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가닥 춘향이의 안방극장 습격작전털털·시원한 성격에 딱 맞는 배역에 신바람

[스타줌인] 탤런트 한채영
왈가닥 춘향이의 안방극장 습격작전
털털·시원한 성격에 딱 맞는 배역에 신바람


당연하다는 듯, “춘향이가 아버지를 구하려고 바다에 빠진 효녀인 줄 알았다”고 하는 탤런트 한채영(24). 여덟 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가 스무 살까지 살다 온 까닭에 한채영은 춘향이를 심청이와 헷갈릴 정도로 전통 문화에 어둡다. 서구적 이미지 그대로다. 달리 ‘바비 인형’이란 별명이 붙었을까.

그런 한채영이 내년 1월 3일 첫 방송되는 KBS 2TV ‘쾌걸 춘향’(극본 홍정은, 연출 전기상)에서 현대판 춘향역을 맡았다. 2004년 12월 20일 양수리 서울종합촬영장에서 열린 드라마의 제작 발표회 현장에서 만난 그녀에게 ‘도회적이고 깍쟁이 같은 이미지와 춘향이 역할이 어울리지 않는다’일부의 지적에 대해 먼저 물었다. 채영은 자신있게, “캐스팅 결정 이후 그런 질문들을 많이 받았다. 이젠 시대가 바뀌었으니, 착하고 다소곳하기만 한 춘향 이미지는 잊어 달라”고 받아 넘긴다.

“이번 역할은 활발하고 다혈질이며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현대적 신세대 춘향이에요. 그 동안 도도하고 차가운 이미지를 가진 역할로 이미지가 굳어져 있었는데, 이번에야 털털하고 덜렁대는 제 성격을 있는 그대로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신나요.” 그녀의 설명처럼 춘향전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이 드라마에는 여성스럽고 조신한 고전적 성춘향 대신 신세대 왈가닥 성춘향이 등장한다.

한채영은 모처럼 “제 성격에 딱 맞는 역할”을 만났다며 물 만난 고기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1999년 여름방학 때 인사동의 한 카페를 찾았다가 개그맨 전유성의 눈에 띄어 연예계에 발을 들여 놓은 그녀는 2000년 영화 ‘찍히면 죽는다’로 데뷔한 뒤로는 드라마 ‘가을 동화’ ‘북경 내 사랑’ 등에 출연, 주로 도도하고 차가운 역할로만 팬들에게 다가갔다. 따라서 이번 드라마는 그녀의 이미지 대변신의 기회. 그간 깍쟁이 같은 이미지 때문에 배역을 맡는데도 많이 손해를 봤다며 단단히 벼르고 벼른 듯한 말투다.

“아, 됐어”, “신경 끄셔”, “남이사” 등 이 시대의 시쳇말들이 일상어로 사용되는 대사가 오히려 반갑다는 투다. “대사하기 참 편해요. 제가 원래 좀 엽기적이고, 단순무식하거든요.”

이효리와 시청률 겅쟁 "신경 안써요"
한채영은 시종일관 경쾌하고 스스럼없는 말투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사이사이 호탕한 웃음 소리까지 곁들여 가면서. “각오는 뭐. 우리가 신경을 쓴다고 달라지나요?” ‘쾌걸춘향’과 동 시간대 시청률 경쟁을 벌일 예정인 SBS 드라마 ‘세잎 클로버’에 이효리가 출연하는데 어떤 각오로 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튕겨 나오는 소리다.

연예계에선 대대로 먹히는 이미지 상품인 ‘청순가련’ 신비주의와는 점점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툭툭 되받아 친다. “제가 TV용 화면발이 영 안 받아요. 워낙 영화에서는 조명이 받쳐주니까 그런대로 괜찮은데 TV에서는 너무 얼굴이 ‘쎄게’보여서 진작에 포기했어요.”

그녀는 이제 자신의 캐릭터 분석에 꽤 능숙해졌을 뿐더러 연예계 생활에 점점 흥미를 느껴가고 있는 것 같았다. “한 두 해 전만 해도 시집 가기 전까지만 연예인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어요. 드라마 촬영할 때는 잠도 안 재우고 밥도 잘 안 먹여서 너무 힘들다 싶은데 막상 일이 없어지면 너무 심심하거든요. 요즘은 일이 재미있어, 오래 해야겠다 싶어요.”

‘쾌걸춘향’으로 을유년 드라마의 포문을 경쾌하게 여는 연기자 한채영. 현대판 춘향의 유쾌한 재해석으로 그녀의 매력을 새롭게 분출해 보일 지 자못 기대가 모아진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4-12-29 14:00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