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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줌인] 송강호
시대의 아품과 웃음을 무채색으로 그려낸 '넘버1'
무아의 연기 빛난 <효자동 이발사>의 소시민, 최고의 배우로 자리매김한 흥행 보증수표


한 아버지가 갓 열 살 난 아들의 뺨을 매몰차게 후려친다. 상황을 미처 받아들이지 못한 듯 어리둥절해 하는 아들의 얼굴 위로 스치는 아버지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다. 비장하다. 맞는 자식보다 때리는 아버지의 마음이 더 아프다는 말이 실감나는 장면이다.

“ 1960~70년대 우리 아버지들의 자식 사랑은 지금하고는 크게 달랐다. 간혹 시비가 붙어도 남의 자식을 탓하기보다, 자기 자식에게 먼저 매를 들었다. 그렇게, 때리면서도 가슴 아파하던 사랑이 더 깊었을 것이다.”

5월 5일 개봉하는 새 영화 ‘효자동 이발사’(감독 임찬상ㆍ제작 청어람)에서 송강호(37)의 ‘아버지’ 연기가 감동적인 것은 그의 행동과 말투가 너무나 사실적이기 때문이다. 그의 손짓 하나, 표정 하나에 관객들은 압도 당한다.

영화 ‘넘버 3’의 어눌한 불사파 두목이나 ‘살인의 추억’의 시골 형사 역을 통해 오랫동안 우리에게 익숙했던 코믹함과 넘치는 끼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는 자신의 색깔을 철저히 죽인 무아(無我)의 연기가 더 큰 흡인력을 낳는다는 것을 적확하게 보여준다.






- 진중한 연기로 극의 깊이 더해줘

“ 즉흥적인 대사(애드리브)는 한 마디도 없었어요. 순간의 재미를 좇으며 얄팍한 웃음을 만들다 보면 캐릭터의 순수성이 훼손될 것이라고 생각했죠.” 자연스런 극의 흐름을 놓지 않으려, 극도로 튀는 행동은 자제했다는 설명이다.

극 중 곱습골슬하게 볶은 헤어 스타일도 ‘보통 사람’이 되기 위한 연출의 일환이었다. “ 곧게 뻗은 생머리는 젊어 보이지만, 좀 날카롭게 보일 소지가 있잖아요. 약간 곱슬머리가 소심한 성격을 표현하는 데 좋을 것 같았어요.”

그가 맡은 역할은 소심한 이발사 성한모. 그 시절 청와대가 있는 동네 효자동에서 이발소를 하다 ‘각하의 이발사’로 발탁되지만, 각하 주변 권력 암투에서 살아 남기 위해 자꾸 머리를 숙여야 했던 힘없는 소시민이다. 국가가 하는 일은 항상 옳다고 믿을 정도로 순진하고, 옆집 연탄가게 아저씨에게 쉽게 굴복할 만큼 비겁하며, 각하의 목에 면도칼 자국을 내놓고 벌벌 떠는 소심한 인물이지만 자식에 대한 사랑은 누구보다 절절하다. “살아가는 데 정말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예요. 체제니 이념이니 사상이니 하는 게 얼마나 부질 없는 것인지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극 중 아들 ‘낙안’이보다 한 살 어린 아홉 살 난 아들을 두고 있어, 아버지의 자식 사랑을 연기하는 데 처음부터 생경함은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감정의 깊이였다. “요즘에는 부모가 ‘건강하라’거나 ‘거짓말 하지 말라’는 식의 얘기를 하지만 당시에는 ‘공부 열심히 하라’는 것이 전부였어요. 당신들은 가난하고 못 배웠어도 아이들은 좀 더 나은 인생을 살라는 것이었지요. 그 어려운 시대 아버지들의 선 굵은 마음을 얼마나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이발사 배역의 소화도 그리 쉽지는 않았다. 그는 두 달여 동안 손에 가위를 들고 살았다고 한다. “이발소를 차릴 정도는 아니지만, 웬만한 남자 머리는 깎을 수준이 된다”는 게 그의 말. 덕분에 공연히 촬영 스태프의 머리가 쉴새 없이 수난을 당했다.

- 몇 안 되는 보석같은 배우

전작 ‘살인의 추억’은 80년대가 배경이더니, 이번에는 시계 바늘을 더 당겨 60년 3.15 부정선거부터 79년 12.12사태까지, 암흑의 시대를 정면으로 관통한다. “딱히 그 시대의 얘기가 좋아 작품을 선택한 것은 아닌데 공교롭게 그렇게 됐네요.” 과거에 대한 향수나 무슨 아픈 기억 같은 게 있을 법 하지만 그래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작가의 목소리가 높지 않으면서도 근대사에 대한 강렬한 아픔과 넉넉한 웃음을 함께 줄 수 있는 시나리오가 좋았어요. 좋은 시나리오이고 제게 맞을 역이면, 출연하게 되는 거죠.”

지난해 ‘살인의 추억’으로 영화계를 온통 들썩이게 한 송강호는 “출연만으로 영화에 믿음을 더 해주는 몇 안 되는 보석 같은 배議굻?속한다. 당연히 ‘효자동 이발사’의 대박 가능성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모아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리 작품성이 있어도 대박은 운도 따라 줘야 하기 때문에 점치기 어렵다는 그. 그래도 아슬한 묘미를 즐기는 표정이다. “ 아주 희망찹니다. 시사회 때 사람들의 표정이 ‘ 살인의 추억’ 때보다 더 밝았거든요.” 흥행 성적이 어떠하든, 분명한 痼?당분간 영화계는 그에 대한 칭찬 일색일 것이라는 점이다. ‘ 국민배우’라는 칭호에 버금가는.


■ 생년월일: 1967년 1월 17일
■ 키: 180cm
■ 몸무게: 71kg
■ 학력: 부산경상전문대학
■ 데뷔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년)



배현정 기자 hjbae@hk.co.kr


입력시간 : 2004-05-04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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