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같은 팔색조 됐어요"MBC드라마 < 12월의 열대야>서 다중적 이미지로 연기 변신

[스타줌인] 탤런트 최정원
"여우같은 팔색조 됐어요"
MBC드라마 < 12월의 열대야>서 다중적 이미지로 연기 변신


“섹시 이미지 벗을래요.”

탤런트 최정원(23)의 이미지 중 8할은 섹시함에 있다. SBS 드라마 ‘올인’에서 섹시 댄서로 열연했던 그녀는 168cm, 47kg의 미끈한 몸매를 격렬하게 흔들 때마다 뿜어 내는 관능미로 안방 극장을 사로 잡았다.

대사보다는 춤으로 연기를 했던 밤무대 댄서의 이미지가 너무 강했던 탓일까. 이어 출연한 SBS 주말극장 ‘애정 만세’에서 청순한 여대생으로 분했으나, 시청자들의 뇌리에 깊이 새겨진 섹시함의 이미지를 말끔히 벗겨내지는 못했다.

‘아일랜드’ 후속으로 오는 11월부터 방송되는 MBC 새 수목미니시리즈 ‘12월의 열대야’(극본 배유미, 연출 이태곤)로 시청자 앞에 다시 서는 최정원의 각오는 그래서 남다르다. ‘애정만세’ 이후 6개월 만이다. “섹시 댄서의 강렬한 이미지도 좋지만, 이번에는 부드러운 내면 연기도 보여드리고 싶어요.”


- 도도한 성격의 큐레이터

‘12월의 열대야’는 시한부 인생을 살아 가는 남자(김남진)와 유부녀(엄정화)의 가슴 아픈 사랑을 그리는 멜로 드라마. 최정원은 극중 단아하고 청순한 외모이면서도 도도한 성격을 지닌 큐레이터 송지혜 역을 맡았다. 극중 엄정화와 동서지간이면서 김남진의 옛 연인으로 등장, 두 사람의 사랑을 방해하는 악역 연기를 선보일 예정.

“시놉시스를 처음 봤을 때 흔한 내용도 아니고 방식도 독특해서 망설임 없이 선택했어요. 지혜는 청초한 이미지이면서도 옛 사랑에 대한 미련 때문에 악한 음모를 꾸미는, 다중적인 여자죠.” 그녀는 이어 “현실에 따라 돈 많은 남자와 결혼 했지만, 자기가 버렸던 남자가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건 못 보는 여우 같은 여자”라고 나름의 해석도 덧붙였다.

한 마디로 ‘팜므 파탈’을 연기하게 된 셈. 시청자들로부터 미움을 받지 않을까 걱정이 될 법도 하지만 그런 걱정은 없다. “그렇게 봐 주시면 오히려 고맙죠.” 그리고는 악녀 지혜에 대한 옹호론을 편다. “어떻게 보면 참 불쌍한 여자에요. 여자가 나이를 먹을수록 현실적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잖아요. 결혼을 해도 마음 속엔 첫 사랑이 남아있을 수 있고요. 안타까우면서도 충분히 공감이 가요.” 그녀는 극중 지혜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그 역할을 보면서 맺힌 응어리를 풀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까지 피력한다.

최정원이 그 간의 섹시 이미지를 떨쳐내고 악녀로의 변신을 위해 선택한 방법 중 하나는 헤어 스타일의 변화다. 첫 촬영을 앞두고는 중학교 때부터 고이 길러왔던 허리에 닿을 듯 치렁치렁한 긴 생머리카락을 싹둑 잘라냈다. “슬프긴 했지만 울지는 않았어요. 내심 오랜만에 머리카락을 자른다는 기대감도 있었거든요.” 새침할 것 같은 브라운관 이미지와 달리, 느릿느릿하면서도 담백한 말투가 인상적이다.

가느다란 목선이 드러나도록 머리카락을 자른 그녀는 부쩍 어려진 느낌이다. ‘올인’에선 실제 나이보다 너댓 살은 족히 많아 보이는 성숙한 모습이었다면, 이번에는 시간을 거슬러 여고를 갓 졸업한 듯 앳된 기운이 폴폴 배어 나왔다. 달라진 모습에 대한 만족을 묻자, 털털한 성격답게 “손질하기가 편해서 좋다”는 답이 돌아온다. 특히 잘 때 머리가 신경 쓰이지 않아 좋다고 한다.


- "연기가 천직인 것 같아요"

최정원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그녀에게 예쁜 옷 입혀 단장시켜 주고, 그 모습을 카메라 앵글에 담는 걸 좋아 했던 어머니의 영향 때문인지 대학에서는 자연스레 연기를 전공했다. KBS2TV 드라마 ‘쿨’(2001년)로 데뷔한 이후 이듬해 ‘올인’에 캐스팅 됐을 때는 ‘정말 잘 해 보자’며 독기를 품었지만, “카메라가 돌아가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는 애송이 연기자였다.

그러면서 연기자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지만, 결국은 “연기가 천직인 것 같다”는 결론. “AB형인데, 굉장히 감정의 기복이 심한 편이예요. 혼자 실의에 빠지면 끝도 없이 나락을 헤매고, 기분 좋을 때는 애교도 잘 부리는…. 연기자가 아니었다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지 않았을까요?”

주 3회 개인 연기 교습을 통해 “감정을 최고치로 끌어 올린 상태에서 다시 편하게 풀어내는 훈련을 받고 있다”는 최정원. 선배 연기자 고두심처럼 물 흐르듯 자연스런 연기를 펼치는 것이 연기자로서의 꿈이라고 했다. “SBS 드라마 ‘연인’ 때 고두심 선배님과 모녀 사이로 호흡으로 맞춘 적이 있었는데 정말 편안했어요. 강한 카리스마를 지녔으면서 여유롭고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는 모습이 너무 매력적이었죠. 지난해에는 ‘올인’의 강한 이미지 덕에 SBS 연기 대상에서 뉴 스타상을 받았는데, 앞으로는 그런 모습을 본 받아서 연기상을 받고 싶어요.”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4-10-13 14:31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