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에너지, 다 드릴게요"댄스 리메이크 앨범 으로 여름 가요계 강타

[스타 줌인] 가수 김현정
"넘치는 에너지, 다 드릴게요"
댄스 리메이크 앨범 <펀타운20>으로 여름 가요계 강타


작년 가을 ‘B형 남자’를 부르며 혈액형 담론을 읊어대던 김현정(27)이 1년도 채 되지 않아 댄스 리메이크 음반 ‘펀 타운(Fun Town) 20’을 들고 돌아왔다. 음반 제목처럼 “신나는(Fun) 음악을 선보이고 싶다”는 의지와 “1년에 음반 하나 정도는 내겠다”는 신인 때의 고백이 맞물린 결과다.

김현정은 예전보다 한층 대담해지고 시원해졌다. 4월 초, 미국 뉴욕 맨하튼의 ‘아시아 청소년 엔터테이너 장학기금 및 쓰나미 난민 구호기금 마련 자선 콘서트’에 갔을 때다. 팬이 아닌 교포들조차도 유독 1집 데뷔곡 ‘그녀와의 이별’을 부를 때의 미니스커트 입은 모습을 “인상적”이라고 기억했다. 김현정의 대범한 노출 의상 배경에는 사람들에게 강인하게 기억되려는 전략이 깔려있다. 그와 더불어 올 여름의 무더위에 지칠 이들에게 시원함을 전달하려는 자상한 의도도 담겨 있다.

이번 음반은 1970~1990년에 이르기까지 그가 좋아하는 음악 20곡을 엮었다. 그것도 발라드, 트로트, 러시아 로망스, 엔카, 디스코 펑키 등 다양한 장르를 ‘김현정식 댄스’로 탈바꿈시킨 스페셜 앨범이다. 예전 곡들인지라 중ㆍ장년층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고, 대개가 사람들이 한 번씩은 들어본 히트곡들을 변형한 것이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보다 친근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마 국내에선 처음 시도 될지도 모르겠어요. 즐겁거나 슬픈 노래를 빠르게 변형시켜 모조리 댄스로 소화했으니까요.” 슬픈 노래마저도 리메이크해 댄스로 소화하려면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물음에는 오히려 “몸으로도 표현하기 힘든 슬픈 감정을 시도해 볼 수 있어 흥미롭다”고 답변했다. 어찌 보면 슬픈 내용을 댄스화 한 ‘그녀와의 이별’의 연속선상에 있는 셈이라는 반응이다.

김현정은 이번 리메이크 음반의 모든 노래에 애착을 가지고 있지만, 일본에서 활동하는 중견가수 계은숙의 노래 ‘스즈메노나미다(참새의 눈물)’를 리메이크 한 타이틀 곡 ‘아파요’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계은숙의 열혈팬인 관계로 일본에 잠시 머무를 때 NHK에서 방송했던 계은숙의 성공 일대기 관련 다큐멘터리도 찾아봤다고 밝혔다. 학창시절 그의 목소리가 계은숙과 비슷하다는 주변 친구들의 평가를 종종 들으며 짜릿한 기분을 맛보기도 했다.

비록 빠른 템포로 리메이크를 했지만 이번 앨범에 실려있는 다소 우울한 곡들에 대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의 발견”이라고 말했다. 가슴 속에 흔적을 남긴 음악을 ‘김현정 식’으로 가공해 다시 한번 흔적을 남기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곧 이어 그는 “ 사람들에게 밝은 에너지를 주고 싶다”고 덧붙인다.

강하고 독특한 이미지로 변신에 어려움
’밝은 에너지’에 이은 ‘털털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은 이제껏 그를 수식하는 이미지였다. 그러나 가수 김현정에게 있어서 그것이 꼭 긍정적 작용을 가져오지 만은 않았다. 그런 이미지가 너무나 강해 4집 앨범에 실린 ‘떠난 너’와 같은 실험적인 음악을 선보였을 때는 팬들로부터 항의도 많이 들었던 것. “왜 김현정 답지 않는 노래를 부르려 하느냐”와 같은 단편적인 비판과 그의 댄스음악을 바라는 팬들의 기대에 어긋난 행보를 했다는 점이 그것이다.

그로 인해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한 때 왜 나는 이렇게 이미지가 강할까. 그래서 왜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려면 장애가 이리도 많을까”란 고민을 수없이 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생각을 했을 때를 그저 “어린 시절”이라고 추억한다. “그런 비판에 흔들려서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못하진 않을 거에요. 저에겐 그 장르를 소화해 본 것이 음악적으로 좋은 경험이었어요. 우선은 댄스 총정리를 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되면 그런 음악도 아랑곳하지 않고 할 예정이에요.”

사실 그가 늘상 그런 강하고 유쾌한 이미지로 팬들에게 다가섰던 이유는 일종의 강박적인 부분도 있다. “ 제가 어떤 문제에 대해 신경을 쓸 때, 눈을 찌푸리는 버릇이 있어요. 그에 대해 주변 사람들을 비롯해 선배들에게 지적을 많이 받았어요. 에너지?줘야 할 가수가 그런 표정을 지어서야 되겠냐는 거죠. ‘팬들에게 에너지를 줘야 한다’는 사실에 신경쓰다보니 과장해서 유쾌하게 행동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일정부분 그 이미지가 설정된 것이 아니냐”는 말에 김현정은 “사실은 살짝 카리스마를 보이고 싶다”며 웃는다. 그런 그가 닮고 싶은 아티스트로 꼽는 사람은 제니스 조플린. 조플린의 음색과 가창력에 전율을 느끼는 김현정. 물론, 약물복용으로 자신을 지키지 못했던 조플린의 전력을 제외하고서다.

도자기를 굽듯 노래하는 가수
무엇보다 “원리를 알고 음악 작업을 하고 싶다”는 그는 자신이 노래를 하는 것에 대해 “ 도자기를 굽는 것과 같다”고 표현한다. “음악을 하는 게 저 혼자만의 작업이 아니잖아요. 재료를 만드는 사람, 물레를 돌리는 사람 등의 팀 플레이가 중요하죠.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저만의 판이 반듯해야 해요.”

또한 그는 가수로서 정말 쉼이 없다. 1년에 음반 하나는 꼭 들고 찾아와 1998년부터 지금까지 8개 가량의 앨범작업에 참여했다. “1년에 2개의 음반을 내는 가수 분들을 보며 열정적이다”라고 해석하는 김현정은 이번 음반을 출시하기 전에도 앨범준비와 함께 미국 공연을 가는 등 분주하게 뛰었다. 바쁜 와중에도 그는 “사람들에게 이왕이면 더욱 밝은 에너지를 주자”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인생은 순간이잖아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열심히 활동하고 싶어요. 40, 50대에는 동양문화에 대해서 공부할 계획이에요. 아티스트로 남고 싶은 게 제 꿈이죠.”


홍세정 기자


입력시간 : 2005-06-30 15:54


홍세정 기자 magicwelt@hotmail.com