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타고난다고? 천만에!인상학은 사회적 관계까지 분석, 길흉화복 점치는 관상학과 달라연예인 얼굴 보면 '남성우위→서구화→맞벌이' 변화상 엿보여

인상학 박사학위 국내 1호 주선희씨
얼굴이 타고난다고? 천만에!
인상학은 사회적 관계까지 분석, 길흉화복 점치는 관상학과 달라
연예인 얼굴 보면 '남성우위→서구화→맞벌이' 변화상 엿보여


“생긴 대로 사는 게 아니라, 사는 대로 얼굴이 변하는 거죠.”

인상 연구가로 유명한 주선희(45) 씨는 인상학(人相學)에 대한 자신의 지론을 이렇게 정리했다. ‘타고 나는’ 얼굴은 2.30% 정도에 불과하며, 7.80%는 후천적 환경이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녀는 지난달 25일 경희대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논문 ‘동ㆍ서양 인상학 연구의 비교와 인상관리에 대한 사회학적 고찰’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뒷골목의 생계 수단으로 치부되던 인상을 주제로 한 박사학위 논문이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씨는 이 논문에서 서양의 인상연구가인 히포크라테스ㆍ아리스토텔레스와 동양의 인상연구가 이제마와 달마 등을 각각 비교, 공통점과 차이점을 체계적으로 설명했다.

주씨에 따르면 동ㆍ서양의 인상 연구가들은 상(相)을 보는 방법과 남녀 차별적인 관상관을 지녔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동양은 일시적, 개별적인 흐름을 띄지만 서양은 분석적, 축적적인 특징을 지녔다고 밝혔다.


- 품성 중시하는 동양 인상학이 더 인간적

“서양에선 상에 관한 방대한 자료를 축적했던 반면 동양은 그때그때 사람을 보고 판단하는 직관적인 방법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요. 하지만 귀천보다 품성을 중시하는 동양의 학문이 더 인간적입니다.”

주씨는 특히 “인상학은 생물학적으로 형성된 체형과 체상을 포함하여 사회적 관계까지 읽고 관리하는 개념”이라며 “통상 얼굴에 나타난 길흉화복만을 읽는 관상학과는 구별된다”고 지적했다. 관상은 개인의 길흉화복을 ‘심리학’ 측면에서 다루는 것이라면, 인상은 ‘사회학’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차이점이라는 설명. 가령 평소 ‘죽겠다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의 운은 나쁘게 흐를 수 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 관상학적 해석이라면,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었더니 돌아오는 것도 많더라” 하는 식으로 사회적 관계를 고려해 분석하는 게 인상학적 관점이다.

건강을 중시하는 시각도 인상학의 주 특징이다. “오늘 로또 복권에 당첨됐는데 내일 죽을 운명이라면, 운이 좋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심신의 건강을 살피는 것을 중시한다”고 말했다. 히포크라테스는 서양에서 상을 가장 먼저 보았다는 인물로 얼굴색을 보며 병을 읽고 치료에 임했고, 이제마는 사상의학 개념에서 진단 및 치료의학의 한 방편으로 상을 보았다고 강조했다. “요즘에는 병이 와야 비로소 그 증세를 진단하고 치료를 하지만, 예전 인상학자들은 인물의 안색이나 환경을 살펴보고 어떤 병이 올 것인가를 예견하고 대처했다”고 덧붙였다.


- 조선 관상감의 후예, 부친에게서 배워

지난 1989년부터 삼성그룹 사장단을 비롯해 공무원ㆍ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1,000여 곳에서 인상학 강의를 해 온 주씨는 조선조 역학을 관장하던 관상감(觀象監)의 후손인 부친에게서 어렸을 때부터 인상학을 배웠다. “여느 집안에서 가정교육을 받듯이 인상을 공부했다”고 한다.

주씨에 의하면, 어깨나 엉덩이를 심하게 흔들면서 걷는 것, 복도에서 뛰는 것, 음식을 가려 먹는 것들이 모두 인상학적으로 나쁜 영향을 준다. 모든 사람과 사물에는 균형과 조화가 중요한데 이러한 흐름을 거슬리는 것은 나쁜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또 “몸이 크고 중후한 사람은 천천히 걷고, 몸이 날렵하고 가벼운 사람은 빨리 걷는 것이 좋다”며 “전자의 경우 빨리 걸으면 급한 일이 있어 보이고 후자가 천천히 걸으면 몸이 아파 보이는 것처럼, 걷는 법도 따로 있다”고 말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인상도 다양하게 변화한다. 주씨는 그 시대의 우상이 되는 연예인들의 얼굴에 따라 사회상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60년대를 풍미하던 독보적 배우 엄앵란을 보면 그 시대는 눈이 작고 갸름하고 선이 고운 사람이 미인이었다. 문희, 남정임, 윤정희 트로이카를 지나 70년대 정윤희, 유지인, 장미희 트로이카 때까지만 해도 미인상은 기품이 있으면서 얼굴이 동그란 양가집 맏며느리 상에 가까웠다. “참고 인내하면서도 웃어주는 봉사형 여성상을 높이 평가하던 남성우위의 가치관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서면서 황신혜, 이미연 등 코가 오뚝하고 갸름한 얼굴이 대표적 미인형이 된 것은 “서구문화의 물결과 함께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면서 보다 서구화된 외모가 미인형으로 등장한 것”이라고 주씨는 평가했다.

최근 한 결혼정보 업체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이상적인 며느릿감’으로 탤런트 김정은이 1위에 꼽혔다. 이에 대해 주씨는 신세대 부모들은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말할 줄 아는 친딸 같은 며느리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주씨는 “김정은은 유난히 크고 동그란 눈을 가졌는데, 이런 사람은 솔직해서 감정표출이 용이하고, 자기 생각을 조목조목 말하되 눈의 선이 날카롭지 않기에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꽁하지 않은 성격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 경제력ㆍ생활력이 강해 제 앞가림을 할 줄 아는 능력이 보인다는 점도 호감을 얻는 비결이라고 꼽았다. 이는 맞벌이가 늘고 경제적 수익을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다.

주씨는 이 같은 맥락에서 “인상은 개인의 모습이지만 현 시대의 사회상이 개인에게 투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인상학에 관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이 제도권내에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4-09-15 14:26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