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살 철부지 아기엄마"저, 대형사고 쳤어요"

[스타줌인] 영화배우 박민지
열다섯살 철부지 아기엄마
"저, 대형사고 쳤어요"


“요즘 애들이라고 별 다른가요? 중학생이 임신했다고 하면 당연히 놀랄 수 밖에 없죠.”하룻밤 실수로 엄마, 아빠가 되는 중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제니, 주노’(감독 김호준, 제작 컬쳐캡미디어)에서 주인공 제니 역을 맡은 신인 아역 배우 박민지(15) 양.

15세 임산부 역을 맡는다고 했을 때, 처음에 친구들과 어른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또래 친구들이나 어른들이나 놀라기는 다 마찬가지가 아니겠어요?”라며 오히려 담담하게 반문한다.

순간, 어린 학생의 침착한 답변에 할 말을 잃은 건, 어른들이다. 2월 1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 ‘제니, 주노’의 기자간담회에서 박민지 는 “우리 영화에 대해 논란이 많은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선입견을 버리고 봐 달라”고 말했다.

담담한 어조를 닮아서일까, 이 영화의 전개 과정은 부드럽다. “중학생이 아기를 낳는다”는 소재만 충격적일 뿐. 중학생들이 사랑을 하고 아기를 낳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가지만,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철부지들의 사랑은 그저 예쁘고 알콩달콩하기만 하다. “아기를 가졌다”는 고백조차 사뭇 낭만적. “내가 팔다리가 없어져도 내 곁에 있어 준다고 한말 진심이지? 그럼, 내가 아기를 가지면 어떡할 거야?”

또래들에게 던지는 모범답안
이 처럼 이 영화에서 중학생의 임신은 ‘탈선’이라는 사회의 통념적인 시선에서는 한참 비껴 나 있는 듯 하다. 심지어 박민지가 연기한 ‘제니’는 임신이라는 ‘대형 사고’를 치는 중학교 2학년생이지만, 기존의 불량 학생이 아닌 전교 5등 안에 드는 모범생이라는 점이 더욱 강조되기까지 한다. 임신이 ‘나쁜 아이들’만의 ‘나쁜 짓’이 아니라는 관점에서 출발하는 셈. 이러한 도발적 메시지가 과연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인터넷에 (영화에 대한) 반대 의견이 많다는 걸 알아요. 어른들은 우리 또래의 아이들이 아직 가치관이 확립되지 못한 상태에서 영화를 보고 임신을 해도 되는구나 하고 생각할까 우려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전 그 반대라고 생각해요. 영화를 보면 제니와 주노가 아기를 가졌다고 무조건 좋아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가족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도 보이고요.” 그녀는 “친구들이 ‘임신은 이렇게 힘든 거구나’ 생각하고, 책임지지 못할 행동은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며 모범 답안을 내놓았다.

“어려서부터 연예인이 되고 싶었다”는 박민지는 2003년 잡지 모델로 출발한 후, 연기 경력이 전무한데도 ‘제니, 주노’에서 주인공으로 발탁되는 기염이다. “연예인 같지 않아, 현실감 있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더 설득력이 있다”는 게 감독이 밝힌 캐스팅 이유. 박민지는 그런 점에서 일단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카메라 앞에서 움츠러들거나 과장하는 태도가 전혀 없다. 신인 배우로서의 떨림도 찾아 보기 어렵다. 가히 당돌하다 싶을 정도로.

애를 낳는 장면은 물론이거니와, 툭 하면 집에서 브래지어와 팬티만 걸치고 나오는 노출 연기가 만만치 않았을 텐데… “딱히 부담스러웠던 장면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임신으로 불룩해진 배가 드러나는 장면을 찍을 때는 촬영 직전 순대국밥 2인분을 뚝딱 비워 냈다. 영화 ‘역도산’에서 연기를 위해 수십㎏을 찌운 설경구 선배도 있는데, 이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요즘 10대답게 겸양보다는 자신만만함이 두드러진다. 하고 싶은 역할을 물었더니 “시작이니까, 딱히 해 본 역할이 없잖아요. 앞으로 다양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하는 게 제 꿈이에요”하고 똑 부러지게 대답한다. 지난해 관객 300만 명을 동원하며 대박을 터트린 영화 ‘어린신부’ 제작진이 모여 만든 신작이 ‘제? 주노’인만큼, ‘어린신부’의 여고생 스타 문근영과 자주 비교되곤 한다는 박민지는 “어린 신부만큼 좋은 반응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솔직한 바람도 숨기지 않았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5-02-17 14:13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