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고 쳤어요"영화 에서 남자 꼬시기에 목숨 건 비행소녀로 변신

[스타 데이트] 임은경
"저 사고 쳤어요"
영화 <여고생 시집가기>에서 남자 꼬시기에 목숨 건 비행소녀로 변신


‘운명인 걸 어떡해~!’

만 16세의 여고생이 ‘운명의 남자’를 만났다며 막무가내로 결혼하겠다고 나선 것도 모자라, 종국에는 교실에서 수업 도중에 아이를 낳는다. TTL의 ‘신비 소녀’가 ‘비행 소녀’가 됐다. 영화 ‘여고생 시집가기’(감독 오덕환ㆍ제작 더존필름)에서 임은경(19)은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짱’ 여고생으로 변신한다.


■ 생년월일: 1983년 7월 7일
■ 키: 162cm
■ 몸무게: 39kg
■ 혈액형: AB형
■ 특기: 피아노
■ 학력: 중앙대 연극학과 03학번

2월 19일 전북 전주 인후중학교. ‘여고생…’의 촬영장에서 만난 임은경의 얼굴엔 의미심장한 미소가 감돌았다. ‘운명의 베필을 이제야 만나다니, 호~옷.’ 새로 전학 온 ‘꽃미남’ 남학생을 향해 음흉한 미소를 날린다.

‘여고생…’은 2004년 판 ‘바보 온달과 평강 공주’ 버전. 그녀가 연기하는 ‘평강’은 바보 온달을 용맹한 장군으로 만드는 지혜로운 공주가 아니라, 모범생 ‘온달’을 꼬셔 동정을 빼앗고 결혼에까지 골인하는 맹랑한 여고생이다.

평강이 따라다니는 ‘얼짱’ 온달(은지원)과, 평강을 흠모하는 푼수 고딩(박노식) 사이에서 삼각관계를 형성한다는 것 빼고는 기존 출연작(영화 ‘품행제로’, 드라마 ‘보디가드’)과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다.

- 범생이 신비소녀의 놀라운 변신

작고 하얀 인형 같은 얼굴에, 긴 생머리, 단정한 교복 차림의 외모도 ‘비행 소녀’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전형적인 ‘범생이’ 임은경의 연기 변신은 놀랍다 못해 다소 무모하게까지 보인다. “이제까지 신비스럽고 말도 없는 분위기의 역만 맡아서 너무 갑갑했어요.” 그래서 밝고 경쾌한 역을 제의 받았을 때, 선뜻 OK 했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을 향한 선입견을 모를 리 없다. “화면 속에서 말만 좀 많이 해도 사람들은 어색해 한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한 번에 확 바뀔 거라고는 생각 안 해요. 마냥 귀엽고 여리게만 봤는데 '저런 재미있는 모습도 있구나' 하는 정도로 차츰 바뀌었으면 해요." 그렇다면 실제 그녀의 모습은 '신비 소녀'와 '비행 소녀' 중 어디에 가까울까? 뜻밖에도 그녀는 후자에 무게를 뒀다. "극 중 평강처럼 남학생을 향해 주먹까지 날릴 만큼 터프하지는 않아도, 밝고 명랑한 편이에요."

신비한 이미지로 대중의 뇌리에 ‘콕’ 박혀 있는 그녀가 ‘운명적인 사랑’에 연연한다는 설정 또한 흥미롭다. 극 중 평강은 만 16살이 되기 전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지 못하면 죽음을 맞게 된다는 ‘가혹한 운명’ 앞에서 남자 꼬시기에 목숨을 건다. “황당한 얘기이지만, 그런 비슷한 징후(극 중 교통사고를 당할 뻔함)가 있다면 저라도 남자를 찾아 다닐 것 같아요.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서. 살기 위해서 라면 당연한 거죠.”

우리 나이로 스물 한 살. 그러나 중학생이라고 해도 곧이 들을 만큼 동안(童顔)의 얼굴이라, 교복 차림은 제법 그럴싸해 보인다. 그러나 “어려 보인다”는 칭찬이 그리 달갑지 만은 모양이다. “언제까지나 소녀일 순 없잖아요. 이제는 성숙한 여인다운 이미지를 남기고 싶어요.” 온달을 속옷 차림으로 유혹하는 장면에선, 섹시한 면도 보여줄 예정이다.

‘시집’을 얘기하는 것은 다소 빠른 감이 있지만, 이미 그려놓은 청사진도 있다. 붙임성 있는 성격의, 예의 바른 남자를 만나 ‘아이 셋’ 은 낳고 싶다는 게 그녀의 결혼관. “여자의 삶에서 결혼은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는 것 같아요. 신중하게 선택하고 싶어요.”

- 최고 개런티에 '부담'

임은경은 참 조숙했다. 외모가 10대라면, 정신 연령은 30대는 족히 돼 보였다. “CF에서 어리게만 봤는데, 실제 만나보니 나보다 훨씬 커 보인다”는 네 살 연상의 상대역 은지원의 평이 빈 말은 아닌 듯 싶었다. 그녀는 연기력이 미흡하지 않느냐는 지적에도 침착하게 얘기를 이어 나갔다. “10가지 중 1가지라도 충실히 소화하려 노력할 거예요. 그 하나가 모이면 열이 되고, 백이 되지 않겠어요. 저에 대한 질타도 배우로서 다양한 느낌을 배우는데 밑거름이 된다고 믿어요.”

‘여고생…’에 출연하며 국내 여배우 사상 최고 개런티라는 4억의 개런티를 받은 데 대해서도 담담하게 입장을 밝혔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부담이 크죠. 열 배 백 배 더 열심히 해서 최고 개런티를 받은 걸 당연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 겁니다.”

임은경은 자타가 공인하는 ‘벼락 스타’. 99년 이동통신 TTL의 CF는 충격이었다. 초현실 공간 속의 모호하고 순수한 이미지로 단박에 대중을 매혹시켰다. 연예계가 들끓었다. 캐스팅 0순위.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장선우 감독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의 스크린에 데뷔했으나, 결과는 기대 이하. 반짝 CF스타에 머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어 지난해 영화 ‘품행제로’와 KBS 2TV 드라마 ‘보디가드’에서 비로소 신비를 벗고 사람 냄새 나는 역으로 대중 속에서 거듭 나기 시작했다. 5월 개봉 예정인 ‘여고생…’에서 무늬만 ‘공주’인 ‘평강’ 역을 맡은 그녀가 이번에는 신비의 ‘알’을 깨고 진짜 배우로 거듭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입력시간 : 2004-02-26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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