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좀 엉뚱한 데가 있죠'1년 4개월 만의 TV복귀…'액션' 마다않는 초등교사역 열연

[스타줌인] 최강희
'제가 좀 엉뚱한 데가 있죠'
1년 4개월 만의 TV복귀…'액션' 마다않는 초등교사역 열연


“해보니까 되요. (남자 주인공을 향해) 힘차게 발차기를 날리는 것이나, (수영장의) 잠수 상태에서 눈을 뜨는 것이나. 저도 될 줄 몰랐는데, 한 번 해봤더니 되던데요.”

6월29일 서울 여의도 MBC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탤런트 최강희(27)는 주변 사람들을 연신 놀라게 했다. 제작진의 ‘대역’ 준비를 무색케 한 ‘무대뽀’ 정신으로 말이다. 더군다나 “어려움을 무릅쓰고 한 게 아닌데”라며 “그냥 되더라”를 강조하는 대목에 폭소가 터진다.

‘엉뚱한 그녀’ 탤런트 최강희(27)가 7월 4일부터 방송되는 MBC 일요아침극 ‘단팥빵’의 여주인공으로 브라운관에 복귀한다. 지난해 2월 종영한 MBC 주말극 ‘맹가네 전성시대’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그간의 연기 활동은 지난해 7월 MBC 2부작 특집극 ‘2003 신 견우직녀’에 ‘반짝’ 얼굴을 비친 것이 전부였다. “아는 언니 집에서 아무 생각 없이 빈둥빈둥 하며 지냈어요. 오후 2시쯤 일어나 배 만지면서 밥을 먹고, 시체 놀이를 하고…”


- "빈둥빈둥 지냈어요" 솔직한 인사

하도 특이하고 당돌한 신세대 분위기 탓일까. “첫 촬영 때 심장소리가 귀에 들릴 듯이 떨렸다”는 소감이 곧이 들리지 않는다.

최강희는 이 드라마에서 27세의 초등학교 교사 ‘한가란’ 역을 맡아, 학생보다 더 어린듯한 왈가닥 선생님을 연기한다. 가란은 피아노 학원에 가는 것보다 태권도 학원에 가는 것이 익숙했던, 활달하고 낙천적인 성격이다. 불의를 보면 참지를 못해, 여학생을 괴롭히는 남학생에게 온 몸으로 달려들고 들이받는 게 예사였다. 초등학교 시절 단팥빵 하나 때문에 ‘주먹다짐’을 벌이고 원수로 지냈던 동창생과 어른이 돼 다시 만나 티격태격하며 사랑을 키워가게 된다.

지난 96년 KBS ‘신세대 보고, 어른들은 몰라요’로 데뷔한 뒤 줄곧 드라마에서 털털하며 약간은 중성적인 느낌을 주는 여성을 연기했던 최강희의 이미지에 더없이 잘 어울린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전혀 딴 판이다. “솔직히 박장대소 하는 밝은 연기가 가장 어려워요.” 평소 쾌활하기 그지 없는 TV 속 이미지와는 달리, 실제로는 ‘우울 모드’에 가깝단다.

가란이 역이 실제 모습과 닮은 점도 있다. “사소한 것에 ‘욱~’해서 일을 벌이는 것은 똑같아요.” 그런 성격 때문에 친구들 사이에선 ‘플레이스테이션2’라는 별명으로 불린다고 한다. 사연은 이렇다. 그녀의 여자친구가 첫 사랑에게 선물 받은 플레이스테이션2를 새로 사귄 남자친구한테 빌려줬는데, 헤어진 후 이를 돌려 받지 못해 발을 동동 둘렀다. 이에 ‘정의의 화신’인 그녀가 그 남자에게 “돌려달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덩치 좋은 남동생까지 동원해 되찾기에 나선 것. 결국 실패했지만 성격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귀가 두터운 편이에요. 남들 평가는 신경 안 써요.”


- 또래 미녀 스타들과는 다른 독특함

또래의 미녀 스타들이 그리 선호하지 않는 일요 아침 드라마에 출연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대본을 읽었을 때 재미있고, 지루하지 않게 느껴지면 OK에요. 남들이 얼마나 보느냐는 그 다음 문제이죠.” 허구헌날 ‘반찬’ 얘기나 하는 일상적인 스토리보다 감각적인 작품에 끌린다는 것이다. “원작 소설(지난해 한수영 씨가 출간한 동명의 소설)보다 더 귀엽고 상큼하게 그려나갈 거예요.”

Profile
* 생년월일: 1977년 5월 5일
* 키, 몸무게 : 165cm, 48kg
* 혈액형: B형
* 학력: 서일대학 연극영화과

첫 느낌이 ‘최상’이라는 신념 때문에 “미리 대본을 연습을 하지 않고, 1회씩 임박해서야 준비한다”는 최강희에게 친한 연예인인 개그우먼 송은이와 김숙은 생경한 캐릭터 연습에 큰 도움이 되어준다. 비록 그들의 의도는 아니더라도. “냉정해 보이면서도 의리 있는 모습은 김숙 씨에게서, 별로 예쁘지 않은데도 어른들이나 주변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모습은 송은이 씨를 보며 모델링 해요.”

데뷔한 지 벌써 9년,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이 있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좀 묘한 역을 맡고 싶다”고 밝혀 예의 그 엉뚱함을 다시 한 번 드러내기도 했다. “나른한 역할이라 표현한다면 이해가 될까요. 외로워서 죽는 역이었던 영화 ‘행복한 장의사’가 이런 역에 가깝지요.” 덧붙여 에쿠니 가오리가 쓴 일본소설 ‘반짝반짝 빛나는’의 동성애 코드도 그녀가 탐내는 역할 중 하나라고 한다. 환언컨대 “독특하지만 내면이 치열한 여인으로 그려지고 싶다”는 말로 장래에 심어갈 연기관을 내비쳤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4-07-06 16:49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