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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골프 팬의 시선을 붙잡을 것인가

한국 남자골프 투어가 부활하려면
9개월 만에 7월 2~5일 경남 창원시 아라미르 골프 앤 리조트에서 열린 KPGA 코리안투어 2020시즌 개막전 부산경남오픈이 남자대회로는 드물게 골프 팬들의 시선을 모았다. 홍순상(38), 최호성(47), 김주형(18), 이지훈(34) 효과 탓이 컸다.
  • 홍순상 프로.
KPGA투어의 대표적 미남인 홍순상은 첫 라운드에서 10언더파를 몰아쳐 코스 신기록을 달성하며 단독 1위에 오른 데 이어 둘째 라운드에서도 6언더파를 보태 합계 16언더파로 1위를 지켜 7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며 골프 팬들의 기억을 소환했다.

‘낚시꾼 스윙’으로 세계적으로 알려진 최호성은 첫 라운드에서 9언더파를 쳐 홍순상에 이어 단독 2위에 오르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3라운드에선 18번 홀에서 티샷을 헛스윙하면서 티 위에 놓인 공이 굴러떨어지는 해프닝으로 세계 미디어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노마드 골퍼’ 김주형은 이 대회 태풍의 핵이었다. 3라운드에서 9타를 줄이며 17언더파로 홍순상을 1타 차이로 따돌리고 단독 선두에 오르면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아버지를 따라 어릴 때부터 중국, 호주, 필리핀, 태국을 떠돌며 유목형 골퍼로 자란 그는 호쾌한 장타와 나이를 무색케 하는 경기 운영능력, 골프 자체에 대한 깊은 열정으로 골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골프 팬들의 뇌리에 그는 골프에 관한 한 ‘대물(大物)’ ‘괴물(怪物)’로 똬리를 틀었다.

아시안투어의 2부 격인 디벨롭먼트투어 3승을 거쳐 아시안투어 1승을 올린 그의 가슴엔 PGA투어, 그것도 세계 1위가 자리잡고 있다.

이런 김주형과 연장 승부 끝에 우승한 이지훈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공동 14위로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한 이지훈은 9개의 버디를 잡아내 마지막 홀을 앞두고 김주형에 2타 앞선 단독 선두였다. 그러나 18홀(파5)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이지훈은 짧은 버디 퍼트를 놓쳤고 김주형은 극적으로 이글 퍼트를 성공시켜 21언더파 동타로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 첫 홀에서 이지훈은 3m짜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고 김주형은 더 짧은 버디 퍼트를 놓쳤다. 3년 만의 우승이고 통산 2승째다.

갤러리가 없는 골프 중계방송에 팬들의 시선이 쏠린 것을 보며 KPGA투어의 현주소를 생각해봤다.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곤 남자대회가 상금 규모나 대회 수에서 여자대회를 압도한다.

2018~2019시즌 미국의 PGA투어는 46개 대회에 총상금 규모는 3억5,030만달러(약 4,090억원)에 달했다. LPGA투어는 같은 시즌 34개 대회에 총상금은 7,055만달러(약 824억원)였다. 남자대회가 여자대회보다 12개 많았다. 상금규모는 남자대회가 여자 대회보다 5배나 되었다.

유러피언투어의 상금 차는 미국보다 더 컸다. 2019시즌 유럽골프투어(EPGA)는 43개 대회에 총상금이 약 1억5,821만유로(약 2,034억원)인 반면 유럽여자프로투어(LET)는 20개 대회에 약 1,318만유로(약 169억원)에 불과했다. 남자대회 상금규모가 여자대회의 12배나 된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는 일본의 경우 JLPGA투어는 올 시즌을 39개 대회, 총상금 39억4,590만엔(422억원)인데 비해 JGTO투어는 24개 대회, 총상금 42억9,475만엔(459억원) 규모로 한국에 비해 차이가 덜하다.

KLPGA투어는 흥하고 KPGA투어는 쇠하는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
  • 이지훈 프로.
모든 문제는 흥행으로 귀결된다. 장사가 잘되는 리그냐, 그렇지 않은 리그냐다.대회를 후원하겠다는 스폰서가 줄을 서고, 갤러리가 넘치고, 중계료가 비싸도 서로 방송하겠다고 방송사들이 경쟁하고, 광고 수요가 넘쳐야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

이런 요건들은 결국 선수들과 주최 측이 충족시켜야 한다. 쉽게 말해 선수들과 주최 측이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흥행 면에서 KPGA투어가 KLPGA투어에 못 미치는 것은 볼거리 차이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볼거리는 다양하다. 호쾌한 장타, 섬세한 어프로치, 신기의 퍼팅, 마술 같은 해저드 샷 등 기량적인 것에서부터 멋진 세리머니, 동료나 캐디와의 교감, 다채로운 팬 서비스, 여기에 외모와 깔끔한 복장 등이 상승작용을 한다.

미국에서 LPGA투어보다 PGA투어가 승한 것은 이런 볼거리의 다양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탁월한 기량과 자신만의 개성을 갖춘 선수들이 투어의 흥행을 이끌어간다. 타이거 우즈라는 골프천재의 등장으로 흥행에 불이 붙었지만 존 댈리 같은 이단아, 필 미켈슨이나 맷 쿠차, 조던 스피스. 아담 스콧, 제이슨 데이 같은 모범적인 신사들, 반항기 넘치는 리키 파울러, 팔자 스윙의 짐 퓨릭과 카메론 챔프, 버바 왓슨, 더스틴 존슨 같은 장타자들, 눈엣가시처럼 비치면서도 본연의 자세를 지키는 패트릭 리드, 세르히오 가르시아 등 PGA투어에는 멋진 볼거리를 제공하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다양한 시청자의 시선을 모을 수 있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다 모였다.

7월 3~6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디트로이트GC에서 열린 PGA투어 로켓 모기지 클래식은 PGA투어의 볼거리 백화점이었다.

매슈 울프, 케빈 키스너, 웹 심슨, 카메론 챔프, 리키 파울러 등 매력투성이 선수들이 활약했지만 역시 우승자 브라이슨 디섐보(26)가 백미(白眉)였다.

서던 메도디스티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디섐보는 ‘필드의 물리학자’로 불릴 정도로 다양한 골프실험으로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에 그는 자신의 몸을 실험대상으로 삼았다. 체중을 20kg이나 불려 나온 그는 원 없는 장타실험을 했고 그 결과 우승을 차지했다.

대나무가 갈라지듯 죽죽 뻗어 나가는 그의 샷은 대회장을 드라이브샷 경연장으로 만들었고 장타에 과감한 공략을 더해 1년 10개월 만에 통산 6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데 성공했다.

대회 내내 350야드 안팎의 드라이브 샷을 날린 그는 최종 라운드에선 평균 360.5야드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3개월 만에 재개된 PGA투어가 재점화에 성공한 것도 디섐보 공으로 돌릴 만했다.

한국 선수 중에선 이경훈 공동 45위(10언더파), 임성재 공동 53위(9언더파), 노승열과 김시우가 공동 57위(8언더파) 등 중하위권에 머물렀으나 상승기류를 타기 시작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

KPGA투어를 살리는 책임은 결국 선수들과 협회 몫이다. 선수들은 기량 향상을 위한 과감한 도전과 시도, 자신만의 캐릭터 개발,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퍼포먼스 등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 팬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KPGA 홈페이지의 대대적 혁신도 절실해 보인다.

방민준 골프한국 칼럼니스트 news@golfhankook.com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주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소속 칼럼니스트에게는 주간한국 지면과 골프한국, 한국아이닷컴, 데일리한국, 스포츠한국 등의 매체를 통해 자신의 글을 연재하고 알릴 기회를 제공합니다. 레슨프로, 골프업계 종사자 등 골프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싶으신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을 통해 신청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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