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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초대석] '반크' 박기태 단장
'왜곡대왕' 일본을 고발한다
'한국땅 독도' 세계에 알리는 사이버 외교사절단 이끄는 아름다운 청년






일본 시마네(島根)현이 드디어 일을 내고 말았다. 3월 16일,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제정에 대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예상되던 바였다. 하루 앞서, 서울에 와 있는 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은 ‘2005년 한일 우정의 해’ 현수막을 슬그머니 철거하지 않았던가. 이어 맞서 다음날 한국 정부는 그 동안 생태적 지질학적 가치를 위해 엄격히 통제해 왔던 일반인들의 독도 입도를 전면적으로 허용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온 나라가 독도 문제로 술렁인다. 잊을만하면 성질을 돋우는 못 된 이웃을 둔 탓이라고 여기자니, 이번의 딴죽걸기는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시쳇말을 빌자면, 그들은 시스템적으로 도발해 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홀로 있는(獨) 섬(島), 독도는 결코 외롭지 않다. 한국의 정부가 17일 독도와 일본의 교과서 문제 등에 대해 준열히 캐묻는 ‘대일(對日) 독트린’을 내놓기 훨씬 이전부터, 독도는 살아 있는 한국인의 사랑의 대상이었다.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는 그 중핵에 있을 것이다.

최근 주목 받고 있는 공익 광고. 한 청년이 세계를 향해 비행기를 날린다. ‘작은 연못’이 배경 음악으로 깔리는 가운데 그가 말한다. “세계 지도의 97%는 ‘일본해’로 표기합니다. 그러나 나머지 3%는 ‘동해’로 돼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시작합니다.” 곧 영어 버전으로도 만들어져 해외로 방송될 국가 이미지 광고다. 그 청년은 실제 반크 회원이다. 반크. 한국 알리기 자발적 네트워크(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ㆍVANK)의 이니셜이다.

20만 사이버 외교관 양성의 사령탑
서울 성동구 약수동 약수시장 한 가운데의 건물 6층에 위치한 자그마한 사무실에서 정부도 못다 한 사업이 진행중이다. 세계 9억 네티즌을 대상으로 한 풀뿌리 한국 홍보라는 기치 아래. 유순한 눈매의 단장 박기태(32) 씨와 이선희ㆍ임연숙 씨 등 5명의 상근자들은 세계로 시선을 번득이며 20만 사이버 외교관 양성를 목표로 사령탑 노릇을 톡톡히 해 내고 있다. 현재 회원이 1만5,000여명인데, 한 사람이 외국인 친구 너냇명을 사귀어 한국을 바로 알려 나간다면 머잖아 도달하게 될 꿈이라는 박 단장의 설명. “20만 사이버 외교관(cyber diplomatic)을 육성해 내자는 거죠.” 인터넷의 세계성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홈 페이지가 제시하는 증거를 보자.

‘동해를 일본해라고 표기함’이라는 오류 내용에 500여개의 해외 도메인이 일목요연하게 나열돼 있다. 이 중 절반 가량이 반크의 노력으로 틈틈이 ‘모년모월 반크 가족님들의 노력으로 해당 사이트가 오류 내용을 삭제했습니다’라는 메시지도 보인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캐나다 정부의 연방보훈성, 유엔지명전문가회의 등 이름만 들어도 심상찮은 단체들 역시 예외일 수 없다. 그들이 선언문에서 천명한 바, 세계의 8억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이미지를 변화시키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특히 독도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요즘, 그들이 홈페이지(www.prkorea.com)를 통해 내놓는 콘텐츠는 한국인들의 가슴을 덥힌다. ‘2일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에 따르면 현재 대영박물관 한국관에는 조선 시대 역사를 설명하는 홍보판에 ‘조선은 중국의 속국(vassal)이라고 적혀 있다(3월 3일 한국일보).’기사에는 박 단장의 말이 빠지지 않았다. “한민족사 전체가 중국에 귀속돼 있는 것처럼 묘사돼 있을 뿐더러, 한물活?규모가 중국ㆍ일본관의 5분의 1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그의 한국사 왜곡 x-파일은 방대하다.

가까운 예로 2002년 12월. 세계적 주간지 타임이 송년호에 노무현 후보자의 당선을 보도하면서 동북아의 지도를 함께 게재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동해를 ‘Sea of Japan’으로 표기해 놓았다. 게다가 한반도 지도의 이남을 세로로 양분해 놓고 오른쪽(경상ㆍ강원)은 노무현 지지 일색, 왼쪽은 이회창 지지 일색으로 확연하게 분리해 내분마저 심각한 나라인 것처럼 묘사하는 것이었다. 참을 수 없었다.

“아마존을 통해, 고등학교에서 교과서로 쓰는 ‘World History’를 구입했죠. 자, 보세요.” 289쪽에는 동해가 ‘Sea of Japan’으로 기재돼 있고, 국가 시작부터 중국의 식민지였다고 못 박고 있었다. CIA에서 나오는 국가별 보고서에서 한국의 존재는 1950년 이후에야 등장하고 있었다. 동해는 물론 일본해다. 한술 더 떠, 독도는 ‘국가 간 분쟁 지역’으로 명기돼 있다. 1849년에 그 곳을 발견한 프랑스 포경선의 이름을 따 처음에는 ‘리앙쿠르 바위(Liancourt Rocks)’라 불린 그 바위섬은 다케시마 혹은 독도로 불리우는데 일본 – 북한과의 국제 분쟁 지역으로 남아 있다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CIA가 일본의 독도 영유권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고 박 단장은 말했다. “거기서 발행하는 ‘World Factbook’에서 독도는 다케시마로 표기돼 분쟁 지역으로 언급되죠.”뿐만 아니다. 한술 더 떠 화살표로 강조까지 해 놓았다. 분쟁 심화 지역이라는 것이다. 바로 그 같은 시각이 세계로 퍼져나간다는 것. “일본의 홍보전 – CIA의 인정 – 전세계적 확산이라는 도식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어요. 연예인 X 파일보다 더 해요.” .

반크는 분발했다. 그 무렵 내셔널 지오그래픽, 라이코스 등 세계 지리와 관계된 단체들은 반크가 보낸 이 메일 등을 다 받았다. “맨 처음 시작할 때는 정부나 학자가 해야 할 일 정도로 생각하고들 제 제안에 반신반의했죠. 그런데 2002년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제 요구를 받아 주더라구요.”특히 외국의 교사들이 보내 온 격려와 감사의 e메일 하나 하나는 소중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증거로 받아 들이고 있다.

시민운동정신 끝까지 지킬 것
시민 운동 정신을 끝까지 견지해 나가겠다는 다짐의 견고함에서 반크는 매우 특이한 단체다. 통상적으로, 세인의 관심을 끌면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세력을 늘리려는 것이 집단의 속성이다. 그러나 박 단장은 “우리는 여타 독도 관련 단체와 연계할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다. “우리는 독도라는 현재 이슈가 아니라 한국의 문화를 제대로 널리 알리자는 데 목적을 두고 있어요. 예를 들어 우리 나라의 역사에 대해 먼저 말하면 일단은 거부감을 느끼는 게 외국인의 속성이죠.” 외국 친구로서 최대한 정을 주면, 자연히 그 친구가 사는 나라가 궁금해 지는 이치다. 반크가 홈 페이지에서 강조하는 ‘사이버 외교관’이 바로 그런 것. 한국사 서술에서 오류를 발견한 회원은 스스로 방법을 발견해 그 단체가 수정하도록 한다는 원칙이다. 반크가 정부와의 연관 같은 문제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 이유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제 반크에 손을 내민다. 14일에 들어 온 두 건의 제안을 보자. 초중고생들을 지도해 달라며 청소년 수련관이 부탁해 왔고, 직원들에게 활동을 소개하고 함께 일할 수 있게 해 달라며 대구의 동아백화점에서 요청했다. “대구에는 제가 내려가 강연할 겁니다. 독도, 고구려, 동해 문제가 왜 나의 일인지를.”반크의 외부 교육 사업은 그래서 계속되고 있다.

1월 서울 청원 초등학교로부터 요청을 받고는 박 단장은 초롱한 눈동자들 앞에서 인터넷상에 드러난 한국사의 오류를 집어 내 보였다. 강의를 경청한 학생들을 상대로 ㆍ반크 사이버 경진 대회‘를 펼쳐 1시간 동안 웹 서핑을 한 결과, 학생들은 놀랍게도 오류를 500여개나 발견해 내기도 했다.

그러나 박 단장은 한국 정부는 그 동안 사안이 터지면 목소리만 높게 냈을 뿐, 지속력 있는 대응을 하지 못 했다고 지적한다. “그 동안 국민들은 독도 문제가 나오면 흥분만 하고는 자신의 일이 아니니 나 몰라라 하는 식이었죠.” 일본은 국제정보연구센터와 국제교류기금(Japan Foundation) 등의 기구에, 중국은 동북 공정 사업에 수 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데, 한국은 정부 차원에서 그 같은 열기를 조직화해 낼 능력이 있느냐는 비판이 깔려 있다. ‘결국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정부에 뭔가 기대한다는 일은 모양새가 맞지 않다’는 나름의 철학이다. “반크 앞으로 하루에 많으면 20건 정도 (역사 왜곡 사례를)신고 해 오는데, 그들 하나 하나가 모여 큰 힘이 될 것으로 우리는 믿습니다.”

내가 한국을 변화시키는 중심
5명의 상근자들은 회원들의 회비와 캠페인 등의 수익으로 소액의 월급을 받는다. ‘수익도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살아가느냐’는 질문에 박 단장은 그 같이 말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그대로 옮기면, “내가 한국을 변화시키는 중심에 있잖아요. 이런 것이 저의 월급 같은데요?”아버지 박영진(62)씨는 그의 말을 빌면 “사우디 가서 7년 동안 고생”했고, 어머니 정진자(56)씨는 신발 공장에 나가 일하고 있다. 부모는 반크 일을 하며 사회에 보탬을 주는 아들을 보고 대견스러워 하신다고 그는 가족을 소개했다. 2남1녀 중 차남.

놀랍게도 그 흔한 명함 한 장 없이, 박 단장은 명함 가진 자들을 부끄럽게 하고 있었다. 반크 가입때 내는 평생 회비 2만원, 박 단장이 쓴 ‘사이버 외교관, 반크’(한언 펴냄)의 책값 1만원 등이 사이버 외교관으로 거듭나는 데 필요한 비용의 전부다. 그 같은 실비 덕택일까, 14일 30명 가입한 데 이어 15일은 20명이 가입했단다. 이선희 씨는 대학 내내 CC(캠퍼스 커플)이었다고.



장병욱 차장 aje@hk.co.kr  


입력시간 : 2005-03-23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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