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망아지 같지만 가슴엔 사랑으로 꽉찼어요"MBC드라마 서 미운 둘째딸로 가슴 찡한 가족사랑 전해줘

[스타줌인] 배우 김민선
"못된 망아지 같지만 가슴엔 사랑으로 꽉찼어요"
MBC드라마 <한강수 타령>서 미운 둘째딸로 가슴 찡한 가족사랑 전해줘


“응어리를 풀고 싶었어요.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1년이 넘었는데, 전 아직 그 아픔에서 제 자신을 놓아 주지 못하고 있거든요.”MBC TV 주말극 ‘한강수타령’(극본 김정수, 연출 최종수)에서 ‘미운 둘째 딸’ 연기로 시청자들의 눈에 쏙 들어 오고 있는 김민선(25).

툭 하면 사고를 치고, 가족들의 가슴에 못 박는 말을 하고 다니는 골칫덩어리 ‘나영’의 캐릭터는 그녀에게 또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부딪히며 깨지며 철 들어 가는 딸의 모습을 통해 어머니에게 채 못 다 드린 사랑을 전하고 있는 것이란다. 그녀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이번 드라마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녀는 “매회 가슴 찡한 드라마”라면서 “작품을 통해서나마 어머니께 하고 싶었던 말들을 전하고 나면, ‘한’으로 남아 있던 모든 것들을 털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녀의 말마따나 ‘한강수타령’은 재래 시장에서 생선 장사를 하며 내세울 것 없지만 기운차게 삶을 꾸려나가는 한 중년 여성(고두심)과 그녀의 두 딸(김혜수ㆍ김민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따스한 홈 드라마. “슬플 때 등 두들겨주는 그리운 고향집 엄마의 채취가 묻어 나는 드라마”라는 기획 의도대로, 이야기를 풀어 가는 방식은 따스하고 또 정겨운데, 이상하게도 그 한 축에 허영심 많은 ‘못 된 망아지’ 나영이 놓여 있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다.

“천방지축이고 또 한편으로 못 됐죠. 말도 톡톡 쏘고, 말썽 일으키고 다니고… 하지만 표현을 잘 못해서 그렇지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는 아이에요. 그래서 나중에는 어머니께 가슴 속 켜켜이 묻어둔 더 진한 사랑을 ‘쌓아서’ 터트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릴 적에는 수의사가 되고 싶었다”는 김민선은 본래 말수가 적고 생각이 많은 타입. 워낙 내성적이라 남들 앞에 서는 직업을 갖게 된 게 본인 스스로도 아이러니할 정도라고. 그런 그녀는 요즘 발랄하고 통통 튀는 말괄량이 나영 역을 통해 “스트레스를 푼다”고 말한다. “주변 눈치 보느라 주저하는 행동들을 서슴없이 표현하는 것을 보고 통쾌해 하는 분들이 많은데, 연기하는 저 역시 그래요. 괜히 에너지도 생기고요.”

다양한 캐릭터가 매력
인형처럼 예쁘지는 않지만 맑고 큰 눈이 인상적인 김민선은 이 같은 마스크 때문에 얻은 별명이 많다. 밤비, 통키, 딸기공주. 만화 캐릭터인 밤비와 통키는 바로 그 ‘큰 눈’으로 인해, 딸기공주는 ‘볼이 잘 빨개져서’ 붙여졌다. 그런 그녀의 마스크를 두고 영화 ‘하류인생’에서 함께 작업했던 임권택 감독은 “현대적인 미를 갖고 있으면서 고전적인 아름다움도 풍겨내는 배우”라고 평한 바 있다.

“머리나 의상, 메이크업에 따라 천차만별로 보이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에요. 그래서 아직은 어떤 캐릭터가 제 몸에 가장 꼭 들어 맞는지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좀 더 나이가 들면 이런 다양성이 점점 장점이 되지 않을까요?”

그녀는 일 욕심이 많다. ‘꽤 오기 있는 친구’라고 자평할 정도다. 연기자가 된 과정에도 이런 오기가 그대로 발동했다. 고 1때 안무를 담당하던 친언니를 따라 방송국에 놀러 갔다가 때마침 출연 펑크 낸 여배우 대신 뮤직비디오 ‘대타’로 기용돼 데뷔한 그녀는 “생각 없이 뮤직 비디오를 찍었는데 너무 못 했다. 그래서 잘 할 때까지 한 번 해보자, 뭐 그런 오기로 여기까지 왔다”고 한다.

그래서 웬만한 칭찬에도 좀체 흔들리지 않는다. “늘 성에 안 차요. 남한테는 관용을 베풀어도 자기 자신에게는 엄격해야 한다는 말에 저는 공감해요.” 거기에다 “연기할 때?캐릭터에 푹 빠져 무조건 충실해야 하지만, 작품 밖에서는 캐릭터를 객관적으로 보고 판단하는 시각도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인다. 외모만큼이나 똑 부러지는 말투다.

“연기할 때는 ‘온 몸’을 쓰는 배우라, 영화가 더 좋다”고 말하는 김민선. 불현듯 극 중 상반되는 캐릭터의 두 남자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그녀가 선택할 ‘사랑’이 궁금해졌다. 드라마에서는 한결같이 그녀만을 바라봐주는 성실한 남자 ‘강수’(봉태규)를 두고, 돈 많고 능력 있는 남자‘신률’(최민수)에게 마음이 기우는 듯 한데….

이 가녀리지만 열정으로 똘똘 뭉친 그녀의 마음을 훔칠 수 있는 남자는 어느 쪽일까. “아, 둘을 딱 반반씩 섞어 놓으면 좋겠어요. 강수의 열심히 사는 모습도 좋고, 신률의 남성적이고 여유로운 면도 좋아 보이네요.” 꾸밈없고 현실적인 답변에서 어느새 나영을 닮아가는 김민선의 또 다른 매력이 엿보인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4-12-16 14:53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