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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초대석] 에너지 대안 센터 대표 이필렬 교수
"석유로부터의 해방을 준비해야"
시민 태양발전소 건립운동 이끄는 학자


민간인이 재생 가능 에너지를 이용해 만든 전기가 일반에게 판매되는 시대가 열렸다. 산업자원부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소규모의 재생 가능 에너지를 한국 전력 등에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한국의 대안 에너지 운동이 실질적인 추진력을 얻게 된 것이다.

전기를 생산해 파는 ‘시민 발전소’가 현실적으로 가능해 졌다는 말이다. 바꿔 말하면 시민 태양 발전소를 맨앞에서 이끌고 있는 서울 종로구 부암동의 에너지 대안센터가 더욱 조명받게 됐다는 것. 이에 따라 6월 4일 경기 파주의 창비출판사 신사옥에 건립된 ‘시민 태양 발전소’ 3호기가 더욱 조명을 받게 됐다. 이 곳에서 만들어진 전기는 ㎾당 716원으로 한전에 본격 판매돼 매월 21~33만원의 수익을 올리게 돼, 약 8년이 지나면 설치비(창비에서 출자한 2,900만원)를 환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에너지대안센터와 안성 등지에 설치된 1, 2호기의 뒤를 잇는 쾌거다.


- 실험실 밖에서 정당성 입증

에너지 대안 센터의 대표인 그를 만났던 것은 태풍 민들레의 여진이 드문 드문 남아 있던 때였다.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던 터라 그에게 가장 중요한 일감인 태양빛은 물러나 앉았지만, 연관 단체를 부지런히 다니며 대안 에너지라는 커다란 화두를 이끌고 나가는 그의 일과는 잠시라도 쉴 틈이 없다. 이필렬(48ㆍ한국 방송 통신대 과학사) 교수. 사실 그는 일반인에게는 에너지 대안 센터 대표로서 활발히 벌이는 운동으로써, 또는 에너지 관련 서적들을 줄기차게 발표하는 학자로서 보다 더 각인돼 있는 사람이다. . “태양 전지로 3㎾를 만드는 데에는 2,000만원 들죠. 한 가정에서 쓸 전력으로는 충분하죠.”

풍부하고 깨끗하며, 영원한 에너지를 탐색ㆍ연구하는 작업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만큼 다양한 활동을 펼쳐 온 덕분이다. 자신의 주장과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상의 수치를 충족시키는 데 머무르기 일쑤인 자연과학자들과는 그의 존재 양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실험실 안에서의 정합성만을 넘어 선, 실험실 밖에서의 정당성이 그를 분발시킨다.

예를 들어 교수신문 7월 5일자에 실렸던 칼럼 ‘석유에서 벗어나야 한다’ 역시 그러하다. 대량 살상 무기를 감추고 있다는 이유로 이라크전을 도발했던 미국의 속셈은 결국 중동의 석유를 장악하려는 데 있다는 논지다. 당시 글의 발단은 이라크전과 독일이었다. 즉 독일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끝까지 반대했던 것은, 다시 말해 미국의 눈치를 그리 보지 않아도 됐던 것은 중동 석유에의 의존도가 낮기 때문이라는 지적이었다.

보다 중요한 이유는 석유 등 화석 연료의 소비를 계속 줄여 나가, 마침내는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0으로 까지 낮출 수 있게 하는 50년 일정의 탈(脫)석유 프로그램이 차곡차곡 준비돼 왔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글은 자원 쟁탈에 있다는 본질을 꿰지 못 한 채 변죽만을 울리고 있는 파병반대론자들에 대한 충고로 매듭 지워졌다.

파병 반대론자들은 우리나라의 석유 의존도를 어떻게 낮출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당연히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생 가능 에너지를 늘리고 에너지 절약과 효율적인 이용을 통해 수십년 후에는 석유로부터 해방된다는 계획을 짜야 하며, 그 같은 점들을 고려하면서 바평 반대 운동을 해야 더 큰 힘을 갖게 된다는 충고까지. 에너지 문제란 결국 정치적 선택과 결단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 인간의 탐욕이 빚은 석유전쟁

최근 그는 평소의 지론을 단행본 ‘다시 태양의 시대로’에서 종합했다(양문刊). ‘악마의 눈물’에 대한 실증적 비판이 준열하다. 20세기 인류의 문명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주인공인석유를 일컫는 말이다. 현대 문명은 에너지 중독을 기반으로 존립하며, 특히 1991년부터 2001년까지 에너지 소비의 증가 속도가 세계 평균보다 14배나 빠른 것으로 나타난 한국의 경우는 보다 심각하다. 논의가 깊어지면, 책은 마치 현대 정치론을 읽는 듯 하다. 부시 정권이 틸레반과 빈 라덴을 소탕한다는 명목을 내걸고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한 이유는 카스피해의 석유를 인도양으로 수송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 통로가 바로 그 곳이기 때문이다. 그는 인간들의 탐욕이 머잖아 빚어낼 디스토피아 하나를 제시했다.

화석 에너지 문제?머잖아 재앙으로 드러날 것이다. 앞으로 석유는 40여년, 천연 가스는 60여년 지나면 소멸된다. 석탄은 200년 가까이 쓸 것이 남아 있지만, 불편할 뿐더러 오염 물질도 너무 많이 배출한다. 여기에다 전지구적 기온 상승 추세 때문에 인류는 화석 연료에 더욱 의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IPCC(세계기상협의기구)가 2001년 내놓은 보고서에 의하면 21세기 100년동안 지구 평균 기온이 섭씨 1.4도에서 5.8도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저 같은 전망을 한국에 대입하면 상황은 아예 재앙이다.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2100년까지 우리나라의 평균 기온은 섭씨 4.2도에서 17.4도까지 올라 간다. 후손들은 물론 현재의 한국인들에게도 감내할 수 없는 혼란이 닥친다는 것. 그렇다면 2003년 미국 국방성이 비밀리에 작성했다, 이듬해 영국 ‘가디언’지가 폭로한 그림을 따라가 보자. 식량 생산이 크게 줄어 들고 열대와 아열대 지역이 황폐화되면서, 살 길을 찾아 대대적인 인구 이동이 펼쳐진다는 전망.

에너지 문제는 자연은 물론 민감한 정치적 사안이다. 가까이는 7월 7일 ‘완도군 핵폐기장 반대대책위원회’가 연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강연회’에서도 이 교수는 빠지지 않았다. 핵폐기장에서 발생하는 방사선이 자연에 끼칠 악영향에 대해 강연을 펼쳤다. “재생가능한, 훨씬 좋고, 안전한 에너지를 개발해서 써야 한다는 거죠.” 세 개의 형용사 한 자 한 자마다 방점을 찍듯, 그가 말했다.


- 에너지에 대한 근본의식 바뀌어야

“적이라는 표현은 좀…. 에너지와 관련한 심각한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이 분명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 한다는 것, 이게 적이죠.” 환경을 오염시킬 기존의 에너지원 대신 풍력이나 태양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전환하자는 의견에 대한 ‘적’은 그렇다면 누구냐는 자못 거친 질문을 받고 한 말이다. “사람들이 또 다른 가능성에 대해 인식을 못 한다는 거죠. 단순히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게 아니라, 에너지를 보는 근본적 의식을 전환시켜야 한다는 거죠.” 만만찮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는 암시다.

“확산 속도가 너무 느려요. 4년이 다 돼 가는데, 회원수가 1,000명도 안 되니….” 첨예한 사안이 걸린 문제라기 보다는, 환경 운동 정도로만 여기는 일반인들의 통념을 겨냥한 말이다. 시민 발전소의 경우, 언론 매체로는 수십차례 소식이 나갔지만, 회원수에는 별 차이 없는 걸 보면 그 반증이 아니겠느냐는 것. 그는 그러나 50년은 참고 해야 할 일이라고 동지들을 다독인다. “50년 안에 이산화탄소의 방출을 줄이지 못 한다면 기온 상승을 더 이상 막을 수가 없어요. 우리나라의 경우, 100년에 1.5도 상승된 추세가 더욱 가속화할 거예요.” 실천 방안이 있을텐데?

“현재 석유의 최대 소비처는 교통이죠. 석유를 줄여 나가는 현실적 교통 방안, 예를 들어 대중 교통을 이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안해야 합니다.” 자전거를 편하고 안전하게 탈 수 있도록 하는 환경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전략이다. “곧 바로 지하철과 연계되는 시스템을 생활화 해야죠.” 자동차 구동에 필요한 연료는 어떻게 하나? 식물성 기름을 이용한 바이오 디젤, 에탄올을 이용한 알코올 연료 등을 적극 사용하면 50년안에는 석유에의 의존을 없앨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난방은 어떻게 하나? “단열 방안 등 에너지를 최대한으로 절약할 수 있는 건축 방식을 개발해야 합니다. 꼭 필요한 난방은 식물성 연료 등 생물 에너지로 충당할 수 있어요.” 자그마한 키에 한국, 아니 지구를 구할 수 있는 생각으로 꽉 차 있다.


- 유신독재 항거의 틈서 싹튼 '환경'

서울대 화학과 75학번인 그는 이른바 전형적인 긴조(긴급조치) 세대가 취할 수 있었던 저항적 삶을 구현해 보인다. 유신 정권이 만든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옥살이를 했던 게 1978~79년. ‘짭새’ 천지였던 캠퍼스를 뛰쳐 나가 광화문 등지에서 가투(가두 투쟁)를 하던 댓가였다. 필생의 화두인 환경 문제에 뜻을 두게 된 게 바로 그 때. “창원ㆍ울산 지역이 공업화 탓에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었죠. 과학이 사맛岵막?오도될 가능성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됐어요.”

무자비한 독재에 희생당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다면 과학은 무엇인가를 그는 고민했던 것이다. 이른바 운동권이 된 그는 ‘전환 시대의 논리’ 등 금서를 파고 들다, 결국 밖으로 뛰어 나갔던 것이다. 당시 신문 한 귀퉁이에는 수배중인 그의 사진이 게재될 정도였다. 1983년 독일 베를린 공대에 입학한 그는 88년 화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0년대 들어 그는 과학과 기술에 대한 새 정보와 비판적 사색의 결과물들을 신문에 하나둘씩 내 놓기 시작했다. 치열했던 투사답게, 그의 칼럼이나 시평은 과학적ㆍ기술적 정보들이 ‘체제 바깥’이라는 가치와 맞물렸을 때 펼쳐 보일 수 있는 파릇파릇한 신지평과도 같다.

힘들다고 생각될 때는 없는지, 물었다. “제 4, 제 5의 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자금이 부족하다는 점 외에는요.” 그 고질병을 치유하기 위해 그는 오늘도 열심히 발품을 팔며 열심히 홍보한다. 태양 에너지 전기를 상업화할 수 있게 한 이번 산업자원부의 결정도 그 성과 중 하나다.

그는 7월 11일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과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가 선정한 ‘전력정책의 미래에 대한 시민 합의 회의’의 시민 패널로 선정되기도 했다. 박금옥(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이용두(산업자원부 원자력사업과 과장) 등 유관 단체장들로 구성된 18명의 패널과 함께 합숙 토론 등을 거쳐 10월에 3박4일의 합숙 본회의 때 의견을 제시한다.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원자력 발전을 계속할 것인지의 여부가 중점 논의될 그 자리에 이제는 정부와 원자력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와 그의 동료들이 주장하는 깨끗한 에너지가 사회 전반적으로 상용화할 변곡점은 언제쯤 올 것인지? “한 10~15년 걸리겠죠. 그 때까지 용기를 잃지 말고 열심히 할 작정입니다.” 바로 저 뚝심으로, ‘어두운 죽음의 시대’도 넘겨 내지 않았던가.



장병욱차장 aje@hk.co.kr


입력시간 : 2004-08-0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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