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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침 나의 삶] 경희대 생물학과 윤무부 교수
"신새벽의 새가 나를 부른다"
행사 진행·인터뷰·방송·원고 작성 등 1인다역 '거뜬'


“새처럼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먼저 성공합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먼저 찾아 먹는다, 일찍 일어나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것. 과연 ‘새 박사’다운 첫마디다. 윤무부 교수는 아침에 대해 이렇게 새의 비유를 들면서 포문을 열었다. ‘새 박사’답게 새를 닮아서 아침형 인간이 되었을까?






새에 관해서라면, 이 사람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국내 ‘새박사’ 일인자로 통하는 윤무부 교수. 그의 기상 시간은 새벽 4~5시다. 유년 시절부터 수십 년간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다. 올해 들어 ‘아침형 인간’ 붐이 일었지만 그에게는 특별한 일도,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새는 동물 중에서도 일찍 일어나요. 저보다도 더 먼저 일어난다니까. 천적이 있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고 자기를 방어하는 본능이 있어서 잠을 오래 못 자죠.”7년 전, 윤 교수는 산에서 병들어 있던 새를 데려다 고쳐주었는데, 이 새가 날아가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아파트 베란다에 놓고 키우는 콩새가 있는데, 먹이를 주러 갈 때나 다가가면 아직도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깜짝 놀란다고.

“ 잠이 부족하면 낮에 피곤하지 않냐?”고 묻자 “낮에는 새처럼 잠깐씩 ‘ 새잠’을 잔다”고. 새와 연관 지어서 하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낮에 의자에 앉아서 잠깐씩 새잠을 자요. 그러면 피로가 많이 풀려요.”


- 해 떨어지면 자고, 새벽이면 일어난다

경남 거제도 장승포에서 7남매 대가족 가운데 태어난 윤 교수는 형제들 중에서 유난히 키가 작아 아버지가 특별히, 지게를 못 지게 했다. 어릴 적부터 나고 자란 주변 환경이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자연 그 자체였던 덕에, 자연과 벗하며 모험심과 감수성을 키웠다.

산골짜기는 해가 일찍 떨어진다. 그래서 저녁밥을 먹고 해가 지면 바로 자고,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습관이 됐다. 아버지가 새벽 4시면 깨워서 산에 데리고 갔다. 여명이 서서히 밝아 올 무렵, 산에서 소에게 풀을 먹이다 보면 새들이 주변을 빙빙 날았다. 크게 기척을 내면 새가 푸드득 날아올랐는데, 그 모양이 참 귀여워 보였다. 그래서 새를 따라 수풀 사이로 쫓아가기도 하고, 산새를 직접 데려다 키우기도 했다.

자연에 대한 경외와 호기심, 이것이 지금도 새를 찾아 방방곡곡을 다니는 방랑 인생을 만들었다. 한 밤중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새를 보러 산 속으로 훌쩍 떠나는 그의 별난 취향은 가족들도 못 말린다. 아니 이제는 아내와 자녀들도 영향을 받아 어느 때고 떠난다.

윤무부 교수에게 아침 시간은 ‘건강과 여유’다. 일찍 시작하는 아침이므로 서두를 필요도 없고 바쁘지 않으니 여유가 있다.

그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서재로 간다. 비디오 테이프, 필름, CD, 오디오, 카메라 장비 등 새에 관한 온갖 자료가 빽빽히 보관돼 있는 서재는 그의 보물 창고. 서재 한 쪽, 자신의 책상 앞에 앉아 가만히 눈을 감고 명상하는 시간을 갖는다. 어제는 무슨 일을 했는지 돌아 보고, 오늘 할 일은 무엇인지를 곰곰 생각한다. 하루 일정을 조용히 머리 속에서 생각하면서 잠시 명상에 빠진다.

그리고 의자에서 일어나 ‘ 새 스트레칭’을 한다. 새가 날아가기 전 기지개를 펴 듯이, 온 몸을 죽죽 펴 주면서 활개를 친다. 자는 동안 움추려 있던 몸이 마디마디 깨어나면서 개운해 진다. 이어 방 정리를 하고 여유가 있는 날에는 근처 대중 목욕탕에 가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근다. 또 탕에서도 수십 번씩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면서 피로를 풀어 준다. 아침 식사는 잡곡밥과 콩류, 샐러드 등 소화가 잘 되는 자연식으로 간단하게 먹는다. 기자도 아침 식탁에 함께 했는데, 밥 ?공기를 뚝딱 비울 정도로 음식이 술술 넘어가면서 속도 든든했다.


- 새처럼 일찍 일어나서 명상하는 습관을 길러야

깜깜한 새벽, 으슥한 산 속에서 망원경과 카메라를 들이대고 대기한다. 깊은 산 속에서 엄습해오는 공포와 추위, 외로움과 싸워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새의 아름다운 자태를 포착하는 기쁨이란…. 새를 포착하는 순간, 그 무한한 환희를 맛보기에 이런 수고는 아무 것도 아니다.

윤무부 교수의 근무지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새가 있는 산과 자연, 즉 전국 방방곡곡이 그의 연구실이다. 이렇다 보니, 전국 도처에 그의 팬들이 쫙 깔렸다. 옆집 아저씨처럼 사람 좋은 인상과 털털함, 친근감으로 이미 인기 스타가 돼 있다. 산에 가서 새를 조사하다 보면 배가 금새 고파지는데, 산에서 만난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고 먹을 것을 나눠주고 또 싸주기도 한다.

요즘 윤 교수는 강의를 비롯해 각종 행사와 인터뷰, 방송 출연, 원고 집필 등 1인 다역을 하고 있다. 또 전국에서 걸려오는 새에 관한 문의전화를 종종 받는다. 이 날도, 부산에서 ‘공장 안으로 새 한 마리가 들어와 둥지를 틀고 나가지 않는다’는 연락이 왔다. 그는 새의 특성을 이야기하고 주변의 습지에 놓아주라는 답변을 해준다.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이런 문의 전화가 좀 귀찮을 법도 한데, 윤 교수는 하나하나 친절히 설명해 주고 사람들이 원하면 현장에 직접 가기도 한다.

“산은 어머니의 품과 같아요. 다리만 튼튼하면 어디든지 다닐 겁니다. 꼬부랑 늙은이가 되어 기력이 쇠해도, 들것에 실려서라도 산으로 데려달라고 할겁니다.”

앞으로 움직이고, 살아 있는 새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새에 관한 인터넷 방송을 하고 싶다는 윤무부 교수. 새와 함께 한 그의 인생은, 아침을 일찍 시작하는 새처럼 근면과 열정, 그 자체였다.



허주희 객원 기자 cutyheo@hanmail.net


입력시간 : 2004-06-2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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