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노래하는 춘자의 전성시대 열거에요"유쾌한 도발로 답답한 세상을 후련하게 해주는 '여자 싸이'

[스타줌인] 가수 춘자
"희망을 노래하는 춘자의 전성시대 열거에요"
유쾌한 도발로 답답한 세상을 후련하게 해주는 '여자 싸이'


일제시대의 유관순, IMF시대의 박세리, 그리고 끝 없는 경제 침체기의 춘자(?)….

춘자(春子ㆍ26)는 겁 없는 신인이다. 유관순ㆍ박세리가 그랬던 것처럼, 암울한 시기의 희망을 자처하고 나섰다. 곱게만 느껴지는 홍수연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어감이 ‘센’ 춘자로 개명한 것도 같은 연유에서다. “여성들이 속으로 삼켜야 했던 말을 시원스럽게 내뱉고, 애써 감췄던 행동을 대신해서 맘껏 발산할 작정이에요.”

그래서 춘자를 보면, 갑갑했던 가슴이 시원하게 뚫릴 듯 싶다. 까까머리에, 온 몸에 휘감은 3개의 문신 등 겉 모습부터 파격 그 자체. 이력도 만만찮다. 태권도와 합기도 유단자이면서 에어로빅 트레이너 출신이란다. 그녀의 노래 역시 자유분방한 성격을 그대로 대변하는 듯 들린다. 뒤틀린 세상을 향해 일침을 놓고 싶을 때 듣기에 제격이다. 10월 20일 발매된 데뷔 앨범의 타이틀곡은 ‘가슴이 예뻐야 여자다’.

“예쁜 여자를 밝히는 남자들에게 주는 메시지에요.” 언뜻 들으면 야한(?) 노래라고 오해할 수 있겠지만, 여기서 가슴은 신체 부위가 아니라 ‘마음’을 말한다. ‘여자는 몸매가 빠져야 한다고, 피부가 고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남자들에게 ‘가끔은 가슴으로 울어주고, 순수한 가슴으로 말하는’ 가슴이 예뻐야 여자라고 항변하는 노랫말이 인상적이다. 여성그룹 버블시스터즈의 코러스도 일품.

힙합 리듬의 ‘개나리’도 춘자의 개성을 잘 대변해준다. 제목으로 예쁜 꽃 이름을 달았지만, 알고 보면 뜻은 전혀 다르다. ‘개+ 날라리’를 순화하여 표현한 것. 춘자의 학창시절을 담은 이 곡은 방송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처럼 춘자의 앨범에는 정형화된 사회적 틀에 맞서 유쾌한 도발을 꾀하는 노래들로 가득하다.

“좀 유별난 건 인정해요. 늘 시킨 것의 반대로 행동하는 청개구리였어요.” 학창시절에는 남학생들과 섞여 싸움 꽤나 하고 다녔단다. 그래서 흉기 다루기가 특기고, 고교시절 ‘일진’이라는 남다른 경력도 달고 살았다. 최근에는 ‘여자 싸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솔직히 ‘여자 싸이’얘기가 썩 달갑지는 않았어요. 누굴 닮은 게 아니라, 난 ‘나’이거든요.” 그러면서 말 끝에 “허긴, 그 분이 좀 센 분인가요?”라며 선배 가수에 대한 예의를 차릴 때는 영락없이 속 여린 여자의 모습이다.

- 힙합에서 발라드까지 다양한 장르 소화

후속곡으로 밀고 있는 애절한 발라드의 ‘사랑은 늘 어렵다’나 팝 발라드 ‘미소 지을 수만 있다면’을 듣다 보면 이러한 그녀의 풍부한 감성이 배어나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힙합에서, 복고 디스코, 발라드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자연스럽게 귀에 감기는 음악을 들려준다는 게 신인 춘자를 다시 보게 하는 또 다른 매력 포인트.

고교시절부터 클럽을 돌며 언더에서 음악활동을 했고, 20세 때는 ‘난영가요제’ 대상을 받기도 했다. 그런 자신감 때문인지 공중파에서는 이제 막 걸음을 뗀 가수이면서 벌써부터 콘서트 준비에 분주한 춘자. 언더 본성이 깔려서일까. 12월 25일 워커힐호텔에서 마련할 ‘생쑈’ 공연에서는 “춤, 노래 외에도 볼거리가 많은 ‘별 짓’ 다하는 무대를 꾸밀 계획”이라고 한다.

사이버 세상에서 이러한 춘자에 대한 관심은 이미 폭발적. 최근 동방신기를 제치고 네이버와 다음 등 인터넷 포털의 인기 검색어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반응에 춘자는 기뻐하면서도 조심스러워 한다. “기실‘일진’은 부담스러워요. 최고가 되기 위해 아둥바둥 하기보단 단 한명이라도 꾸준히 좋아해주는 팬을 위해 오래도록 무대에 서고 싶어요.” 유쾌, 상쾌, 통쾌한 이미지로 단번에 네티즌을 사로잡은 춘자. 그녀의 바람처럼, 이제 가수로서 장정(長征)에 나서는 춘자가 롱런할 수 있을 지 기대가 모아진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4-11-03 14:41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