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요리하는 엉뚱女MBC 새 시트

[스타줌인] 탤런트 조여정
사랑도 요리하는 엉뚱女
MBC 새 시트


“준비한 건 머리카락을 짧게 자른 것 밖에 없어요.” 11월 11일부터 전파를 타고 있는 MBC의 새 시트콤 ‘조선에서 왔소이다’(연출 김민식, 매주 토요일 7시)에서 젊은 하숙집 주인 이한솔로 나와 첫 주연 신고식을 치른 조여정(23). 데뷔 5년만에 맡은 첫 주인공 역할에 대한 사전 준비를 묻자 대뜸 답한다.

지나친 자신감일까, 아니면 오래 기다린, 준비된 이의 차분함일까. 그녀는 이에 대해 “연기라고 말하기 쑥스러울 정도로 평소의 모습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작정”이라고 말한다. 좀체 들뜨지 않는 야무진 성격이 엿보인다.

- 시트콤으로 데뷔, 귀여운 악녀로 주목

그녀는 1999년 송혜교, 송은희와 함께 연기했던 MBC 시트콤 ‘나 어때’로 데뷔했지만, 한동안 잊혀졌다. 다시 주목 받기 시작한 건 지난해 MBC 오락프로 ‘강호동의 천생연분’을 통해서. 깜찍하고 생기 넘치는 분위기가 오락 프로를 통해 빛을 발했던 것이다. 이어 최근 막을 내린 KBS ‘애정의 조건’에서 미워할 수 없는 악녀로 등장, 시청자들의 눈길을 붙잡는데 성공했다.

비련의 여주인공 한가인을 괴롭히는 시누이 역이었다. 그래서 돌연 그녀의 코믹 연기 도전에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 귀엽지만, 암팡진 외모도 코믹 연기에 안 어울린다는 지적이 있다.

그런데 이제 막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때에 굳이 망가지는 연기를 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엉뚱한 선택이라고요? 시트콤은 솔직히 ‘잘 되도 걱정, 못 되도 걱정’이라는 말이 있긴 해요. 이후 연기 변신이 어렵거든요. 그래도 시청자들에게 ‘풀어진’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시트콤 연기는 데뷔작 ‘나 어때’ 이후 5년 만에 처음. 하지만 그녀는 전혀 낯설어 하지 않았다. “제가 새침하고 못 됐을 것 같죠? 그 동안 똑똑하고 야무지고, 얄미워 보일 수도 있는 역할을 주로 했는데 사실 그건 제 성격과 많이 달라요. 얼마나 웃기고 엉뚱한지 여실히 보여드릴게요.”

특히 ‘엉뚱함’에 대해서 그녀는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볼까 그런 고민을 안 하는 편이에요. 고등학교 때부터 간간이 CF에 등장해서 얼굴이 알려져 있었지만, 이에 개의치 않았죠. 날씨가 좋으면 명동 한복판을 혼자 돌아 다니고, 비오는 날에는 맨 발로 걸어 가고….”

하지만 ‘조선에서 왔소이다’에는 그녀보다 더 강력한 엉뚱남들이 등장한다. 제목처럼 타임 머신을 타고 조선 시대에서 2004년 서울로 오게 된 양반 윤덕형(이성진)과 하인 삼식(최창익). 그녀는 이 두 남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행복한 홍일점 역할이지만, 시대를 건너뛰어 ‘좌충우돌’하는 두 남자에 비해 덜 도드라져 보일 수 있다.

“영화 ‘아멜리에’의 오두리 토투는 표정과 상황 만으로도 캐릭터를 설명하잖아요. 한솔 역에는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용기를 내어 머리카락을 자른 것도 그녀를 본 딴 연출이에요.” 극중 한솔이 요리사를 꿈꾼다는 설정에 관해서도 조여정은 물 만난 고기처럼 반긴다. “동생들이 어려서(여동생은 고등학생, 남동생은 초등학생) 명절 같은 때의 만찬 요리는 늘상 제 몫이었거든요. 갈비찜, 닭도리탕, 탕수육 등 웬만한 요리는 다 잘 해요.”

- 빼어난 요리솜씨 뽐낼 기회

모처럼 만천臼?빼어난 요리 솜씨를 뽐낼 기회를 만난 그녀는 “서로 안 어울릴 것 같은 남은 재료들을 섞어 만든 요리에도 자신 있다”며 “극 중 선보일 ‘치즈가 만나서 정동진에 간 볶음밥’, ‘호박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 된장찌개’ 등 독특한 요리를 많이 해보고 싶다”고 했다.

‘조선에서 왔소이다’를 시작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조여정.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역할’에 관한 질문에는 “장희빈 같이 시대를 주름잡는 여걸이나, 시청자들의 눈물을 쏙 빼는 아주 절절한 멜로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닮고 싶은 연기자로는 주저 없이 고두심을 꼽았다. “어떤 역할을 맡아도 평온해 보이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저도 나이 들어서 보다 편한 이미지로 시청자들에게 기억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4-11-17 15:43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