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철부지 새색시 "싱숭생숭한게 사랑인가요"영화 서 김래원과 소꿉놀이 사랑 깜찍 발랄한 연기로 찬사 한 몸에

[스타줌인] 문근영
열여섯 철부지 새색시 "싱숭생숭한게 사랑인가요"
영화 <어린신부>서 김래원과 소꿉놀이 사랑 깜찍 발랄한 연기로 찬사 한 몸에


“어린 나이에 사랑을 한다는 게 많이 떨리고 긴장됐어요. 지금은 참 좋아요. 정말 멋진 오빠가 생긴 것 같아요.”

만 16세의 앳된 여고생 배우 문근영이 때이른 성인 신고식을 치렀다. 그것도 겁도 없이 덜컥 결혼부터 하고 첫 키스까지 경험했다. 4월2일 개봉하는 코미디 영화 ‘어린신부’(감독 김호준ㆍ제작 컬처캡미디어)에서 ‘옥탑방 고양이’ 김래원(23)과 백년가약을 맺었다.

문근영은 그 동안 드라마 ‘가을동화’(2000년)와 ‘명성황후’(2002년), 그리고 지난해 영화 ‘장화홍련’ 등 여러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지만, 명실상부하게 아역 연기에서 벗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무려 1,000만원 상당의 보석으로 장식한 예쁜 웨딩드레스를 입었을 때, 또 김래원과 생애 첫 키스를 나누었을 때, 문근영은 학교 친구들과 교사로부터 심한 놀림을 당했다. 반 친구들은 “래원 오빠와 키스할 때 기분이 어땠냐”고 호기심 어린 질문을 던졌고, 교사들은 “(벌써 남자와 입맞춤하고 결혼까지 한) 저렇게 야한 애랑 놀지 말라”고 농담까지 했다고 한다.

- 앙큼한 새색시 "남자친구는 없어요"

“꼬맹이일 때부터 빨리 결혼하는 게 소원이었어요. 근데 (영화에서) 이번에 결혼 생활을 해 보곤 생각이 바뀌었어요. 빨리 결혼하겠다는 친구가 있으면 말려야 할 것 같아요. 안정적인 신혼생활을 하기 힘들잖아요.” 웨딩드레스를 입으니 진짜 결혼식을 올리는 것 같아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는 문근영은 끝내 집에 돌아가 “눈물까지 흘렸다”며 얼굴을 붉혔다.

‘어린신부’는 양가 할아버지의 약속 때문에 억지로 결혼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과 실제 사랑을 가꿔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 문근영은 집안의 강요에 못 이겨 결혼을 하지만 자신이 유부녀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학교 선배인 야구부 선수 ‘정우’ 와 바람(?)이 나는 철부지 색시 ‘보은’ 역할을 맡았다. 결혼을 하고도 순정 만화 같은 사랑을 꿈꾼다.

“남자 친구는 있냐”는 정우의 물음에 눈 깜짝 않고 “없다(속으로, 남편은 있지만…)”고 답하고, 남편 식사는 뒷전이면서 정우 오빠의 경기 때는 정성스레 김밥 도시락을 싸가서 목이 터져라 응원한다. “바람인 줄 모르고 피웠기 때문에 귀엽지 않나요? 물론 영화니까 가능한 얘기지만. 저는 결혼하면 절대 바람 피우지 않을 거예요.”

가을동화와 명성황후 등에서 어린 나이답지 않게 애절한 눈물 연기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문근영. 그녀는 ‘어린신부’의 명랑 연기에서도 후한 점수를 받을 것 같다. 영화 시사회가 끝난 뒤에는 평소 칭찬에 인색하다는 기자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완전히 문근영의 한판 승이야!” “연기 천재야!” 저마다 스크린에서 문근영이 얼마나 깜찍했는지, 사랑스러웠는지 표현하지 못해 안달인 듯한 모습이었다.

“왜 진작 밝은 역할을 하지 않았나 후회했어요. 기존의 어둡고 슬픈 이미지를 털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 생년월일: 1987년 5월 6일
■ 키: 165cm
■ 몸무게: 45kg
■ 특기: 태권도, 피아노 연주, 수영
■ 가족사항: 2녀 중 장녀
■ 학력: 광주 국제고등학교 재학(2년)

문근영은 깜찍 발랄한 보은의 캐릭터가 실제 자신의 모습과 너무 똑같아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나를 보여주는 것 같아 걱정”했을 정도로 밝은 성격이지만,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말투에서 드러나는 의젓함은 어른 뺨 친다. 최근 사랑의 상실을 냉철한 시각으로 다룬 일본소설 ‘낙하하는 저녁’(에쿠니 가오리 作)을 감명 깊게 읽고 “요즘 한창 사랑이 하고 싶어진다”고 말할 만큼 조숙한 면이 있다. “어른스럽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또래 친구들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해서 혼자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가 봐요.”

매곡초 6학년 시절 데뷔해 어느새 6년차. 가을동화의 송혜교(은서 역) 어린 시절로 얼굴을 알리고 스크린으로 진출했다. “처음에는 순수하게 연기만 생각했는데 도중에 예쁜 옷, 인기와 같은 연예인의 화려한 생활에 취하기도 했다”고 반성도 한다. 그런 면에서 ‘어린신부’는 큰 자양분이 됐다고 한다. 김래원의 ‘목숨 걸고 미친 듯이 매달리는’ 연기 열정은 다소 흐트러졌던 마음을 다잡게 했다.

- '10년 뒤 한국의 대표 여배우' 1위

최근 ‘10년 뒤 한국을 대표할 여배우’를 묻는 영화사이트 ‘맥스무비’(www.maxmovie.com)의 설문조사에서 문소리, 박솔미 같은 쟁點?선배들을 압도적으로 제치고 1위에 뽑히기도 한 문근영. 그녀는 주변의 높은 기대에도 흔들리지 않고 “어리니까 가능성을 높이 사준 것”이라며 “난 아직 배우가 아니다. 배우가 되려고 노력하는 아이일 뿐”이라고 겸손함을 보인다.

“주인공의 부담감을 촬영할 때는 못 느꼈는데 오히려 끝나니까 실감이 돼요. 그래도 조금 연기의 폭을 넓혔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싶어요. 안 좋은 일이 많은 사회에 따뜻한 영화로 온기를 불어넣었으면 좋겠어요.”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4-03-31 20:54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