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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탐구] 송채환
맑은 영혼으로 사는 심지 깊은 푼수떼기
넉넉한 누이의 모습으로 안방을 푸근하게 해주는 연기자


자고 나면 유명해지고 자고 나면 초라해지는 스타 시스템 속에서 혼자 뚜벅뚜벅 걸으며 한결같은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가 있다. 송채환.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우직한 발걸음으로 대중과의 살가운 만남이라는 유토피아를 공략하고 있는 이 곰살맞은 여인네의 진지한 이야기 좀 들어보시라.


▽ 소외된 ‘변두리 인생’ 전문 배우





“고등학생 때 <관객모독>이라는 연극을 봤어요. 무엇에 감전된 사람처럼 정신을 못 차리겠더군요. 마치 내 몸 안에 숨어있는 오감이 되살아 나는 느낌이었어요. 그랬으니 밥 먹고 연기만 할 수 있었던 대학시절은 얼마나 행복했겠어요? 그냥 하루 하루가 ‘붕’ 떠있는 듯한 날들이었죠.”

데뷔 당시 동ㆍ서양 미인의 조건이 절묘히 섞여 뭇 남성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그는 영화 <장군의 아들2>에서 김두한을 연모하는 강인하고 꼿꼿한 기생으로 출연해 단박에 대중의 인기를 얻는다. 그때부터 충무로와 여의도에서 지지고 볶는(?) 연기자 송채환으로서의 나날은 본격화되는데 그는 주로 우리 사회의 소외된 변두리 인생에 관심을 뒀다.

출세작인 드라마 <첫사랑>의 푼수 ‘찬옥’을 비롯해 <임꺽정>의 기생 ‘소흥’, <옥이 이모>의 향촌옥 작부 ‘갱자’(경자) 등 적어도 브라운관에서의 그는 좀 투박하지만 인생을, 삶을 거짓없이 사는 맑은 영혼이었다. 특히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한 <첫사랑>에서 연기한 맘씨 착한 누이 ‘찬옥’ 역은 지금까지도 그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그 해 ‘연기대상’에서 최우수 조연상을 수상했다.

▽ 사람은 나의 가장 소중한 재산

“화면에서는 거친 조약돌처럼 굴면서 실생활에서는 잘 닦여진 대리석처럼 살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사람들 속으로 들어갔죠. 새벽 시장도 구경하고 길거리에서 파는 떡볶이며 붕어빵도 사먹었어요. 맞다. 지하철에서 승객들을 대상으로 구걸도 해봤다면 믿으시겠어요?”

생각만큼 연기가 되지 않는 날은 무조건 사람들을 만났다. 그렇게 사람들의 삶 속에 파고들어 째지고 아물기를 반복하는데 20대의 그 들끓는 열정에서 기인한 경험들이 쉽게 포기하지 않는 연기자, 심지 깊은 연기자 송채환을 만들고 있다. 세상의 온갖 쓴맛, 단맛을 자처해서 경험한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오지랖 넓기로 유명한 그는 주위에 사람이 참 많다. 이것을 카리스마, 간단하게는 인간성, 좋게는 매력이라고 부른다. 밉지 않게 바른 말 하는 그는 조용히 그렇지만 무게감 있게 주위 사람들을 압도하는데 그를 아는 후배, 동료 연기자들은 하나같이 “송채환! 최고~”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든다.

연기 구력을 유심히 살펴봐도 송채환만큼 같은 PD, 작가의 작품에 연이어 출연한 배우도 드물다. 요즘 최고 인기 드라마인 <대장금>에서의 한 상궁 역할도 평소 친분이 두터운 이병훈 PD에 의해 제의가 들어왔었는데 임신 중이라 무리한 촬영 일정을 소화할 수 없을 것 같아 대본 연습까지 마친 상태에서 정중히 포기 의사를 전했다. 한 상궁으로 국민 배우로 급부상한 양미경을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본인이 노력한 것에 대한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 진짜같은 가짜 남편, 친구같은 진짜 남편

아직도 탤런트 손현주와는 진짜 부부 사이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 <첫사랑>에서의 서민적인 부부연기가 실감났는지 그 후로도 여기저기에 부부로 꽤 많이 출연했다. 최수종-최진실, 배용준-최지우 같은 화려한 미남미녀 커플은 아니지만 서로의 어깨를 편안히 해주는 구수한 30대의 사랑이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끌어당긴다. “(손)현주 오빠랑은 늙어서도 최불암, 김혜자 선생님같은 국민 커플이 되고 싶어요. 남자로? 오빠는 배우로서는 좋은데 남자로서는 제로에요. 성적 매력도 없고... (웃음). 그런 면에서 우리 신랑은 월등하죠.”

성적 매력 충만한 실제 남편은 미국 독립영화계가 주목하고 있는 전도유망한 영화 감독 박진오다. 대학 후배였던 박 감독은 자신의 졸업 작품에 출연해 달라며 선배 송채환에게 접근(?)했고, 두 사람의 결혼은 연상 연하 영화계 커플로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뉴욕대 대학원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하는 남편을 위해 미국까지 날아가 “햄버거 대신 하루 세끼 고슬고슬한 밥을 해 먹였다”며 자랑하는 그의 못 말리는 남편 사랑은 누가 봐도 예쁘기만 하다.

오는 4월이면 뱃속의 아이도 세상으로 나온다. 지금 대鈞恝【?하고 있는 연극 <오르골>도 2월 중순이면 마무리 되니 그 후로는 본격적인 출산 준비에 들어갈 계획. 사랑하는 남편이 있고 아이가 있고 일이 있어 행복하다는 송채환. 낮은 곳을 향하는 겸손함으로 브라운관을 채우는 그가 있어 우리는 행복하다.



김미영 자유기고가 minju@hotmail.com


입력시간 : 2004-02-0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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