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잡는 자, 세상을 얻는다집중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회의나 세미나엔 아침이 제격신세대 배우기도 아침 시간에…" 그들은 미래의 키워드"

[나의 아침, 나의 삶]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조동성 교수
아침을 잡는 자, 세상을 얻는다
집중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회의나 세미나엔 아침이 제격
신세대 배우기도 아침 시간에…" 그들은 미래의 키워드"


부산 찍고, 제주도 찍고, 다시 서울로….

그의 활동 무대는 전국 방방곡곡이며, 한 시도 쉴 틈이 없다. 그야말로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조동성 교수. 어지간한 젊은 사람들에게도 벅찬 일정이다. 각종 외부 강연과 회의, 수업, 세미나 주최 등 그를 필요한 곳이라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언제든지 달려 간다.

새벽 6시, 습관적으로 눈이 떠진다. 아침에 집에 머무는 시간은 잠깐, 대충 나갈 준비를 하고 차에 오른다. 그가 아침마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곳은 매번 다르다. 일주일이면, 너댓 번은 아침 7시에 회의가 있다. 거의 매일 아침에 회의가 있는 셈. 보통 남들이 일어나는 그 시간에, 어떤 사람들은 회의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간단한 조찬과 함께 열리는 회의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아침 시간을 활용해 1시간 반 정도 진행된다. 벌써 이런 조찬 모임을 수 년째 해 오고 있는 조동성 교수는 아침만이 주는 고요와 여유를 100% 활용하고 있다. “그 동안 경험해 본 바로는, 회의나 모임을 갖는데 아침 시간이 매우 효과적이에요. 먼저 회의 장소에 모여 간단하게 조식을 하고, 바로 이어서 7시 30분부터 1시간 가량 집중적인 토의가 이뤄집니다. 대개 회의는 오전 9시 전에는 모두 끝나요. 그 후엔 각자 직장에 출근하거나 일하러 갑니다."


- 이른 아침의 회의는 더욱 생산적이고 효과적

조동성 교수는 크게 세 개의 모임을 갖고 있다고 한다. 회의와 세미나(연구회), 그리고 주로 저녁에 이뤄지는 지인들과의 친목 모임이다. 그는 특히 학술이나 주제 강연 등 절대적으로 집중이 필요한, 회의나 세미나는 아침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그가 오랫동안 아침 회의를 이끌고 경험하면서 터득한 것이다. “ 제가 알기로, 미국에는 이런 아침 회의가 없어요. 유럽도 마찬가지이고요. 아침에 모여 회의를 갖는 경우는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 정도를 들 수 있습니다. 아침 회의 문화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죠.”

일본에서는 10년 전부터 아침마다 모여서 공부하고 토의하는 연구회가 많이 생겼다고 한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도 아침에 갖는 회의, 세미나 등 아침 모임이 서서히 정착되고 있다. 특히 우리의 경우, 아침 모임을 가지면 300~500명까지 모이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은 기껏해야 몇 십 명 수준이다. 따라서 아침 회의 문화는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 '나이를 먹는다고 늙는 것은 아니다'

‘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기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그것은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열정을 말한다.(중략)때로는 이십의 청년보다 육십이 된 사람에게 청춘이 있다.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우리가 늙는 것은 아니다. 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 것이다.’

조 교수가 우연히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세뮤엘 울먼의 시, ‘ 청춘’이다. 그는 이 시를 번역해서 복사한 종이를 아는 사람들에게 나눠 주었다. 비록 나이를 먹어 가지만, 우리는 항상 젊은 마음가짐으로 미래를 생각하자고 뜻을 모았다. 이렇게 해서 1993년, ‘ 젊은 마음을 가진 경영자들의 모임’이 만들어 졌다.

어느 새 11년째 접어든 이 모임은 초기에 10여 명에서 지금은 기업인, 교수, 정치인 등 100여 명의 회원이 있다. 정기적으로 한 달에 한 번 모임을 갖는데, 한 가지 대원칙이 있다. 그것은 모임에서 과거의 지나간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발전을 꿈꾸고 설계하는 등 미래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모이?‘ 엊그제 무슨 일이 있었는데, 어떠했더라’는 등 근황부터 얘기를 하며, 생각처럼 미래에 대해서만 얘기를 나누는 게 어려웠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 닿는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 매달 주제를 정하고 여기에 맞는 전문가를 초빙하여 강연을 듣고 의견을 나눈다. 예들 들어 젊은 사람을 모임에 초빙해서 요즘 젊은 직장인들은 어떤 상사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데이트는 주로 어디서 하는지, 한달 용돈을 얼마나 쓰는지 등 요즘 젊은이들의 생각을 엿보고 이해하며 그들만의 트렌드를 읽는다.

“ 2002년 월드컵 때, ‘ 붉은 악마’의 등장과 함께 젊은 세대들이 막강한 파워로 급부상했잖아요. 우리 사회의 미래를 여는 코드로 작용하는 것도 젊은이들이에요. 기성 세대가 그들을 알지 못하고서, 미래를 얘기할 수는 없어요. 그들의 문화를 알고 이해하며 세대간의 조화를 통해 미래를 함께 열어 나가야 합니다.”


- 여가를 제대로 즐길 줄 알아야 진정한 '웰빙'

조 교수는 미리 매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되는 아이템과 우리 사회의 새로운 코드를 주제로 선정하고 있다. 지치지 않은 열정 덕에,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 전천후형 인간’으로 불리고 있다. 한국여가문화학회가 주최한 ‘ 웰빙과 여가문화:새로운 트렌드의 중심점’이라는 제하의 학술 대회에서 강연을 하면서 “ 노는 것도 배우고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한 대로다. 즉, 주 5일 근무제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에 따른 여가를 즐길 줄 알고 시간을 제대로 활용해야 축복 받은 휴가가 된다고 것이다.

“ 요즘 현대인들, 웰빙과 삶의 질을 추구하잖아요? 그러기 위해선 항상 공부하고 재충전해야 합니다. 삶의 수준을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가 고민하고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 진정한 웰빙이라고 할 수 있겠죠."

글 / 허주희 객원기자

사진 / 이상민 사진가


입력시간 : 2004-07-01 11:49


글 / 허주희 객원기자 cutyhe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