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돋친 악녀본색에서 섹시한 로비스트로 안방극장 복귀

[스타 데이트] 김소연
가시 돋친 악녀본색
<2004 인간시장>에서 섹시한 로비스트로 안방극장 복귀


‘어린 수선화, 사냥꾼에게 꺾여 가시 돋친 장미로 키워지다’

SBS 월화드라마 ‘왕의 여자’ 후속으로 8일부터 방영된 ‘2004 인간시장’(극본 장영철, 연출 홍성창ㆍ손정현)에서 탤런트 김소연(23)이 맡은 ‘홍시연’ 의 캐릭터 설명이다. 차갑지만 섹시한 로비스트 역. 부패한 정치인의 이권을 위해 어린 시절부터 철저하게 교육받고 성장한, 냉철한 ‘섹시 우먼’이다.

2002년 MBC 드라마 ‘이브의 모든 것’에서 출세 욕망으로 가득찬 아나운서 ‘허영미’로 출연, 뛰어난 악녀 연기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확 끌어당겼던 그녀가 이번에도 강한 ‘야욕의 화신’으로 1년여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연거푸 사람들에게 미움 받는 악녀로 출연한 이유가 궁금하다.

“악역 연기가 재미있어요. 착한 주인공은 주변의 악인이 만드는 상황에 휩싸여 눈물만 떨구면 그만이지만, 악녀일 땐 음모를 꾸미고 사건을 주도해 나가니 더 흥미진진해요.”

차갑고 이지적인 외모와도 딱 맞아 떨어진다고 한다. 갸름한 얼굴과 곧게 뻗은 콧날, 검은 긴 머리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느낌은 어둡고 복잡한 내면을 지닌 여자의 모습을 드러내기에 어색함이 없다. “중ㆍ고등학교 때부터 별명이 ‘얼음공주’였어요.” 외모로 인한 선입견에 대해 그녀는 “한꺼번에 깨기보다 천천히 변화시키겠다”고 여유만만. 역시 여우다. “실제 성격과 정반대라 앞으로 보여줄 게 무궁무진할 것 같아요.” 원래 명랑하고 쾌활해서 ‘유쾌, 상쾌, 통쾌’의 대명사라고 한다.

- 연기생활 9년만에 첫 배드신

가시를 숨긴 아름다운 여자는 위험하면서도 매혹적일 수 밖에 없다. 극 중 하룻밤에도 3명의 남자를 자신의 침실에서 은밀하게 만난다. 아무리 연기라지만, 농염한 베드 신과 키스 신이 쑥스럽진 않았을까. “뻔뻔해졌나 봐요. 검은 슬립만 달랑 입고 카메라 앞에 서기는 난생 처음인데 이상하게 하나도 떨리지 않았어요.” 연기 생활 9년 만에 처음으로 찍은 베드 신 상대가 그녀보다 무려 37세가 나이가 많은 탤런트 이정길(60)이라는 데도 불만은 없다. “전혀 아쉽지 않아요. 앞으로도 기회가 많겠죠.(웃음).”

김소연은 어릴 적부터 ‘인간시장’의 열혈 팬이었기 때문에 이번 드라마에서 더욱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을 펼치고 있다. 그녀가 초등학교 2학년 때인 1988년 박상원이 주연을 맡아 방영됐던 ‘인간시장’을 재방송까지 빼놓지 않고 볼 정도로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난해 말 신문에서 ‘인간시장’이 다시 제작된다는 기사를 보고 “조연이라도 참여하고 싶어서” 냉큼 하겠다고 나선 게 바로 홍시연 역이다. 당시에는 이미 장총찬(김상경), 오다혜(박지윤) 등 주요 배역이 정해진 상황이었다. “어린 시절 온 가족이 즐겨봤던 드라마에 제가 출연한다는 게 묘한 흥분감을 안겨줬어요.”



■ 생년월일: 1980년 11월 2일
■ 키: 168cm
■ 몸무게: 46kg
■ 가족사항: 3녀 중 막내
■ 학력: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4년) 재학

이 같은 결정은 생각지도 못했던 큰 행운을 불러왔다. 이후 대본이 대폭 수정되어 ‘홍시연’의 매력과 비중이 부각되는 쪽으로 바뀌었다. “언제 다시 이런 멋진 역을 하게 될 지 모르겠어요. 장총찬을 무너뜨리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고 그에게 접근했다가 오히려 자신이 무너지고, 어린 아이를 구하기 위해 악의 소굴로 뛰어들기도 하는 따뜻한 구석도 있어요.” 연일 밤?篤돛막?전날 겨우 10분 눈을 붙였다는 김소연은 그래서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힘든 줄 모르겠다”고 함박 웃음이다.

- 새록새록 연기의 깊은 맛 느껴

94년 중학교 2학년 때 SBS ‘공룡선생’으로 데뷔한 이후 곧바로 ‘스타’가 된 그녀는 무명 시절이 없었다. 대신 99년 대학에 들어간 이후 슬럼프를 겪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본 적이 없을 만큼 화려한 생활을 했어요. 늘 매니저가 데리러 오고, 언제든지 원하는 역에 발탁됐죠. 그러던 어느날 케이블TV에서 과거의 출연작을 봤는데, 연기인 ‘척’ 하고 있더군요. 큰 충격을 받았죠.” 결과적으로는 훌륭한 약이 됐다.

김소연은 그 동안 낭비한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더 열정적으로 연기하고 싶다는 의욕을 내비쳤다. “예전에는 일과 사랑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당연히 사랑이었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적어도 몇 년은 일에만 푹 빠져 지내고 싶어요.”

중학교 때부터 유달리 성숙한 외모로 눈길을 끌었던 김소연은 올해 스물 세살. “어린애가 어른인 척 하는 게 아니라, 진짜 어른이 되서 연기를 하니 이제야 진가를 제대로 보여줄 ?같다”는 그녀. 김소연은 ‘인간시장’에서 비록 가시 돋친 장미일지라도 거부할 수 없는 아름다운 유혹의 아이콘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듯하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4-03-11 17:35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