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보고 거짓말처럼 변했대요"

[스타 데이트] '거짓말' 김태연
"나 보고 거짓말처럼 변했대요"

여인의 매력이 물씬 풍긴다. 2000년 영화 '거짓말'의 파격적인 노출 연기로 떠들썩한 데뷔를 했던 영화배우 겸 탤런트 김태연(27)이 한결 성숙한 여인의 모습으로 브라운관에 돌아왔다. 최근 안방 극장에 인기 폭풍에 몰고 온 SBS 대기획 '올인'(극본 최완규·연출 유철용, 수·목 밤 9시50분)에서 전문 도박사를 꿈꾸는 재미동포 '제니'역할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여성스럽게 머리를 기르고 치아를 교정했어요. 또 쉬는 동안에 반성을 많이 했는데, 얼굴이 눈에 띄게 선해졌대요."

영화 '거짓말'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김태연은 그간 마음 고생이 켰다. 후속작 '그녀에게 잠들다'가 기대치에 크게 못미치는 흥행 참패를 한 데다. '섹스 심볼' 로만 여기는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지쳐갔던 것이다

"참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어요. 하지만 좋은 약이 됐어요. 제 자신을 겸허하게 돌아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용기를 갖게 해줬으니까요."


천당과 지옥을 오르내린 기분

그녀는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스스로 '수양'하는 계기로 삼았다. 구름 위에 둥둥 떠 있다가 땅끝까지 추락해 봤기에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욕이 넘쳤다. 오랜 휴식 끝에 '올인' 촬영을 위해 2년만에 카메라 앞에 선 김태연은 '우황청심환'을 찾을 정도로 긴장했다.

"영화 '거짓말'때는 멋모르고 했어요. 그때는 떨지도 않았는데, 이번에는 달랐죠. 무조건 잘 해야겠다는 생각만 앞서 힘들었어요."

'올인'에서 김태연은 지금까지 기다려왔던 변신의 기회를 드디어 잡은 듯하다. 재미교포 1세대인 부모가 이혼을 한 어둡고 불행한 환경 속에서 자란 탓에 동포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이지만, 이루지 못하는 사랑에 마음 아파하면서 순수한 여인으로 차츰 변모해 간다.

"역할 설정이 가장 어려웠어요. 그 동안 힘든 환경에서 자란 여자라고 생각해 우울한 분위기만 보여줬는데, 좀 더 당당한 모습으로 그렸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들고요."

앞으로는 사랑하는 남자 인하(이병헌)의 사업 파트너로서 보다 세련된 전문 도박사의 연기를 펼칠 예정이다.

김태연은 극 중 제니의 헌신적인 사랑이 아름답지만, 자신은 그러한 사랑을 못 할 것 같다고 했다. 너무 자존심이 세서 누군가를 좋아해도 이를 먼저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저 연기일뿐인데도 상대 배우가 너무 냉정하게 대할 때는 민망해서 어떻게 쳐다봐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이처럼 콧대 높고 수줍은 김태연의 어릴적 꿈은 '현모양처' 였다. 집을 예쁘게 꾸며놓고 가족과 오순도순 살아가는 것만 늘 머릿속에 그렸다고 한다. "다른 배우들은 끼가 넘쳐서 어려서부터 남들 앞에 나서길 좋아했다는데, 전 그런 적이 단 한번도 없었어요. 다른 아이들과 달랐던 점은 키가 유난히 컸다는 것 뿐이었죠. 배우가 된 것은 그야말로 운명인 것 같아요."

인하공전 항공운항과를 졸업한 김태연은 176cm라는 껑충한 키 덕분에 모델로 사회에 첫 발을 들여 놓았다. 그러다가 서울 강남이 한 밥집에서 우연히 여균동 김독의 눈에 띄어 '거짓말'에 출연하게 됐다. 데뷔는 그렇게 우연히 이뤄졌지만, 연기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다. 연기자 생활이 그동안 숨어있던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게 해 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기 생활이 좋단다. 결혼을 하고 나이를 먹더라도 계속 연기자로 남을 생각이다.


다시는 벗는 연기 하고 싶지 않아

"연기를 하면서 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거짓말'을 찍을 때도 그랬어요. 어떻게 내가 저런 과감한 연기를 했을까 신기해 했지요. 그 영화를 좋지 않게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걸 알지만, 저 나름대로 그 영화의 여주인공 역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다시 '벗는 연기'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연기는 뒷전이고, 호기심으로만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싫다"는 게 이유이다.

"누가 봐도 착해보이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오. 항상 밝고 잘 웃는 여자요. 그게 실제 저의 모습이거든요. 비슷한 배역을 맡는다면 가장 편하게 잘 해낼 수있을것 같아요."

화면으로만 그녀를 본 사람들이 쉽게 믿지 못하겠지만, 김태연은 "조그만 일에도 실실 잘 웃는 편"이라며 또 웃었다. 영화 '가문의 영광'에서 김정은이 열연한 푼수끼 가득한 주인공의 캐릭터와 꼭 닮았다는게 그녀의 설명이다.

외모에 대해 불만족스러운 부분은 통통한 '볼'. "아침이면 호빵처럼 부풀어 오른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한다. 또 연기자로서는 큰 키도 단점으로 작용한다고 아쉬워한다.

"키가 크니까 상대 남자 배우들이 부담을 느끼는 가봐요. 그래서 늘 단화만 신고 출연해야 돼요. 초등학교 때도 좋아했던 남자 애를 저보다 키가 작다는 이유로 포기했어요. 당시에도 남자는 여자보다 커야 한다는 의식이 있있거든요."

운동(수영, 헬스)외에는 특별한 취미가 없어 시간 날 때면 늘 영화관을 찾는다. 그녀가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는 몽환적인 분위기가 돋보인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와 '퐁네프의 연인들', 존경하는 연예인은 '올인'에서 상대역으로 나온 선배 배우 이병헌이다. "며칠 밤을 새워도 카메라만 돌아가면 무섭제 집중하는 모습이 멋있다"고 한다.

김태연의 꿈도 그처럼 "진정한 프로 연기자"가 되는 것이다.


느끼한(?) 식성때문에 응급실 신세

"죽어도 느끼한 게 좋아"

김태연이 느끼한 것(?)을 밝히는 식성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SBS '올인'의 미국 LA촬영 도중 손과 발, 안면근육이 마비되는 증세로 응급실에 실려 가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밥보다 햄버가가 좋다"며 평소 서구화된 식성을 보였던 김태연은 미국 촬영 당시 '물 만난 고기'가 되어 맛난 음식을 한껏 먹었고, 결국 급체했다. 하지만 오랜만의 촬영이라 너무 긴장했던 탓에 체한 사실도 모르고 또 먹다가 이 같은 봉변을 당했다.

김태연은 "손가락이 펴지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마비 증상이 왔다. 너무 아프고 당황스러웠다"고 상황을 털어 놓았다. 이 때문에 미국병원의 응급실 치료를 받고 귀국한 뒤에도 서울 강남의 모한방병원을 다니며 계속 치료를 받았다.

그럼에도 느끼한 음식에 대한 애정은 변함이 없다. 그녀는 "스테이크, 햄버거, 베이컨 등 느끼한 음식은 다좋다. 치즈로 범벅한 것이라면 더욱 맛있다"라며 "기름기 많은 음식을 좋아하는 대신, 하루 두시간씩 수영과 헬스를 하며 살을 뺀다"고 늘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을 밝혔다.


■ 프로필

생년월일: 1976년 1월 3일 키 : 176cm 몸무게 : 48kg 가족사항 : 1남 2녀 중 장녀. 혈액형: O형 출생지 : 서울


입력시간 : 2003-09-3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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