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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조건] 한국 스파이렉스 사코 박인순 사장
'감동'휘날리는 신바람 경영
즐겁게 일하고 화끈하게 논다
직원 감동으로 고객 감동 이끌어내는 독특한 경영철학 '절정경영'


파티에 초대 받은 사람처럼 출근길이 즐거운 곳, 엔돌핀이 샘솟는 회사, 절정경영을 외치는 독특한 회사. 한국 스파이렉스 사코(이후 한사코)가 그런 회사이다. 이 회사의 사장 박인순씨. 한사코는 1978년 창립한 증기 및 유체분야의 마켓리더다. 영국계 회사로 이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회사다. 직원이 감동해야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철학으로 일터에 신바람을 불러 일으키는 ‘절정경영’으로 여러 기업의 벤치 마킹 사례가 되고 있다.


박인순 사장은 1978년 한사코의 창립 멤버로 시작, 입사 8년째인 1984년 한국 법인 사장으로 임명되면서 20년간 ‘절정경영’ 이라는 독특한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증기에너지 절약분야의 불모지였던 한국시장을 개척, 한사코를 일본보다 앞선 사코 그룹 내 4위의 회사로 만들었다. 그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 받아 최우수 경영대상을 세 번이나 받았다.

사무실은 많은 것을 얘기해 준다. 사무실의 배치, 인테리어, 직원들의 표정을 보면 웬만한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말로만 절정경영을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약간의 의구심도 들었는데 서초동 사무실에 들어선 순간 의심이 사라졌다. 첫 인상은 특별했다. 무엇보다 직원들의 표정이 밝았고 웃음이 넘쳤다. 뿐 아니라 사무실 곳곳에 걸려있는 그림, 사명과 가치, 직원들끼리 찍은 사진, 한 벽면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음반들이 ‘신바람 경영’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게했다.

박 사장은 의사인 아버지와 교수인 어머니 사이에서 2남 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집안은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부모님은 고기를 잡아주기 보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려 애썼고 장사해서 돈 버는 것 보다 지식습득을 통해 성공하길 원했다.

원래 아버지의 권유에 따라 의사가 되려다 의대 시험에 낙방한 그는 재수 후 공대로 진로를 바꿔 연세대 화공과에 들어갔다. 별로 의사가 되고 싶은 마음도 없었는데 오히려 의대시험 낙방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그렇지만 공학에 흥미를 느끼지도 못한 채 신시내티 대학에서 화공학 석사까지만 한 후 MBA를 하며 인생의 방향을 전환했다.

기술 집약적인 사업을 하고 있는 지금 되돌이켜 보면 대학에서 공학을 공부한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얘기한다. 그의 동생은 예 치과로 의료계의 기린아가 된 박인출 씨.


- 마라톤에서 배운 인생과 경영

그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마라톤이었다. 마라톤을 하며 처음 2~3km에서는 주저앉고 싶을 만큼 힘들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일정 거리 이상을 뛰다 보면, 어느 순간 몸이 가벼워지고 행복해지는 절정의 순간을 맛보게 된다.

이 상태를 ‘runner’s high’라고 한단다. 용산고등학교 재학시절 그는 운동선수가 아니었지만 교내 단축 마라톤대회에서 운동을 전공으로 하던 친구들을 제치고 2년 연속 1등을 한 기록도 세웠다. 대학 재학시절에도 교내 축제의 일환으로 벌어진 마라톤 대회서는 1등을 차지했다. 마라톤에 인연을 맺고 즐긴 그는 마라톤을 통해 인생과 경영을 배웠다. 그의 경영철학인 ‘절정경영’ 역시 마라톤에서 얻은 아이디어라는 것이다.

절정경영의 핵심은 이왕 일할 것 즐거운 마음으로 일 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생산성도 오르고 성과도 나기 때문이다. 직원에게 감동을 주면, 감동한 직원은 고객을 감동시킬 것이고, 감동한 고객은 또 다시 이 회사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한사코의 전 직원은 출근하美뗌?모두 모여 20분 정도 차를 마시는 Coffee Meeting을 갖는다. 차 한잔의 여유도 즐기며, 업무도 확인하며, 하루를 편안하고 여유 있게 시작하자는 이유에서다.

박 사장은 스스로를 파티의 호스트로 자처하며 직원들에게 최대한의 감동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이 때문인지 한사코에는 장기 근속자가 많다. 회사를 그만 둘 일이 없는 것이다. 25년 역사에 163명이 근무하는 이 회사에는 10년 이상 장기근속자가 50여명이나 된다. 남녀차별이 없고 능력을 중시하기 때문에 여자 부서장도 많다. 여자 직원 중 66%가 기혼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이 회사의 철학은 “재미있게 일하고, 화끈하게 놀자 (work hard, play hard)”이다.


- 자기개발 위해 평생학습 실현

박 사장은 정직이야말로 최선의 전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실제 이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1987년 한사코에 근무한 지 10년쯤 되었을 때, 미국의 5대 기업 중 한 기업이 그에게 파격적인 조건으로 한국 지사장 자리를 제안했다. 두 배의 연봉, 최고경영자 과정 지원, 스톡옵션 등등… 그는 이때 처음 스톡옵션이란 말을 들었다. 엄청난 대우를 내세운 유혹이었다. 흔들린 그는 3개월의 여유를 요청하며 계약서에 서명을 했고 본사에도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런데 다음날 소식을 들은 상사가 직접 한국을 방문해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는 자신을 스카우트 하려는 회사의 파격적인 조건과 자신의 상황을 솔직하게 이야기 했다. 그러자 고민하던 상사 또한 상당히 개선된 대우를 제안하며 그를 붙잡았고 갈등하던 그는 한사코에 남기로 했다. 그러나 이미 계약한 회사에 다시 번복을 해야 하는 일이 남아 있었다. 이 때도 그는 모든 상황을 정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를 스카우트 하려던 회사는 그의 번복에도 불구하고 충성심과 정직함에 존경을 표했다. 일생의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 된 이 사건을 통해 그는 솔직함과 신뢰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했다. 또 “몸값은 월급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인정해주는 것이 진정한 몸값이다” 라는 사실도 체득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유난히 자기개발에 힘 써 책을 많이 읽는다. 특히 세계 500대 기업의 CEO에 관한 책은 거의 다 읽었다. 절정경영도 이런 과정에서 나온 산물이다. 그의 사무실은 온통 책으로 둘러 쌓여 있다. 서가에 자리를 잡지 못한 책들은 책상 위며 바닥에 까지 널려있다.

그는 평생 공부를 실천하는 사람이다. 1973년 브리지포드 대학에서 MBA를 한 후, 84년 하와이대학 최고경영자과정, 87년 하바드대 최고경영자 과정, 95년 IMD 최고경영자과정 (SSE), 96년 스탠포드대학 성장기업CEO 과정, 2003년 미시간대 마케팅 전략과정 등을 마쳤다. 자신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 평생을 학습하는 사람, 그는 분명 보통 사람은 아니다. 또 그렇기 때문에 평생을 글로벌 CEO로 활동할 수 있는 모양이다.


- 기술교육 통한 시장확대 전략 적중

그는 도전적이며 창의적이다. 증기 및 유체시장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 시장에 그가 처음으로 했던 것은 회사의 이름을 제대로 알리는 일이었다. 처음엔 “스파이렉스 사코요? 무슨 스파이 회사인가요?” 라고 묻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브랜드 인지도도 시장점유율도 최악이었다. 이 상황에서 독특한 마케팅 방법을 사용하는데, 바로 기술교육을 통한 시장확대 전략이 그것이었다. 증기 및 유체에 관한 교육, 이를 통한 에너지 절감 방법을 가르치면서 자연스럽게 회사의 이름을 알리고 고객과의 신뢰를 구축했다.

요즘 같이 복잡한 세상에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필요한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사람을 중요시 한다. KCMC(글로벌 사장들의 모임)와 능률협회 조찬회에 열심히 나간다. 용산고 동창회 부회장과 연세대 화공과 동창회장도 맡고 있으며 관련 업계 모임에도 열성적으로 나간다. 회사 직원들과의 모임도 중시한다. 사석에서의 별명이 ‘젊은 오빠’ 일 정도 직원들과 친분도 두텁다.

그는 26년은 한국사람으로 살았지만 나머지는 외국인처럼 살았다. 10년 이상 유학을 하고 외국인 회사에서 지냈다. 그래서 하드웨어(겉)는 한국인이지만 소프트웨어(속)는 외국인이 아닌가 그런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그는 공사의 구분이 확실하다. 일과 시간에, 공적으로 만나서는 단호하고 냉정하다. 하지만 일과가 끝나고 사석에서는 한없이 따뜻하고 잘 노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냉정한 낭만주의자’라고도 불린다.


- 후학 양성·여행 등으로 제2의 인생 설계

그의 부인은 미술을 전공했다. 그 연유로 회사에는 명화들이 많이 걸려 있다. 큰 딸은 보석디자인을 전공한 후 컬럼비아 대학에서 박사과정 중이고, 작은 딸은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후 변호사와 결혼해 미국에서 살고 있다.

서서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준비를 하고 있는 그는 후계자에게 조附?일을 넘겨 주는 일을 하고 있다. 다시 제2의 인생을 시작할 계획이다. 우선 그 동안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하지 못했던 여행을 하는 것이 1순위다. 벌써 가야 할 곳 50곳을 정해 놓았다. 다음으로는 후학을 양성하는 일. 평생 배운 경영 노하우를 학생들에게도 나누어 줄 생각인데 현재 서울과학종합대학 겸임교수로 몇 군데 정기적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공부벌레보다는 다양한 취미와 경험을 가진 사람, 끊임없이 평생을 공부하는 사람, 강압적인 리더십 보다는 부드럽고 친구처럼 사람들의 열정을 불러 일으키는 사람. 박인순 사장을 만나고 나오며 리더십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입력시간 : 2004-08-05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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