며 공기업이 아닌 공공기관 중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정한 기관이다.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기금을 관리하거나 기금관리를 위탁받은 기관으로 신용보증기금, 근로복지공단 등 14개 기관이 해당된다.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은 기금관리형이 아닌 준정부기관으로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소비자원 등 63개 기관이다.

마지막으로 기타공공기관은 공기업, 준정부기관을 제외한 공공기관으로 기은캐피탈, 예술의 전당 등 204개 기관이 해당된다.


김윤현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