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가 웃는 경영혁신 이룰터"권위주의 타파·인사제도 개선 등으로 신바람 나는 조직 만들기에 의욕

[인물포커스] 유대운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원장
"노사가 웃는 경영혁신 이룰터"
권위주의 타파·인사제도 개선 등으로 신바람 나는 조직 만들기에 의욕


모든 교통수단은 품질 및 안전검사를 받고 사후관리를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승강기도 마찬가지다. 지난 92년 설립된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이하 승관원)은 승강기 검사와 안전관리를 위한 산업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최근 지하철역사를 비롯해 아파트 등 승강기 설치대수가 급증하면서 당연히 승관원의 책임과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원장추천위원회를 통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거쳐 경쟁자를 물리치고 지난 6월 제5대 원장에 취임한 유대운 원장(54)을 만났다.

-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도태

“신바람 나는 조직, 내 손으로 만들 겁니다.”

유 원장은 요즘같이 변화가 빠른 시기에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효율적으로 경영혁신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 특별할 것이 없다고 말한다. 특히 노사화합을 통한 경영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회사가 건실하게 성장하려면 노사화합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유 원장의 일성이다.

이를 위해 권위주의 타파와 격식파괴, 인사제도 개선, 나눔 경영 등의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특히 정부 산하기관장으로서 기존의 통념을 깨고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라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다져가고 있다.

유 원장은 취임 초 얼마간은 고민의 시기였다. 의욕은 넘쳤지만 막상 그 계획을 세워 추진하려고 하니 과거에 통용되던 문제들이 걸렸다. 인사적체로 인한 평사원들의 불만, 행정직과 기술직들 사이에 벌어지는 미묘한 갈등은 그가 취임사에서 밝힌 ‘신바람 나는 경영혁신’을 해나가는 데 장벽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유 원장이 시작한 일이 현장 직원들이 갖고 있는 생각을 직접 듣는 거였다. 임원들에게 보고를 받아도 되는 일이었지만 그는 현장을 먼저 찾아 나섰다.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관행의 파괴였다. 유 원장이 본 것은 높기만 한 경영자의 집무실, 큰 행사나 조회가 있어야만 간간이 볼 수 있는 최고경영자의 얼굴, 경직된 분위기, 의사소통의 단절 등 이었다. 더구나 원장과 직접 대화하고 의견을 제시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쉽지 않은 일이었다.

간부회의에서 유 원장이 강조한 것은 ‘공정한 인사제도 정착’이다. 창립 12년째가 된 승관원이 이제 서서히 인사적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인사문제는 민감한 사안이고 특히 노조와 등을 돌릴 수 있는 변수가 숨어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유 원장은 이 문제해결을 위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다만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재를 배치시킨다는 소신하나 만큼은 확고하다.

그리고 효율적인 경영개선을 외쳤다. 기존에 관행처럼 내려오던 불필요한 회의나 격식은 과감히 타파하고 행정처리도 최대한 간소화 시켰다. 매주 하던 회의는 특별한 사안이 없으면 서류로 대신하고 매달 하던 조회도 없앴다. 길게는 한나절 짧게는 반나절에 걸쳐 하던 소속기관장회의도 서로 의견을 제시하고 토론하는 효율적인 회의로 바꿨다.

“한순간 밤하늘을 가르고 지나가는 ‘유성(流星)’이 아니라 밤하늘을 늘 빛내는 ‘항성(恒星)’일 때 가치가 더욱 큰 것입니다.”

‘성공과 실패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말이 있다. 도전하는 자에게 실패란 두 눈 똑바로 뜨고 받아들여야 할 숙명과 같다. 성공의 이면에는 남모르는 피와 땀과 눈물이 뒤섞여 있다. 그런 성공이라야 빛이 나고 오래가는 법이다. 유 원장은 치열한 도전 그 차체가 삶이었다. 실패도 좌절도 많았다. 중국 집 배달원에서 ‘노동운동가’로 그리고 서울시 부의장, 서울시립대 운영의원, 남서울대학교 객원교수, 그리고 지금의 정부산하 기관의 최고경영자에 오르기까지 그의 행로는 분명 가시밭길이었음을 짐작케 한다.


- 노동자와 아픔을 함께한 청년시절

유 원장은 청춘을 노동현장에서 보냈다. 청년 유대운이 노동현장에서 느낀 것은 노동자들의 비참한 근로조건과 열악한 환경, 밤새도록 일하다 쓰려져도 보상금 한 푼 못 받고 회사를 쫓겨나야 하는 현실을 보면서 유 원장은 분노했다. 거대한 사회 물결이 시대를 관통하던 때였지만 유 원장도 이를 외면하지 않았다.

당시 정치적 혼란의 산물인 군부독재와 맞서 싸웠다. 유 원장에게 그 시절은 온몸으로 저항할 수밖에 없는 때였다. 원래 침착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유 원장은 노동현장과 군부독재에서 분노를 배웠다. 노동운동을 하면서 그는 거칠 만큼 외향적으로 바뀌었다. 하루 세끼도 먹기 힘든 시절 유 원장은 돈이나 좀 벌어 인생을 편하게 살아보려고도 했지만 그가 품은 뜻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주위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도 그때 알게 되었다. 노동운동은 사회와의 피 끓는 싸움이었지만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이기도 했다. ‘옳은 것은 옳고, 그른 것은 그르다’는 상식도 그때 배웠다. 유 원장은 그때 본격적으로 노동법과 해외 사례를 공부했다. 막히는 것은 전문가들을 찾아 다니며 때론 관련 서적을 탐독했다. 1985∼87년까지는 ‘도봉 서민주택추진위원장’과 ‘번동 철거보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서민들과 아픔을 같이하며 울고 웃었다. 그러나 그에게도 한계는 있었다. 아무리 외치고 투쟁해도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현상수배 뿐이었다.

“저는 잡초를 좋아합니다. 밟힐수록 일어나는 힘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아프고 고통스런 나날은 힘든 시간이었지만 굴복 할 수는 없었습니다.”

유 원장이 중앙 정치무대의 진출을 꿈꾼 것도 잡초와 같은 강인한 근성을 갖고있기 때문이었다. 인맥도 재산도 줄도 없는 그가 선택한 것은 정면돌파. 직접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유대운’이란 이름 석자부터 알렸다. 그 결과 95년 서울특별시의회 의원(문화교육위원장)에 당선됐다. 그것도 과반수가 넘는 표 차이로 압도적이었다. 연이어 그는 서울시립대학교 운영위원과 두 번에 걸친 시의원 부의장(차관급)을 지냈다. 대선 당시에는 자신과 노동현장에서 땀 흘린 노무현 대통령 후보와 손잡고 뛰었다.


- 좌절을 이겨낸 도전하는 삶

유 원장의 좌우명은 ‘최선을 다하는 삶’이다. 비록 주위 여건이 어렵더라도 더 좋은 조건을 찾기 위해 때를 기다리는 습관은 덤으로 주어졌다. 한번 달려든 일은 끝장을 보겠다는 악바리근성 또한 최선을 다하다 닥친 위기를 통해 형성됐다. 사자가 새끼들을 절벽에서 떨어뜨려 살아 돌아온 강한 놈만 키우듯, 유 원장은 자신의 삶을 절벽으로 내몰았고 끝내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올랐다.

“변화는 어디나 존재합니다. 변화는 한마디로 판이 뒤바뀌어 새로운 ‘룰’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과거의 작은 성공에 취해 변화를 읽지 못하면 도태되기 마련입니다.”

유 원장은 비록 취임 3개월 째지만 변화를 읽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가 취임하자마자 강조한 정보화의 중요성은 곧바로 ‘인터넷 홈페이지’ 개선으로 이어졌다. 하루 수 천명 이상이 찾는 홈페이지치고는 뒤떨어진다는 생각에서였다. 결국 지난달 새롭게 단장했다. 아직 맘에 안 드는 것이 있지만 차츰 바꿔 나갈 계획이다. 유 원장은 향후에는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말한다. 누구보다 선거에 조회가 깊은 그는 인터넷의 힘을 잘 알고 있다.

유 원장은 또 승관원의 업무 중 중요한 것이 홍보라고 강조한다. 승강기가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노약자들에 대한 안전홍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창립한지 12년이나 됐지만 아직도 일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기관명 조차 알지 못하는 현실을 직시, 유 원장은 곧바로 홍보실을 찾아 기관을 알리고 홍보하는 데 필요한 중장기발전계획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서울시의회에서 채득한 경험을 살려 다양한 홍보 채널을 연결 중이다.

“인생에 쉼표는 있을지언정 마침표는 없습니다.”

유 원장은 옳다는 판단이 서면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해도 머뭇거리지 않고 힘껏 밀어붙이는 불도저형이다. 그래서 멀리 경북 충북 전북에 있는 소속기관을 찾아 직원들과 격의 없이 얘기를 나누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주변에서 유 원장을 발로 뛰는 CEO라 칭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유 원장은 요즘 승강기 안전관리를 위한 연구 개발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있다. 현재의 연구실 인력을 점차 늘리고 다양한 업무개선 연구를 통해 우리 나라 최고의 승강기 안전 검사기관으로 거듭 나겠다는 것이 유 원장의 포부다.


- 1사1촌 운동으로 나눔경영 실천

유 원장은 공공기관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다시 사회로 환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진행중인 1사1촌 운동이 그것이다. ‘나눔 경영’을 몸소 실천하기 위해 마련된 이 운동을 직원 후생복지와도 연결해 구입품 가격에 일정액을 지원해 줄 방침이다.

“승관원이 어느 정도 규모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는 저도 알 수 없습니다. 항상 최선을 다하며 차근차근 주어진 길을 갈 뿐입니다.”

유 원장은 중장기 발전방향이 마련되고 어수선한 분위기가 일소되면 안전관리를 위한 미래지향적인 정보관리시스템의 구축과 함께 기관 알리기에 적극 투자하겠다고 한다.

‘경쟁력 있는 세계적인 승강기 안전 검사기관’은 바로 유 원장이 그려가고 있는 승관원의 미래 청사진이다.

최영규 편집위원


입력시간 : 2004-09-15 15:44


최영규 편집위원 choiyk56@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