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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초대석] 동시통역사 태인영
선택과 집중의 아름다운 도발
EBS <월드 리포트> 진행자로 생생한 세상소식 전하며 대중적 인기


“라마단 금식을 막 거치고 나와 힘이 없을텐데, 허기가 포악으로 변해서 그런가요?” 끊일 줄 모르는 이라크의 테러 현장을 전달하고 덧붙이는 그의 말이다. 잘 못 하면 경박스럽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 경우에는 국제 뉴스라는 딱딱한 외피를 눅이는 데 충분하다. 곧 이어 방송국에서 섭외해 온 담당 분야 교수나 각 신문사 논설위원들의 무게 있는 해설이 균형을 찾게 한다.

“지금 방금 무슨 얘기가 들어 와 있을까요?”항상 노트북을 켜 놓고 보면서 프로를 진행하는 덕에, 실시간의 현장감이 그대로 묻어 난다. CNN, BBC, NYT 등 영어권 웹 사이트는 물론 알 자지라나 힌두 타임스 등의 비영어권 뉴스 도메인의 인터넷 판까지 수시로 넘나든다.


- 생동하는 영어로 국제뉴스 전달





동시통역사 태인영(31)씨는 자신의 영어를 무기로, 한국인들에게 세계 곳곳의 뉴스를 생생하게 전달해 주는 사람이다. EBS의 독특한 시사 프로 ‘월드 리포트’의 진행자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그는 교육 전문 방송인 EBS는 대중적 인기와는 인연이 없다는 통념을 불식시킨 장본인이다.

본토 사람 뺨치는 영어 실력에다, 내면이 그대로 묻어 나는 솔직한 말 덕분에 그는 요즘 거의 청소년들의 스타다. “인터넷에는 중고등 학생들로 부터 이런 글이 수도 없이 올라 오죠. ‘누나, 숙제하는 데 너무 편해요’라는.”그의 가식 없는 한 마디, 한 마디는 메마른 정보들만이 가득 차 있는 국제 뉴스라는 통념을 깨고 살아 있는 정보, 생동하는 영어로서 일반인들에게 다가 선다.

인터넷 특유의 속보성과 즉흥성이 그대로 방송으로 변하는 것이다. 호기심 많은 자신의 성격과도 그대로 맞아 떨어진다. 예를 들어 “미국이 이라크에서 대량 살상 무기를 못 찾아 냈으니, 이란도 쳐들어갈 수 있겠네요?”라는 거리낌 없는 말에 시청자들은 묘한 공감을 느낀다. 숙달된 인터넷 서핑 실력으로 알 자지라 방송의 도메인에 들어 가, 쓱 일별해 본 그는 이렇게 말한다. “팔레스타인의 자살 폭탄자들은 순교자다. 저들이 저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사정을 생각해 봐야 한다.”

그 자신도 안다. “워낙에 호기심 많은 성격과 겹쳐, 그런 말들이 즉흥적으로 나와요.” 러시아 인질 테러 사건을 보도하면서 “사건을 당한 어린이들의 눈 속에서 공포를 느꼈다”라고 한 말에는 이제 갓 한 살 넘긴 아들을 둔 어머니로서의 본능이 물씬 묻어 났다.

그의 삶에 공식이란 없었다. 매순간마다 그는 순발력의 힘으로 상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고, 주목 받았다. 지난 4월 이 프로에 처음으로 참여할 때, 그는 인터넷 코너의 단신 리포터라는 자격이었다. 웹상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압축 요약해 주는 능력은 단연 제작진의 눈에 들어 두 달만에 MC로 격상됐다.

거기에는 방송상 누구나 있을 수 있는 실수를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 헤쳐가는 능력이 한 몫 단단히 했다. 때로 엉뚱한 실수를 저질렀을 경우, 그는 차라리 “오늘은 턱이 잘 안 돌아 가서요”등의 직접적 말로 풀어 가는 방식을 택한다.

EBS의 프라임 타임은 오후 9시 40분부터 시작된다. 일반 공중파 방송이 9시 뉴스를 하고 난 직후의 시간대다. 바로 그 때 시작하는 그의 ‘월드 리포트’는 현재 EBS 최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펼쳐 놓은 노트 북 화면을 간간이 응시하면서, 초대된 교수급 대담자와 요즘 국제 사회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그에게서는 당당한 커리어 우먼으로서의 이미지가 물씬 풍긴다. 그것은 결국, 이 시대 페미니즘이 추구하는 바와 딱 맞아 떨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 세계적 톱스타 동시통역으로 이름 알려져



사실, 그는 진작부터 제법 유명한 사람이? 스티비 원더, 올리비아 뉴튼 존, 마이클 잭슨, 머라이어 캐리, 바네사 메이, 야니 등 세계적 톱 스타들이 내한 공연을 위해 올 때면 취재진을 위한 동시 통역을 거의 도맡다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얼굴이 왠지 낯 익다 싶을 수도 있는 것은 그 덕택이다.

그 당시 펼쳤던 인터뷰와 스타들과의 주변 이야기를 입담 좋게 묶어 낸 책까지 썼으니, ‘태인영의 해피 잉글리시’(2001년). 당시 출판사측은 제목 앞에다 ‘해외 팝스타 전문 통역사’라고 한 줄 걸쳐 놓았었다. 당시 그의 입을 거친 내한 해외 스타의 수가 200여명은 헤아린다.

화려하게 비치는 현재는 그를 채 절반도 설명해 주지 못 한다. 어릴 적 의 집은 성북동 달동네와 부평 등지의 지하실을 전전하고 있었다. 유달리 솔직한 성질 탓에 주인집 아들과 싸우다 난 적도 있었다. 그러던 중 찾아 온 해외 생활은 구원의 손길이었다. 부친 태근우(58)씨가 사업으로 말레이지아에 장기 체류해야 했던 것.

쿠알라룸푸르에서 6년을 살았다. “영국인 학교에서 1년, 원주민 학교에서 5년이었죠.”한인 교포 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재직한 모친 이경희(55)씨의 주장으로 집에서는 한국어를 계속 사용했으나, 환경 덕에 영어는 생활화됐다. 언어보다 그에게 더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은 말레이지아 사람들의 생활 태도였다. “다인종 국가인데다, 빈부 격차에 구애 받지 않는 자유스럽고 느긋한 삶의 방식은 현재의 제 자신에게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1987년, 가족과 함께 귀국한 그는 서울에서 초등학교 6학년 2학기로 편입했다. 적응이 힘들어 한때 외톨이 신세였던 그는 활달한 천성과 영어 실력 덕에 머잖아 주목 받게 됐다. 과학기술고등학교 시험 합격을 마다 하고, 대원외국어 고등학교에 진학한 그는 현재 자신의 모습에 점점 더 다가섰다. 서울대 미대 공예과 93학번. 4년 내내 장학생.

동시통역사라는 별칭을 하나 더 달게 된 것은 대학교 2학년때. KBS 주최 ‘팝송 노래 자랑 콘테스트’에 출연한 그를 눈 여겨 본 주최측의 부탁으로 야니의 ‘아크로폴리스 콘서트’ 실황 방송을 동시 통역으로 능숙히 소화, 깊은 인상을 남기면서부터다. 10월초 내한 콘서트를 가진 가수 알리시아 키즈의 기자 회견장에서 1시간 동안 사회와 통역을 맡아, 일반에게 자신의 존재를 새삼 확인시킨

- 아리랑 TV 공채 1기 MC로 본격 활동

그러나 IMF 사태는 그에게도 가혹했다. 아무도 자신을 챙겨 주지 않는 프리 랜서라는 사실이 현실적으로 뜻하는 바를 그렇게 뼈속 깊이 느낀 적은 없었다. 친구와 함께 강남 일대의 파출부 노릇으로 버텨야 했다. 그러다 일감이 들어 온 것은 어느 반도체 설계 회사로부터 통역과 프리젠테이션 관련 업무를 보아 달라는 부탁과 함께 였다.

본격 프리랜서로서의 인생이 시작된 것은 1999년 ‘아리랑 TV’의 공채 MC 1기 시험3에 합격, ‘컬쳐 애브뉴’에서 3년 동안 활동하면서부터. 현재 계속 되고 있는 토크 쇼 프로 ‘Herart To Heart’의 전신이다. 오피니언 리더들과 부대끼는 숨가쁜 일상의 나날 같다.

그러나 이제 그는 내면에서 들리는 요청에 답하기로 작정했다. 바쁜 일정을 쪼개,머잖아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로 결심한 것은 그 때문이다. “인터넷 대학원도 생각중이예요. 내년 학기부터 시작해 볼까 해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모두 사회학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은 바, 이제는 태인영식으로 밀고 갈 수 밖에. 예를 들면 이런 것.

중고등학교 시절, 그는 둘 째 가라면 서러워 할 잠꾸러기였다. 수업 시간도 비몽사몽, 필기는 수업 후 친구들의 노트 복사로 대신했다고. 본인의 말에 의하면 당시 하루 취침 시간이 18시간이었다. 신경 구조에 이상이라도 있나 싶어 머리에 MRI 촬영 검사까지 했을 정도라 한다. “그러나 잠을 푹 잔 대신에 남이 4시간 걸려 하는 걸 1시간에 다 했어요.”

대학 시절, 수강생이 딱 세 명뿐이었던 자신의 강의 중 용감하게도 잠을 자던 그녀. “내 강의가 그리 재미 없냐”고 농담조로 묻던 교수를 잊지 못 하는 것은 왜일까. “경지에 달한 사람의 여유 같은 것을 느꼈죠.” 그렇게 자고 어떻게 장학생까지? “수업 끝나면 교수를 찾아 가 질문을 퍼 부었어요.”

- "주어진 기회엔 모두 도전"

“저는 닥치면 다 해요. 주어진 기회에는 다 도전해 왔죠. 단, 최선을 다 할 수 없으면 아예 안 하죠.” 바로 ‘선택과 집중’이라고, 지금까지 자신의 삶에 제목까지 하나 달아 준다. 그렇게 선택되고 집중당한 남편은 조용진.

한 살 많은 중학 선배로, 1999년 떡볶이 먹는 자리에서 프로포즈를 받았다고. 남편은 지금 인테리어와 기획 일을 하는 올 프로덕션의 대표로 있다. 지금 ‘도전하는 여성’의 마지막 교정 작업중이다. 회화 과령 저작을 집필중이기도 하다. 태인영은 그래서 현재 진행형이다. 2005년 봄 개편 이후 선 보일 아리랑 TV의 신생 문화 예술 프로그램에서 MC로 선정된 그는 현재 시사 영어사의 인터넷 CNN 해설 프로인 ‘CNN 즐기기’를 1년째 담당해 오고도 있다.

그의 활동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NGO 대사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벌이고 있는 ‘사랑의 집짓기 운동의 자원봉사자로서 그 동안 관련 행사에서 활동해 왔다. 그는 다짐했다. “나중에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입양아나 무의탁 노인들을 돌보겠다”고. 프랑ㅅ가 주축이 된 NGO인 세계 어린이 돕기 프로그램에 다달이 금전적으로 지원해 오고 있는 자로서의 당연한 발언이라는 생각이 한참 뒤에야 들었다.



장병욱 차장 aje@hk.co.kr  


입력시간 : 2004-11-0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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