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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탐구] 진희경
거리낌 없음이 매력적인 화끈女
아침드라마 <열정>에서 '지고지순한 주부'로 주부시청자 사로잡아


생긴 것 만큼이나 시원시원하다. 174㎝의 늘씬한 키, 굵직한 이목구비도 진희경을 돋보이게 하는 코드지만, 그녀를 가장 빛내는 건 재치 있는 말솜씨와 뒤끝(?) 없는 솔직한 성격이다. 캐스팅할 때 까다롭기로 유명한 송창의 PD는 “시트콤 <연인들>을 준비하면서 어떤 배우가 좋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진희경은 면접 후 단박에 OK 사인을 내렸다. 그토록 짧은 시간에 자신을 거침없이 그러면서도 강렬하게 표현하는 배우는 처음 봤다”고 말한다. 뒷풀이 자리에서는 ‘진돈나’라는 별명에 걸맞게 화려한 춤 솜씨를 숨기지 않고, 원한다면 다음 날 해가 뜰 때까지 술잔을 기울일 수 있을 정도의 주량은 되는 이 파워풀한 여인의 멈춤 없는 에너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그녀만의 매력이다.


- 잘 나가는 모델에서 배우의 길로





진희경은 스크린에서 TV로 무대를 확장하면서 대중과 가까워진 케이스다. 한창 영화로 많은 인기를 얻다 처음 브라운관에 나타났을 때 한없이 망가지는 그녀를 두고 시청자들은 “우리가 알던 진희경이 맞는지?”를 의심했다. <연인들>의 호들갑스러운 노처녀, <앞집여자>에서 맡은 실업자 남편을 둔 미장원 주인 역할은 너무나 생활적인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특히 <앞집여자> 에서 보여준 뽀글 머리와 질펀한 농담연기는 주부들로부터 “진희경, 진짜 아줌마에요?”라는 칭찬 섞인 질문이 쏟아지게 했다.

데뷔 때를 기억하는 사람은 알겠지만 초창기 그녀는 잘 나가는 모델이었다. 대학에서는 첼로를 전공한 음악도였는데, “조용히 앉아서 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소극적인 삶”이라고 생각, 학교를 그만두고 1989년 모델로 삶의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데뷔 이듬해인 1990년부터 6년간 내리 그 해의 최고 모델에게 주는 베스트 모델 상을 받았다. 잘 나가던 모델 시절 드라마, 영화 섭외가 많이 들어왔지만 그는 모델로 확실히 인정받은 뒤에 영화에 출연하겠다고 생각하고 배우로서의 길을 잠시 미뤘다.

- 그녀만의 색깔연기

90년대 중반, 모델 일을 접고 드디어 시작한 영화 일. <커피 카피 코피>로 영화에 데뷔해 <은행나무 침대>의 미단 공주 역으로 최고의 스타덤에 올랐다. 그 후 <모텔 선인장>에서 파격적인 노출연기를 선보인 그녀는, 기존의 우아하고 단정한 이미지를 벗고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하기 시작하더니 <처녀들의 저녁식사> <신장개업> <자카르타> 등을 통해 그녀만의 색깔 연기를 선보였다. <처녀들의 저녁식사>에서 보여준 조재현과의 섹스 신은 두고두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데 강수연이 몸을 사리고, 김여진이 신인이라 희미했다면 진희경은 주도적으로 캐릭터를 창조해 나가는 스타일이었다. 전라의 몸으로 거실 창문에 얼굴을 내미는 장면도 그녀가 아니었으면 연출해 내지 못했을 것이다.

영화배우 설경구가 기억하는 진희경의 모습도 재미나다. “<처녀들의 저녁식사> 때 처음 진희경씨를 만났다. 그때 나는 무명이었고, 진희경씨와 하룻밤 사랑을 나누는 만화가로 등장했다. 그 만화가는 그 후 우연히 횡단보도에서 그녀를 다시 만나지만 외면한다. 배가 부른 놈이었다.(웃음)” 설경구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서 또다시 진희경과 조우하는데 이번엔 그녀가 설경구의 몸과 마음을 다 가져놓고 말없이 떠나는 역이라 묘한 웃음을 줬다.

- 기다릴 줄 아는 연기자

혹자는 그녀를 두고 풍부한 눈빛을 지닌 배우라고 한다. 커다란 눈으로 어떤 표정을 짓는가에 따라 수시로 다른 인물이 된다고. “눈이 좋은 배우란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눈빛으로 속 깊이 담아둔 감정을 드러내려고 해요.” 또한 이 점이 아직은 딱 떨어지게 ‘연기파 배우’라고 말할 수 없는 그녀의 단점을 보완해 주기도 한다.

그녀는 또한 출연작을 많이 기다리는 배우이기도 하다. ‘이건 정말 내가 할 역’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일년 내내 일이 없어도 그만이라는 것. 데뷔작 <커피 카피 코피>로 겪었던 뼈아픈 경험이 지금까지 상기되는 모양이다.

얼마 전 개의?<고독이 몸부림 칠 때>의 촬영은 선배 연기자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60세 이상 중견 배우들의 총집합으로 화제가 됐던 이 영화에서 진희경은 유일한 ‘젊은 피’로 등장해 노장 선배들의 코믹한 연기에 윤기를 더하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50세가 되도록 장가를 가지 못한 박영규를 오매불망 짝사랑하는 횟집 주인으로 생선회와 전복은 원 없이 먹었단다. “거기 가면 아역배우 취급을 받으니까 상대적으로 귀여움을 많이 받았죠. 어휴~ 선생님들은 연기 교과서 그 자체에요. 내공이 장난이 아니에요. 전 언제 그런 연기할 수 있을는지….”

- 아름다운 열정의 고집쟁이

MBC가 봄 개편 후 새롭게 선보이는 아침 드라마 <열정>에서는 또 다른 그녀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바람둥이 치과의사 남편이 급기야 자신의 절친한 친구와 바람이 나자 이혼, 엉뚱하지만 마음씨 따뜻한 작곡가와 재혼하는 인희로 출연한다. 도발적인 액션이 주로 지배했던 기존의 캐릭터와 달리 차분하면서도 순박한 가정 주부 역할에 도전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가정의 소중함이 절실히 와 닿네요. 진정한 행복을 찾아 고군분투하는 인희의 모습, 많이 기대해주세요.”

진희경도 한때 나이 드는 것에 겁 먹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때 결심했단다. 젊음에 집착하는 비극적인 여배우는 되지 않겠다고. 맞다. 가슴 속 열정을 행동으로 표출하는 모습은 나이를 불문하고 아름답다. 오히려 예전보다 지금이 더 멋져보이는 건 확신에 찬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리라. 연기가 좋아 오래도록 ‘연예계’에 몸담고 싶어하는 이 여배우의 징글맞은 고집이 영원히 꺾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미영 자유기고가 minju@hotmail.com


입력시간 : 2004-05-04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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