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에 힐끔대던 서희가 돌아왔어요"MBC 드라마 으로 8년만에 브라운관 컴백

[스타줌인] 탤런트 최수지
"그리움에 힐끔대던 서희가 돌아왔어요"
MBC 드라마 <빙점>으로 8년만에 브라운관 컴백


“솔직히 처음에는 딸 역할인 줄 알았어요. 어머니 역인데 완전히 착각한 거죠. 그렇지만 나이 먹는 게 억울하지는 않아요. 예전에는 너무 바쁘게 살아 오해 아닌 오해도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주위를 돌아 보고 먼저 인사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걸요.”

1980년대 최고의 청춘 스타 최수지(36)가 돌아 왔다. 1996년 드라마 ‘ 부자유친’ 이후 8년 만이다. 차갑고 도도했던 대하드라마 ‘ 토지’의 서희를 기억하는 팬들이라면, 세월 만큼이나 적지 않게 변해 버린 그녀의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할 지 모른다. 얼음처럼 차가운 냉기가 사라져 버린 얼굴에선, 본인의 표현대로 삶의 ‘ 여유’가 자연스레 묻어날 듯 온화한 미소가 퍼져 나간다. 국화 같은 누이의 모습, 그대로다.

결혼과 동시에 화려한 연예계를 떠나 아내로서, 딸 아이의 엄마로서 평범하게 살아 온 그녀를 안방극장에 다시 불러 들인 작품은 MBC 아침드라마 ‘ 빙점’(극본 조희, 연출 강병문). 일본 작가 미우라 아야코의 동명의 원작 소설을 각색한 이 작품에서 그녀는 남편의 후배와 밀회를 즐기다 딸을 유괴 당하고, 유괴범의 딸을 입양해 키우게 되는 비극의 주인공 윤희 역을 맡았다. “ 워낙 많은 분들이 알고 좋아하는 작품이잖아요.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얼음이 녹고, 물이 어는 온도를 뜻하는 ‘빙점’이란 제목처럼 (감정적) 변화가 큰 역할이기 때문에 연기자로서 욕심이 났죠.”

- "나이에 걸맞는 자연스런 연기할 것"

극 중 윤희는 병원장의 아내이자 어린 딸을 두고 있다. 우연의 일치일까. 최수지 역시 미군 군의관인 남편과의 사이에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이 있다. “ 실제 경험을 토대로 ‘ 물 흐르듯이’ 자연스런 연기를 하고 싶어요. 주부로서, 의사의 아내로서….” 그러나 극중 윤희의 상황과 전혀 다른 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 윤희의 남편은 일 밖에 모르고 가정에 소홀하지만, 제 남편은 달라요. 무척 가정적이죠. 늘 정확한 시간에 귀가해 아이와 떨어질 줄을 모르고요.”

그녀는 “ 이처럼 든든한 남편의 배려와 이해 속에 다시 연기자로서의 길을 갈 수 있게 됐다”며 “ 오랜만의 복귀작이라고 해서 이 작품에 승부를 걸 생각은 없다”고 말한다. “ 천직이니까 원래 했던 연기를 다시 하는 것일 뿐”이라면서 ‘나이에 맞는’ 연기를 보여줄 생각이란다. “ ‘토지’ 캐스팅 됐을 때는 겨우 스물 살이었어요. 신인이었고, 정말 멋 모르고 연기했죠. 이번에는 꼼꼼히 모니터도 잘 하고 싶어요.” 그녀는 “ 이미 절반은 윤희로 살고 있다”며 “쇼팽 곡을 좋아하는 윤희처럼, 요즘 클래식 음악에 푹 빠져 지내고 있다”고 했다.

이제 서른 중반에 접어 든 최수지. 다시 대중 앞에 선 그녀가 근래 들어 자주 듣는 얘기가 있다. ‘스물 살 때의 빛나는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있지만, 생각보다는 상당히 젊어보인다’는 말이다. 평소 화장을 하지 않고, 가정의 테두리 안에서 단순하게 사는 것이 그 비결이라고. 또 다른 이유도 있다. “ ‘ 토지’에서 노령 연기를 했던 인상이 강하게 남은 것 같아요. 오죽하면 당시 선배들도 신인인 저를 어려워 했을 정도였거든요. 그러고도 세월이 꽤 흘렀으니 많은 사람들이 제가 나이가 꽤 많을 줄 알아요. 보통 40대로 생각하죠. 호호.”

- <토지>의 서희는 평생 지닐 자산

그녀와 얘기를 나누다 보면 말끝마다 ‘ 토지’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그만큼 애착이 크다는 뜻일 터. 하지만 정작 그녀가 가장 아끼는 작품으로는 데뷔작인 ‘ 사랑이 꽃피는 나무’(1987년)을 꼽는다. “ 첫 정이 무섭다고 하잖아요. ‘ 사랑이…’가 제게 그런 작품이죠. ‘ 토지’는 평생 가져 갈 자산이고요.”

컴백 전 ‘ 가을 동화’를 보면서 풋풋한 송혜교의 이미지에서 ‘ 사랑이…’ 시절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는 최수지. 이 드라마의 한류 열풍과 관련, “ 솔직히 ‘사랑이…’나 ‘ 토지’ 시절에도 한류 열풍에 불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털어 놓는다. 그러나 “요즘 후배들이 동남아에서 많은 호응을 받는 걸 보면 연기자로서 자긍심을 느낀다”고 기뻐하는 선배이기도 하다. “ ‘대장금’의 장금이 역할이 부러웠다”는 고백까지도.

“ 사극에 관심이 많아요. ‘ 토지’의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기회가 되면 사극에 다시 출연하고 싶어요. 연기자는 은퇴가 없잖아요. 40~50대가 되서도 계속 연기하고 싶어요.”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4-10-20 15:34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