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여는 상큼한 날갯짓라디오 아침프로 맡으며 잠과의 전쟁 1년올빼미형에서 아침형인간으로, 새벽의 소중함 깨달아

[나의 아침, 나의 삶] 강지원 변호사
세상을 여는 상큼한 날갯짓
라디오 아침프로 맡으며 잠과의 전쟁 1년
올빼미형에서 아침형인간으로, 새벽의 소중함 깨달아


매일 아침, 생방송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나서면서 어쩔 수 없이(?) '아침형 인간'이 된 강지원 변호사.

그는 해가 두 쪽 나도,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한다. KBS 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강지원입니다'를 1년 째 진행하고 있는 그는 매일 잠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서서히 '아침형 인간'에 적응하고 있다는 그를 만났다.

- 만만찮았던 새벽시간 적응

"오늘 방송 중에 기상청을 불러서 일기 예보를 들어야 할 순서인데, 이미 한 것으로 착각한 거예요. 날씨 멘트가 나갈 순서에 잠시 망설였어요. 바로 하긴 했지만 순간 당황했죠. 정신이 혼미해서 깜박 잊었나 봐요."

오늘 생방송 중의 실수담을 꺼내며 말문을 연 강지원 변호사는 1년 동안 아침형 인간으로 살면서 예전엔 알지 못했던 많은 것을 얻었다고 한다. 아침 방송을 맡기 전에는 전형적인 올빼미였다고 하는 그는 그래서 아침 라디오 방송 섭외가 왔을 때 바로 사양했다.

"저는 청소년 교육 운동가이고 변호사이지, 시사 전문가나 평론가가 아니라고 거절했어요. 또 제 경우 매일 새벽마다 일어나야 하는 것도 힘들고요. 그런데 '이 일도 사회의 건강을 위하는 일 아니냐? 청소년 운동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하라'는 PD의 말에 공감하게 되었고, 결국 프로그램을 맡게 되었어요. 올 7월로 방송 시작한 지 꼭 1년이 되었네요."

좋은 취지로 시작한 시사 프로그램이었지만 막상 맡고 보니 매일 새벽 시간에 적응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매일 새벽 잠과의 전쟁을 치를 만큼 힘들었다. 지금은 서서히 '아침형 인간'으로 변해 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아침이 주는 신선함과 여유. 예전엔 미처 몰랐던 사실이다.


- 아침에 띄우는 세상소식

새벽 4시에 일어난 그는 집으로 배달되는 4종류의 조간신문을 읽는다. 먼저 1면의 주요 기사 타이틀을 훑어보고 그 날의 주요 기사를 살펴본다. 아침 식사는 요구르트와 인절미 같은 떡을 말랑하게 데워서 먹는다. 이른 아침이라 위에 부담 가지 않게 요기할 정도로만 간단히 한다.

집에서 나서는 시간은 4시 55분. 매일 이 시간에 택시가 집 앞에 대기하고 있다. 여의도 방송국 스튜디오에 5시 30분쯤 도착하면, 방송 시작까지 1시간 동안 뉴스를 분석하고, 대본을 점검하며 큐시트를 확인하는 등 생방송에 대비한다.

"처음에 방송할 땐 너무 이른 아침이라 적응도 안 되고, 긴장을 많이 했어요. 새벽에 일어나서 방송을 한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요. 정신이 맑지 않아 졸기도 했고요. 이제는 서서히 아침 시간에 면역이 되가는 것 같아요."

방송이 끝나는 아침 8시에는 PD 작가 등 라디오 스텝들과 구내 식당에서 함께 아침 식사를 한다. 식사를 하면서 그 날 방송에 대해 실수한 부분은 사과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평가하는 시간을 갖는다.

강지원 변호사가 1년째 진행하고 있는 '안녕하십니까? 강지원입니다'는 그 동안 여러 진행자를 거쳤으며, 국내의 대표적인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으로 꼽히고 있다. 아침 6시 25분부터 8시까지 약 1시간 30분 정도 방송되는 이 프로는 출근길 청취자들에게 필요한 경제 동향과 국내외 주요 뉴스를 보도하고 분석하면서 국민들에게 세상 흐름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라디오 프로를 진행하면서, 라디오 방송의 묘미랄까, 참 맛을 많이 느껴요. 사람들은 대개 텔레비전을 먼저 생각하는데 라디오는 나름대로 엄청난 묘미가 있어요. 고정 청취자가 있고 오로지 목소리를 통해서만 감정이 전달되기 때문에 솔직한 매체라는 생각이 들어요."

외국에서는 아침 출근길에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대단하鳴?한다. 아침에 신문으로 보는 뉴스와 라디오를 통해 목소리로 듣는 뉴스는 큰 차이가 난다고 한다.

"라디오는 느낌이 실려 있어요. 진행자가 이薩銖求?단어 한마디 한마디에 굉장히 큰 영향력이 있죠. 시사 프로를 진행하다 보면 정치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정 중앙의 위치에서 방송을 하려고 해요. 적어도 방송에서는 편파적이지 않으려고 합니다."


- 청소년 운동가, 변호사, 방송인, 3가지 색깔의 삶

생방송 시사 프로그램의 묘미도 느끼고 주변의 격려도 받으면서 잘 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는 강지원 변호사. 그는 방송 시작 후 습관을 새롭게 만들어 가고 있다. 늦어도 저녁 9시면 잠자리에 드는 것이다. 처음엔 잠이 안 와 뒤척였지만 억지로라도 잠을 청하는 습관을 들이니 그런 대로 적응할 만 하다. 아침 식사 후에는 서초동 변호사 사무실에 출근한다. 부족한 잠은 사무실 간이 침대에서 1~2시간 자면서 피로를 푼다. 오후에는 EBS 방송국에서 '선택 화제의 인물'을 녹화한다. 올 3월부터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로도 나서고 있다.

"아침에는 라디오 진행자, 저녁에는 텔레비전 토크 쇼 진행자로 요즘 이렇게 매일 방송인으로 살고 있어요. 저는 방송인이 아닌데 말이죠. 원래 청소년 교육 운동이 본업이고 변호사 일은 생업인데 방송은 뭔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아직 방송이 뭔지 잘 모르지만 방송을 매일 하다 보니 자신이 방송인이 아닌가 가끔 착각을 한다'고 말한다. 3년 째 넥타이를 매지 않고 늘 칼라 없는 흰색 셔츠와 검정 양복을 입고 다녀 이 복장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그래서 종종 '신부님 같다’는 소리를 듣는다며 웃는다. 올빼미형에서 아침형으로의 변신. 일찍 일어나는 새처럼 그는 오늘도 힘찬 날개 짓으로 화려한 비상을 하고 있다.

글 / 허주희 객원기자

사진 / 이상민(프리랜서 사진가)


입력시간 : 2004-07-20 17:39


글 / 허주희 객원기자 cutyhe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