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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초대석] KDI 국제정책대학원 이주호 교수
"평준화는 재앙의 축이다"
불평등 심화시킨 실패한 정책, 피해자는 학생


“현 정권 들어 교육에 관한 논의가 이익 집단의 싸움으로 굳어 버린 양상입니다. 이제 한국의 발전을 지탱해 온 코리언 드림은 붕괴했습니다. 이것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교육 불평등의 결과입니다.”1월 28일 서울대 멀티미디어 강의동에서 도하 언론의 깊은 관심 아래 펼쳐 졌던 세미나 ‘서울대에 누가 들어 오는가’는 예정 순서가 끝난 이후의 패널 토론이 보다 많은 관심을 유발했다. 이주호(43) KDI(한국개발연구원) 국제 정책대학원 교수가 펼쳤던 논의는 그 중핵에 있다.






“평준화 정책이란 매우 과격한 정책입니다. 원래 의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불평등만이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각종 데이터를 통해 드러나고 있습니다.” 획일적 교육 정책을 회피하는 길은 논리적으로 과외와 유학뿐인데, 바로 그것이 오늘의 현실이란 지적이었다. 1월 30일 제주도에서 KDI 발전 방향 세미나를 마치고 돌아 온 이 교수를 청량리의 KDI 국제정책대학원 연구실에서 만났다.

“ 비록 자신은 고소득ㆍ고학력ㆍ전문직이 아니지만 자식은 그렇게 될 수 없다는 믿음 하나로 열심히 살아 온 기성 세대의 통념은 이제 강남 신화앞에 굴복한 것이 현실 아닙니까. 그 같은 사실이 학문적으로 추인된 거죠.”그렇게 된 것은 국가가 평준화란 틀을 상정해 두고 그 안에서만 답보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평준화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모든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입니다.”

“강남 8학군, 저소득층 밀집 지역의 평균 성적을 공개했다고 상정해 보죠. 아마 그렇게 결단한 언론은 위화감 조성 등의 명목으로 당장 징계를 받을 겁니다.” 그러나 바로 그 사실을 공개하는 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이 교수는 강조한다. 모든 정보가 공유되는 마당에 유독 교육계만이 막연한 심리적 이유를 근거로 사실을 감추기 급급하다. 그것은 바로 차이에 대해 고의적으로 눈을 감는 ‘평준화 폭력’, 다시 말해 ‘평등의 폭력’ 때문이다.

▽ 학교붕괴는 이미 시작됐다

“ 현 상황이라면 교육부와 교사들만 편하죠. 무능력 등으로 퇴출돼야 마땅한 교사는 5년 기한의 순환 보직제를 빌미로 해 연명해 가는 현실 아닙니까. 학교 붕괴는 이미 시작됐어요.” 결국 학생들만 피해자로 남기는 이 불합리한 상황을 타개해 나갈 수 있는 수단이 바로 정보 공개라는 주장이다.

2003년 6월 개소한 KDI 산하 교육개혁연구소 소장으로 있는 이 교수는 현실속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범위한 자료를 축적해 가고 있다. 실증에 투철한 그의 태도를 잘 아는 주변에서는 “한 판 붙으려는 것 아니냐”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한 마디씩 건넬 정도였다. 특히 노무현 정권 이후 모든 대립 양상이 이익 집단화해 가는 양상에서는 교육 문제가 편가르기 양상으로 치닫고 있을 뿐인 상황에서 무리는 아니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교육 문제의 출발점은 바로 평준화란 판도라의 상자다. 1월 28일 세미나에서 지정 토론자로 나왔던 정재욱 전교조 정책실장의 주장은 평준화의 당위성을 원론적으로 펼치고 있었다. 평준화란 초중고 교육이 입시 과열 때문에 양극화라는 파행으로 치닫는 현실을 막기 위한 방안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1969년 중학 평준화를 시작으로 1974년 고교 평준화로 이어지며 갖가지 부작용에도 불구, 꿋꿋이 버티고 있는 고교 평준화를 개선할 수 있는 방책은 무엇인가? 이 교수가 막 탈고한 논문이 바로 ‘고교 평준화 정책, 더 이상 논쟁만 할 수 없다’는 제하의 그 다운 글이다. 최근 한국 학생들에서 보여지는 학력 저하 현상은, 특히 상위층 학생들로 보자면 평준화의 직접적 결과라는 것이다.

논문은 사교육이 팽창하게 된 최대의 요인이 바로 평준화 정책 때문이라며 비평준화 지역의 예를 들어 학교가 학생들의 수요를 잘 수용한다면 적어도 고등학교 동안의 과외는 줄어 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는다. ,특히 최근 힘을 얻고 있는 대학 평준화가 실제로 이뤄질 경우 , 대학의 경쟁력을 떨어 뜨리게 돼 가뜩이나 높은 청년 실업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각별한 주의를 요청했다.

“단기적으로는 이익을 보게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해악으로 결론지워진다는 점에서 포퓰리즘적 발상의 대표적 케이스죠.” 그렇다면 198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문제점을 노정하기 시작한 평준화 정책이란 정권 강화를 위한 들러리였을 수도 있지 않는가? “독재 정권때는 그랬어요. 평준화란 것이 이데올로기라면 그 출발점이 된 것도 바로 그 때죠.”

▽ 교육정보 공개해야



“이제 차이를 인정하고 정보를 공개하자는 거죠. 사립에 대해서는 학교 선택권을 부여하고, 교육 행정에 주민도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4~5년째 버전업 해 되풀이 해 오고 있는 이야기다. 그를 위한 최대의 관건이 바로 정보 공개다.“학교 서열화 문제란 기우입니다. 첫해 성적을 다음해 성적과 비교하며, 또 비교 학교군(群)을 기준으로 비교하는 거죠.”차이가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을 직시하자는 것이다. 입시란 것을 통해 학들을 한 줄로 세우자는 현행 제도야말로 만병의 근원이라는 지적이다.

“평준화의 논리를 앞세워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는 선지원ㆍ후추첨 원칙이란 자신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가능성을 기피하자는 제도적 장치죠.” 이 교수는 정보를 숨겨둔 채 선택의 폭을 극도로 제한하는 이 같은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학교간의 차이, 학력의 차이를 근거로 해 교사의 질과 재정 상황 등까지 고려해 현실적인 데이터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 교수는 서울대 세미나에서 “파괴력 있는 정보를 가고 있다”며 자신감을 피력한 바 있다.

이 교수는 평준화 정책을 포기하고도 5년은 엄청나게 노력해야 일본을 따라 잡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보를 공개해 학교 간 경쟁 체제를 구축하고, 처지는 학교에는 우수 교사를 파견하거나 교사를 퇴출시키는 등 교육 행정 체계를 전반적으로 재구축하는 데 걸리는 시간입니다.”이 같은 주장을 펼치면 관련 국가 기관이나 언론(이른바 조ㆍ중ㆍ동) 등에서 집중 포화를 받고 그는 또 다시 싸움닭이 돼야 하는 현실이다. 이 교수는 KDI에 유학 와 있는 중국의 한 엘리트 학생이 하는 말을 전했다. “공산당원인 그는 이런 교육 시스템에서 어떻게 미래를 이야기 하느냐고 의아한 얼굴로 되묻더군요.”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중국조차도 비평준화 돼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새삼 강조했다. “평준화 문제에 대한 이견은 더 이상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우리의 교육을 개선하기 위한 첫 걸음일 뿐이다.”특히 이 말을 화두처럼 던져두는데, “일반적으로 말하듯 평준화란 것이 저소득층에게는 유리한데 고소득층에 불리하다면 모든 국민이 피해자라는 거죠.”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 교육기관 서열화는 세계적 현상



안병영 신임 장관초차 되풀이 했듯, ‘평준화의 틀은 유지하되 개선하겠다’는 교육인적자원부의 기본 방향은 해결을 지연시킬 뿐이라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경쟁에는 당연히 서열화가 따릅니다. 교육 기관이 서열화되는 것은 세계적 현상입니다. ” 한국에는 평등 콤플렉스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1990년 이래 그가 몸 담고 있는 KDI란 국무총리실 산하에 있는 국내의 대표적인 정책연구기관이다. 5년전 설립한 교육 기관(KDI 국제 정책 대학원)은 박사급 학생이나 정책 입안자들을 상대로 한 일종의 재교육 기관으로, 최근 여타 아시아 국가에서는 자국의 브레인들을 유학시키는 등 일류 학교로 인정받고 있는 학교다. 정책학과 경영학을 주요 테마로 해 영어로만 강의하는 이 기관에서 이 교수의 전공 분야는 교육과 노동 정책이다.

서울대에서 국제경제학을 공부(79학번)하고 미국 코넬대에서 교육경제학을 전공한 이 교수는 OECD의 교육 분과인 PISA(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등을 통해 한국 교육의 문제에 대해 집중 탐색해 오고 있다. “지난 1년 동안의 분석 결과, 평준화 지역의 고등학생들이 비평준화 지역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보다 저하됐다는 점 등을 집중 부각시킬 계획입니다.”치밀한 경제적 분석을 무기로 교육 문제에 대해 펼쳐 오고 있는 실증적 접근 방식이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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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 차장 aje@hk.co.kr


입력시간 : 2004-02-0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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