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쇠고기 문제' 철저 해부한 두권의 책 출간발병원인·예방법 추적으로 경종 울려

지난 달 18일 타결된 한미 쇠고기협상이 꼭 한 달 지났다. 국내 축산업의 붕괴를 걱정한 것도 잠시, 민심은 불합리한 쇠고기협상에 따른 광우병 불안으로 번졌다.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 수입과 광우병 위험물질의 수입 허가, 검역조건 문제 등 산적한 문제를 안고 있는 협상 내용으로 국민의 불안감은 극에 달한 상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광우병의 진원지인 영국과 미국조차 광우병에 대한 정확한 원인과 예방법을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광우병에 관한 원인을 심층적으로 분석, 고발하고 예방 및 대처 방안을 제시한 <죽음의 향연>(사이언스북스 펴냄)과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그리고 숨겨진 치매>(고려원북스 펴냄, 이하 얼굴 없는 공포)라는 책이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두 책은 광우병의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는 국내 현실에 경고 이상의 메시지를 전한다. 두 책을 근거로 한미 쇠고기협상의 문제점과 광우병 관리시스템의 허점을 짚어 본다.

■ 고기의 역습

현재까지 전 세계 누구도 광우병에 관한 정확한 원인과 예방법을 밝혀내지 못했다. 다만, 돌연변이에 의한 발생이라는 설과 단백질의 일종인 ‘변형 프리온’이 원인이라는 두 가지 학설이 가장 강력하다.

국내에 알려진 학설은 바로 두 번째 학설인 변형 프리온에 의한 발생이다. 앞서 소개한 두 책 <죽음의 향연>과 <얼굴 없는 공포>도 광우병 발생 원인을 변형 프리온에서 찾고 있다. 프리온은 섭씨 800도로 가열해도 없어지지 않으며 일반적인 소독과정으로도 제거되지 않는다.

변형 프리온의 발생은 ‘동족에 의한 동족의 섭취 때문’이다.

<죽음의 향연>의 저자 리처드 로스는 “인간의 쿠루병과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 양에게서 발병되는 스크래피, 밍크 뇌증, 광우병은 모두 전염성을 갖고 있으면서 뇌에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려 있는 유사한 증상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쿠루는 식인에 의해, 스크래피와 밍크 뇌증, 광우병은 동물성 사료 섭취에 의해 전염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미국의 축산 시스템이다. 영국과 미국은 1940년대부터 소에게 육골분 사료를 먹여 왔다. 육골분 사료란 폐가축처리장에서 나오는 보행불능 소나 질병 진단을 받지 않고 죽은 양 등 죽은 가축의 사체를 갈고 찌고 말려 가공한 사료다.

미국에서는 1997년부터 반추동물사료에 반추동물 유래 단백질의 사용을 금지했으나 소 이외 일부 돼지 및 가금 사료에도 반추동물 유래 육골분을 사용하고 있다.

광우병의 교차오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의 부산물을 먹고 자란 닭이 다시 소의 사료가 되는 형식이다. <죽음의 향연>에서는 “(영국) 농수산 식품부에 따르면, 반추성 동물 사료 금지 조치가 나온 후 태어난 소 2만8,420마리가 소해면상뇌증(광우병)에 걸렸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또 하나는 ‘유전자의 차이’다. <얼굴 없는 공포>에서는 “모든 인간 광우병 질환이 나타난 사람들은 프리온 단백질 염기서열 129번이 M/M 동질접합체를 가졌다. 전세계에서 드물게 한국인과 일본인의 프리온 단백질 염기 서열 129번의 분포 조사 결과는 92% 이상이 프리온 단백질 염기서열 M/M을 가졌다”고 밝히고 있다.

책에서는 또한 “한림대 김용선 교수의 논문에 의하면 한국인의 95%이상이 M/M 129의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 '불안전한' 쇠고기 수입

불안의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지난 5일 한일 쇠고기 협정의 원문을 공개했다. 정부는 1단계로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입하고 2단계로 미국이 ‘강화된 사료 금지 조처’를 공포하면 30개월 이상 쇠고기도 수입 가능하도록 합의했다.

30개월 미만 쇠고기의 경우 현행 수입 위생조건상 수입이 금지된 특정위험물질(SRM) 7개 중에서 편도와 회장원위부(소장 끝부분)만 제외하고 머리뼈·뇌·눈 등 5개는 수입이 허용된다. 미국이 동물성사료 금지강화를 공표하면 30개월 이상의 쇠고기 중 SRM 7개를 제외한 모든 부위의 수입을 허용하게 된다.

또한 협상 원문에는 ‘특정위험물질(SRM)과 중추신경계 조직을 포함하지 않는 선진회수육은 수입이 허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진 회수육이란 뼈있는 쇠고기에 압력을 가해 살코기만 걸러낸 고기로 광우병특정위험물질(SMR) 포함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얼굴 없는 공포>에서는 “2003년 미국 농무부가 다진 쇠고기를 무작위로 조사했을 때, 다진 쇠고기의 35%에서 인정할 수 없는 정도의 뇌 조직이 포함된 것을 발견했다”고 서술하고 있다.

그렇다면 살코기만 먹으면 안전할까? <얼굴 없는 공포>에서 몬태나의 맥로플린 연구소장 조지 칼슨은 “고기만 잘라낸 경우에도 뇌와 척추만큼 많지는 않아도 질병을 일으키는 프라이온이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쇠고기를 먹지 않는 것도 광우병에서 벗어나는 완전한 방법은 아니다. 박상표 국민 건강을 위한 수의사 연대편집국장은 “발병인자가 들어있는 부위는 뇌와 안구를 포함한 두개, 척수, 척추, 배근 신경절, 장전체, 편도, 장간막, 근육, 오줌, 혈액, 젤라틴, 우유 등 동물의 거의 모든 부위로 확대 되고 있다”고 말한다. 돼지 가죽 지갑, 수술용 봉합사,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 환자의 조직이식과 치료에 사용했던 수술기구, 도축장의 작업용 전기톱과 칼, 음식물쓰레기 까지 발병인자가 들어있을 수 있다.

<죽음의 향연>과 <얼굴없는 공포>에서는 식인에 의한 쿠루병의 잠복기가 30여년으로 이와 비슷한 인간 광우병은 2015년에 정점을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믿을 수 없는 검역 시스템

이런 가운데 14일 CNN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시스템은 붕괴되고 있다”고 보도해 또 한번 파장을 예고했다.

CNN은 미 농무부 소속 도축 검사관의 증언을 인용, 검사관의 수가 평균 11%에서 많게는 20%에 이르기까지 부족해 도축 과정에서의 쇠고기 안전성에 대한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도축업자에게 안전성 문제에 대한 시정을 요구해도 이러한 요구가 묵살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덧붙였다.

CNN은 나아가 미 쇠고기 협회나 쇠고기 포장업체를 위해 일했던 전직 로비스트들이 미 농무부의 핵심 고위 관리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등 로비 활동의 막강한 영향력과 관련, 있다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농림부의 불안전한 검역시스템은 이미 여러 차례 문제가 된 바 있다. <얼굴 없는 공포>에서는 UIP보도를 사례로 들며 “광우병에 걸린 소가 이미 미국에서 발견되었지만 확실하지 않거나 또는 다른 이유로 더 이상 알려지지 않은 채 지나갔다고 근무 중인 다른 수의사들도 증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