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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탐구] 김민준
터프와 지성, 감성의 '물건'
<다모>이어 <폭풍 속으로>에서 운명과 맞서는 삶 연기
신뢰가는 이미지와 강인한 남성상으로 화려한 비상


추적추적 비가 내리던 제부도 인근의 한 어섬. 모두들 비를 피해 발전차 뒤로 몸을 숨기는데 한 사내만이 내리는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뭐라 계속 중얼거리고 있다. 뭐하는 것인가 싶어 옆 사람에게 물으니 ‘감정 이입’중이란다. <조선 여형사 다모> 촬영 현장에서 처음 만난 김민준은 그렇게 유난스레 열심인 배우였다. 마침 점심 때라 도시락이 나눠졌지만 “지금 먹어봐야 소화도 안 된다”며 잔뜩 긴장한 채 대본에서 손을 놓지 못하던 사람, 그가 바로 김민준이다. “<다모>가 끝난 후에는 김민준이라는 제대로 된 배우 하나가 우리 앞에 나타나 있을 것이다”던 이재규 PD의 예언처럼 실제 이 드라마는 ‘다모 폐인’이라는 신조어까지 낳으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혁명가 장성백 역의 김민준은 하루 아침에 유명 배우가 됐다. 이 억척스런 연습쟁이 미남 배우의 화려한 나날이 시작된 것이다.


- ‘넥타이는 청바지와 평등하다’로 단박에 인기몰이





범생이는 아니고 그냥 얌전했다는 학창시절. 키 187㎝의 몸짱 김민준은 90㎏급 유도선수로 활약하던 고 2 시절, 시합 도중 왼쪽 무릎연골을 크게 다쳐 불가피하게 선수생활을 마감한다. 1995년 경기지도학과로 진로를 바꿔 대학에 진학했지만 관심이 가는 것은 학업보다는 모델 쪽일. 모델학원에 정식으로 등록해 수많은 패션쇼와 TV CF에 얼굴을 내비치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출근하는 젊은 CEO를 연기했던 한 이동통신회사 광고로 확실한 얼굴 도장을 찍는다. 이재규 PD도 이 광고를 보고 반해 연락을 취했다고.

모델 활동 중에도 틈틈이 영화 잡지를 뒤적이고, 개봉작들을 챙기며, 배우의 길을 선망하던 그는 영화 <화성으로 간 사나이>에 김희선의 애인인 증권회사 젊은 이사로 첫 스크린 신고식을 치루지만 존재감을 알리기엔 역부족인 작품이었다. 그 후 갈기머리 휘날리는 민중혁명가로 분한 <조선 여형사 다모>에서 하지원과 이룰 수 없는 안타까운 사랑을 나누는데 방송이 나가자마자 인터넷 팬 카페가 삽시간에 생겨났고, 2003년 최고의 신인으로 추앙받았다.

- ‘각진 턱’이 주는 진중한 신뢰감

인상은 무뚝뚝해 보이는 편이다.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닭살돋는 밀어를 끊임없이 쏟아내는 꽃미남 주인공들과는 달리 고작 “산채에서 오래오래 정을 나누며 살았으면 좋겠소”라는 ‘썰렁’한 말로 사랑을 고백한다. 실제로의 그도 필요이상의 친한 척이나 가벼운 말장난을 즐기는 편은 아니다. 자칫 건방져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묵직한 진중함이 또래 배우들과는 다른 신뢰감을 준다. 조용조용한 성격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도 드러난다. 예를 들면 “학창 시절은 어땠나요? 주먹 좀 썼을 것 같은데…” “주먹은 가위바위보 할 때 밖에 안 썼는데요.” “몸이 좋은데 근육 만드는 비결은 뭔가요?” “그건 저만의 노하우라서 공개할 수 없는데요.” 등등. 할 말만 하는 과묵한 스타일이다.

한 안면 전문가는 김민준의 인기 요인을 ‘각진 턱’으로 돌린다. 남성의 인상에서 턱은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김민준의 각진 턱은 쌍꺼풀 없는 가는 눈과 조화를 이뤄 강인하고 정직하고 쉽게 배신하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를 준다는 것이다. 하긴 미국에서도 한때 알랭 드롱같은 부드러운 턱선의 배우가 저물자 말론 브란도, 커크 더글라스 같은 강한 턱선의 배우들이 인기를 끌었으니 말이다.

- ‘폭풍 속으로’ 들어간 터프한 반항아



최근 방송 중인 <폭풍 속으로>에서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모범생 형(김석훈)과 대비되는 사고뭉치이자 이종격투기 선수를 연기하기 ㎸?하루 6시간 이상을 운동에 할애했다. 일본 이종격투기인 ‘K1’ 리그를 연상시킬 만한 연기를 펼쳐야 하기 때문에 서울 보라매공원 액션스쿨에서 매일 복싱을 비롯한 각종 액션 지도를 받았고, 영화 <알리> <챔피온> <로키 시리즈> 등 격투기 관련 비디오 자료를 수시로 꺼내 봤다.

외모에도 변화를 줬다. ‘웨이브 장’이라는 별명을 낳은 긴 머리카락을 자르고 피부는 구릿빛으로 태웠다. 살갗이 벗겨져 흉터가 잡힌 주먹은 반항아 냄새를 물씬 풍긴다. “전문적인 격투기 선수라기 보다는 살아남기 위해 상대와 싸우는 처절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영웅적 캐릭터였던 장성백과는 달리 어려서부터 콤플렉스에 찌들어 있는 인물이에요. 운명의 폭풍에 점점 빠져들면서 힘든 삶을 살게 되죠.”

- 20대의 마지막 해, 그래서 더 남다른 각오

연기를 좀 하다보니 부족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발음의 정확도와 표정이 약하다는 지적도 들린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많이 아는 사람보다는 많이 해본 사람이 장땡인 ‘연기의 세계’에서 김민준은 고작 두 번째 드라마 출연인 걸.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지름길은 없다는 걸. 목표로 정한 정상을 위해 그저 한발 한발 내딛을 뿐이다. “올해 스물 아홉이에요. 20대를 보내는 마지막 해인 만큼 뭔가를 만들어 놓고 30대를 맞고 싶어요. 두고보세요. 치열하게, 멋지게 해내겠습니다.”

그에게 ‘최고의 배우’라는 타이틀은 아직 미래를 위해 남겨둬야 마땅한 칭호다. 측량할 수 없는 김민준의 다른 모습들은 아직 인사조차 건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배우로 성장해나가든,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그에게서 당분간 눈을 떼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김미영 자유기고가 minju@hotmail.com


입력시간 : 2004-03-31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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