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해외진출 교두보 마련할 것"아·태 전기공사협회 회장에 선임, 전기공사인들의 화합 이끈 글로벌 리더

[인물포커스] 한국전기공사협회 김창준 회장
"업계 해외진출 교두보 마련할 것"
아·태 전기공사협회 회장에 선임, 전기공사인들의 화합 이끈 글로벌 리더


우리나라 전기 업계에도 글로벌 리더가 탄생했다. 바로 한국전기공사협회 김창준 회장(60)이 그 주인공이다.

김 회장은 11월 17일부터 20일까지 필리핀 마닐라 웨스틴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 18차 아시아태평양 전기공사협회연합회(FAPECA; Federation of Asean and Pacific Electric Contractors Association) 이사회에서 임기 2년의 신임 회장에 선임됐다.

“1985년 한국전기공사협회 제안으로 설립된 FAPECA는 1979년 결성된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전기공사협회(AFEEC; Asean Federation of Electric Engineering Contractors)와 함께 정보 교류와 친목 도모를 위해 출범했으며 올해로 벌써 18년째 입니다.”

김 회장은 “현재 한국, 홍콩, 대만, 하와이, 호주의 전기공사협회와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폴, 인도네시아 등 모두 10개국이 정회원으로 활동 중”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일본 국광시설공업사가 일반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올해 뉴질랜드 전기공사협회가 정 회원으로 참가 신청을 해 놓고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정보 기술이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전기 공사 분야도 정보화 시대에 발맞춰 가고 있는 게 세계적 추세입니다. 따라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전기 공사 업계를 아우르는 FAPECA 역시 새로운 정보화 기술을 도입하고 다각적인 교류 방안을 모색하는 구심점이 돼야 합니다.”


정보교류 네트위크 구축
김 회장은 사실 지난 2년 동안 FAPECA 부회장 직을 맡으면서 각국 협회 관계자들과 상호 협력과 발전 방안들에 대해 많은 논의를 해 왔다. 올해도 회의 기간 내내 홍콩의 천 케이 라우 전 회장을 비롯한 각국의 관계자들과 FAPECA 발전을 위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결론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기 공사 업계가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일입니다.”김 회장은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정보화 시스템 구축에 나서겠다고 힘주어 말한다. 앞으로 국가간 교류와 기술 이동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전기 공사 업계의 경우 기술 교류 영역은 무한합니다.

FAPECA 회원국들 모두 각국이 보유한 유익한 정보를 교환, 공유하는데 적극 찬성했습니다. 하지만 총회를 통해 1년에 한번씩 만나는 것 만으론 부족합니다. 효과적으로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제대로 구축해야 합니다.”

김 회장은 다행히 올해부터 홍콩전기공사협회(HKECA) 주도로 FAPECA 웹사이트가 운용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인터넷을 비롯한 다양한 정보통신 기술을 적용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기반을 확고히 할 생각이다. “최근 들어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전기 공사 업체 들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특히 동남아 국가들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업체들의 의욕만큼 성공 가능성도 많다고 생각됩니다.”

김 회장은 FAPECA 회원국들이 제공하는 정보들을 취합, 국내 업체에 이를 제공하고 특히 협회는 국내 업체들의 해외진출이 용이하도록 교두보 역할 을 다할 생각이라고 강조한다. 지난 6월 기협중앙회와 공동으로 동남아 시장 개척단을 보내 알찬 성과를 거둔 것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협회 내에 전담팀을 가동,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지를 집중 공략할 생각이라고 말한다.


관련업계 최고의 협의단체로 탈바꿈
김 회장은 1998년 9월25일 침몰 직전에 있던 전기 공사 협회를 맡아 ‘화합의 시대’를 활짝 열며 이 단체를 관련업계 최고의 협의 단체로 탈바꿈 시킨 장본인이다. 회장 취임 후 지금까지 줄 곳 전기인들이 국가사회에서 확실하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동분서주해 왔다. 특히 전기 공사인들의 대외적인 권익 신장을 위해 ‘개인’을 버리고 ‘공인’으로 지내왔다.

“지난 6년간 줄기차게 표방한 것이 1만 여 회원의 단합입니다. 내부적인 결속을 다지지 못하면 잔잔한 파도에도 쉽게 무너지는 모래성이 될 수 있지만, 끈끈한 결속력으로 회원들이 단합한다면 집채 만한 파도가 몰아쳐도 꿈쩍하지 않는 협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이를 위해 김 회장은 권위를 멀리하고 항상 몸을 낮춰 회원들을 찾아 다니며 이들의 의견을 듣고 모든 의사를 결정했다.

업무를 추진할 때는 주위 사람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추진력 있게 밀어붙이지만, 남모르는 인정이 넘치는 ‘가장 인간적인’ 회장으로 입 소문이 나있다. 그래서 카리스마적인 리더십을 갖췄으면서도 온화한 인정이 묻어나는 지도자란 평을 듣는다. 김 회장이 항상 강조하는 것은 ‘진인사 대천명(盡人事 待天命)’이다. 순리에 따라 모든 일을 하늘에 맡긴다는 얘기다.

물론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때를 기다리고 그 때를 위해 청사진을 마련하는 각고의 노력이 뒤 따라야 한다. 함께 뜻을 펼칠 수 있는 동반자가 있다면 금상첨화라고 설명한다. “협회의 최대의 과제는 회원사가 안정적으로 물량을 수주하면서 회원사 스스로 변화된 환경에 적극 대처할 수 있도록 협회 차원에서 측면 지원하는 일입니다.”

김 회장이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운영위원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공사업계의 브레인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는 기술경영연구원을 설립, 운영 중인 것도 이를 위해서다. 김 회장은 협회를 움직이고 회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싱크 탱크(think tank)’가 필요했던 것. 기술경영연구원은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 받아 국책과제를 수행하는 등 명실공히 전기 공사 업계를 대표하는 연구 기관으로 성장하고 있다.


전기기술자 인력양성에 역량 집중
김 회장은 요즘 업계가 안고 있는 중차대한 문제로 송변전 활선 인력난을 꼽는다. 앞으로 일감은 있는데 일할 사람이 없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때문에 협회 차원에서 인력난 해결을 위해 인터넷 상에서 상설 채용관을 운영하고 특히 협회 산하 직업 전문 학교를 ‘전기 기술인 학교’로 격상시켜 전기 기술자의 인력 양성에서 취업까지 원 - 스톱(One - Stop) 체제를 갖추겠다는 복안이다.

“전기 기술인 학교는 1년 과정으로 한전 송변전 교육을 비롯해 철도청 등 관련 기술자 교육을 실시, 우수한 전기인력을 배출해 공사 업계의 기능인력 양성 전문 기관으로 만든다는 방침입니다.”김 회장은 어린이들에 대한 ‘전기 사랑’교육에도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원자력 발전에 대한 실상을 어릴 때부터 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협회 산하 전기신문이 올 여름 원자력문화재단과 함께 ‘청소년 원자력캠프’를 연 것도 이 때문이다.

“화력, 수력발전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습니다. 미국 같이 자원이 풍부한 나라가 왜 원자력 발전을 선호하며, 4~5년 전 환경 단체에 밀려 원자력 발전을 중단했던 프랑스가 왜 최근에 다시 재개했는지 국민들이 그 실상을 알아야 합니다.”김 회장은 다만 국가가 철저하게 원자력 폐기물을 관리하는 선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어린 시절부터 전기의 소중함을 몸으로 익힐 수 있어야 커서도 전기계에 훌륭한 인재들이 많이 모여 들고 자연스럽게 인력난 해소에도 일조할 것이란 생각을 갖고있다. 김 회장은 대학의 전기학과가 예전처럼 인기를 회복, 전기계에서 훌륭한 인재가 많이 배출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다고 한다.

김 회장은 전국 곳곳에서 산업의 동맥을 이어주고 국민 생활의 편익을 위해 묵묵히 일하고 있는 1백만 전기인들의 노고에 항상 더 없는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김 회장 자신도 전기인으로 살아 온 삶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주위에서는 그를 ‘평생을 전기와 함께 살아 온 참 전기인’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금이야말로 전기인들이 일치 단결, 국민의 생활편익을 위해 응집된 힘을 발휘할 때라고 말한다. 정”퓽?안개 정국 속에서 경기 침체에다 파업과 시위로 얼룩지고 있는 사회상 등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국민들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도록 전기인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 김 회장 생각이다. “‘빛’으로 표출되는 전기와 인연을 맺은 만큼 겉으로 드러난 세상을 불 밝히는 것 외에 국민의 마음 속에 있는 불도 훤히 밝혀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 회장은 “지난해 대부분 독거 노인으로 이뤄 진 저소득 단전 가구를 위한 ‘빛 한줄기 캠페인’에 전기 공사가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요즘 세간에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사회 공헌 활동’과 ‘나눔의 삶’에 대해 무척 희망적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김 회장 자신도 전기계 원로들이나 생활이 어려운 분들의 자제분 들을 위해 ‘전기인 장학회’를 만들어 그간에 입은 혜택을 돌려줄 생각이다.

김 회장은 전기공사협회 회장으로서 뿐만이 아니라 산업자원부 전기위원회 초대위원에 이어 2기 위원에도 선임돼 국가 전력정책입안에도 깊이 관여해 오고 있다. 부인 임병순 여사(56)와의 사이에 2남을 두고 있다. 장남 성민씨(30)는 서울대 의대를 나와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레지던트로 일하고 있고 차남 성남씨(28)는 고려대 공대를 나와 현재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최영규 편집위원


입력시간 : 2004-12-08 21:40


최영규 편집위원 choiyk56@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