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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데이트] 권상우
'말죽거리' 휘저은 범생이 아줌마와 정사땐 진땀
유신시대 교복세대의 사랑과 우정 그린 <말죽거리 잔혹사>




권상우는 전혀 달랐다. “ 영화가 끝난 후 권상우를 다시 보게 될 것이다.” 자신감이 흘러 넘치는 그의 목소리가 설득력 있게 파고 든다.



△ 생년월일: 1976년 8월 5일 키: 182cm 몸무게: 70kg

△ 혈액형: O형 특기: 농구 취미: 운동(수영, 헬스, 복싱)

△ 가족사항: 2남 중 차남 학력: 한남대 미술교육과 동양화 전공


자칫 거만하게 들릴 정도다. 영화 개봉일이 다가오면, 배우들은 으레 긴장하며 “열심히 찍었으니, 재미있게 봐 주세요”라고 호소하는 게 관례 아닌 관례다. 그러나 영화 ‘ 말죽거리 잔혹사’(감독 유하, 제작 싸이더스)의 시사회가 열린 1월 16일, 권상우는 관객들을 향해 파격적인 첫 인사를 날렸다.

“ 지난해 ‘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5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대박을 터트렸지만 아쉬움을 남겼다. 주변에선 ‘ 운이 좋았다’거나 ‘ 전부 김하늘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영화로 결코 우연히 아니었단 것을 입증하겠다.” 시사회를 마치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치밀어 올랐다.

권상우는 지난해 영화 ‘ 동갑내기 과외하기’와 SBS-TV의 드라마 ‘ 태양 속으로’ 등으로 최고 인기 스타로 발돋움 했지만, 연기력 면에서는 그다지 눈길을 끌지 못했다. 이번의 ‘ 말죽거리 잔혹사’에 독(毒)을 품고 임했던 이유다. 내성적인 모범생에서 이소룡을 닮은 강한 남자의 모습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스크린을 장악하는 폭 넓은 변신이 가능했던 것은 그래서다. “2003년 내가 가장 잘 한 일은 이 영화에 출연한 것이었다”는 자평이 나올 법 하다.

‘친구’의 또다른 코드

‘ 말죽거리 잔혹사’는 2002년 영화 ‘ 결혼은 미친 짓이다’로 흥행과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시인-감독 유하의 야심작. 1978년 유신시대를 배경으로 해 고교생들의 꿈과 사랑, 고통과 좌절 등의 통과의례를 다뤘다. 2001년 영화 ‘ 화산고’로 데뷔해 ‘ 일단 뛰어’(2002년), ‘ 동갑내기 과외하기’(2002년) 등에 출연한 그에겐 4번째 영화다.



교복 세대, 학원 폭력, 우정과 첫사랑 등을 주요 코드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2001년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영화 ‘친구’와 비교되기도 한다. 그러나 훨씬 순화되고 진지한 접근으로 대박을 예고하고 있다. 그 중심에 권상우가 있다. 현재 SBS-TV의 ‘천국의 계단’에 출연하며 브라운관에서도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권상우가 맡은 ‘ 현수’는 소심하고 예민한 모범생. 학교짱인 ‘ 우식’(이정진 분)의 그늘에 가려 있는 무색의 캐릭터다. 그래서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 “ 내가 정말 주인공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 솔직히 ‘ 우식’ 역이 더 멋있고 화려해 보였다. 그래서 잠깐 갈등도 했다.” 그래도 연기 변신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평소 튀는 역할을 많이 해서 ‘잘만 하면 오히려 신선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죠.”

그러나 조금은 답답해 보이는 현수의 모습에 점점 더 끌렸다. 순수의 힘이었다. 실제 공부를 열심히 하지는 않았지만 담배나 술, 당구, 여자 친구 등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은 일체 몰랐던 ‘범생이’ 권상우의 학창 시절과도 닮아 있다. “운동(농구 등) 밖에 몰랐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여자 친구 한 번 못 사귀어 보고…(웃음).”



예쁘게 다듬어진 근육질 몸매

운동 밖에 몰랐던 탓(?)에 모든 액션 장면을 대역 없이 연기하는 것은 비교적 수월했다. 늘 얌전하던 사람이 폭발하면 더 무섭게 변한다는 통설처럼, 극의 후반부에서 현수는 사랑을 잃고 학교 폭력에 상처 받은 분노를 마침내 터트린다. 학교 옥상에서 야비한 학교 선도부 종훈(이종혁 분)의 패거리에 맞서, 현란하게 쌍절곤을 휘두르며 매섭게 이단 옆차기를 날린다. 고교때 격투기를 배워 둔 것이 특히 도움이 됐다. 왕(王)자가 선명한 미끈한 근육질 몸매도 눈부셨다. “ 상체를 드러내고 운동하는 장면을 찍을 땐 잠시도 쉬지 못했어요. 카메라가 돌아가면 연기하고, 멈추면 아령으로 몸 만들고…. 기대에 부응하느라 고생 좀 했죠.”

볼거리가 많은 옥상 대결 장면을 영화의 백미(白眉)로 꼽는 일반적인 견해와 달리, 권상우는 은주(한가인 분)와의 애잔한 사랑이 묻어나는 부분을 가장 아낀다고 한다. “버스 안에서 은주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팝송 ‘Feelings’를 듣는 장면을 보면 괜히 가슴이 뭉클해지고 그래요”라는 말을 해 놓고 보니, 왠지 멋적었던가. 말끝에 웃음이 묻어 난다.

여린 감성을 지닌 권상우의 첫사랑 대상은 공교롭게 영화 속 짝사랑 은주와 흡사하다. “고 1때 다니던 화실에서 고 3인 누나를 보고 반했어요. 말도 한 번 제대로 못 붙여 봤지만, 절절했던 그 심정은 영화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못하지 않을 겁니다.”

80년대 섹스 심벌로 명성을 날렸던 김부선과의 정사 장면은 가장 곤혹스러웠던 촬영이었다. 떡볶이집 주인으로 분한 김부선이 권상우에게 맥주를 권하다가 입술을 훔치면서 동정까지 빼앗는다. “많이 힘들었어요. 김부선 선배는 왕년의 에로 배우답게 아주 작정하고 촬영 하더라고요. 사랑을 잃어버린 상실감을 안고 찾아갔다가 더 큰 상실감만 갖게 된 셈이죠.”

이 영화는 그의 새로운 입지점이다. “권상우 하면 떠오르는 드라마(천국의 계단)가 생겼으니, 이제 영화에 몰두해 볼 생각이예요.” 자신감은 이렇게 해서 야심이 되는가.



배현정 기자 hjbae@hk.co.kr


입력시간 : 2004-01-1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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